• 최종편집 2024-05-05(일)
 

[위클리피플=오미경 기자, 유하라 기자]

 

셜록홈즈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하여!
공연에 인간의 삶을 담는 프로듀서
한승원 HJ컬쳐 대표이사 |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그의 첫인상은 대학 시절 후배들을 잘 챙겨주던 선배 같기도 하고, 싫은 소리 할 줄 모르는 동네 형이나 오빠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내내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예스맨일 것 같던 그가 사회 문제에 분노하고, ‘한국 창작뮤지컬 승산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우. 사람은 의외의 모습을 보일 때 매력적인 법이다. 그러면서도 뮤지컬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는 다시 생각해보라 말한다는 그는 얼핏 뮤지컬과 애증관계에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창작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로 작년과 올해에 걸쳐 모두 여덟 개 부문에서 수상한 HJ컬쳐 한승원 대표, 의외의(?) 강렬함이 있는 그를 만나 공연을 향한 열정과 한국 창작뮤지컬의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_취재 오미경 기자 / 글 유하라 기자

 


human and joyful, 꿈꾸는 HJ컬쳐

“결국은 인간이다. 공연을 보는 것도 공연을 만드는 것도.” 한승원 대표는 HJ컬쳐를 인간에게 기쁨과 환희를 주는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또 프로듀서로서 그가 추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즐거워야 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가 즐거워야 관객도 즐거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을 업으로 삼는 직원들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느냐가 실질적인 문제인데,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27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작품으로 프로듀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부분 그러하듯 그 또한 첫 작품으로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한 대표는 이 작품에 1억 8천만 원을 투자해 1억 6천만 원 손해를 봤다. 지옥 같았다. 뮤지컬 제작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그럼에도 그는 콘텐츠에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대학로에서 참혹한 패배를 안겨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작품을 시청에 있는 공연장에 다시 올렸다. 학업으로 문화생활을 자주 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 단체 공연을 활성화 시켰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덕분에 예술의 전당에 초청받는 영광까지 얻었다. “예술의 전당에 제가 만든 공연의 현수막이 걸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학생 시절에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가면 늘 직접 만든 공연 현수막이 예술의 전당에 걸리는 걸 꿈꿨거든요. 그렇게 되기까지의 원동력은 하나예요. 콘텐츠에 대한 믿음이죠.” 한 대표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 가장 애착을 갖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
브로드웨이의 벽을 넘어서...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이하 <셜록홈즈>)은 한 대표에게 또 다른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2011년 7월 29일 초연된 <셜록홈즈>는 2일간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같은 해 8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인터파크, 예스24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공연 3일 만에 전석 매진, 매회 객석 점유율 98%라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상, 극본상, 작곡상을 휩쓸며 최다관왕에 올랐고, 제6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는 올해의 창작뮤지컬상, 연출상, 극본상, 작곡작사상, 남우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인정받은 <셜록홈즈>는 현재 전국 10개 지방에서 러브콜을 받고 지방 공연을 진행 중이다.

<셜록홈즈>는 최근 문화부에서 주최하는 창작뮤지컬 육성지원 사업에 치열한 심사 끝에 지원 작품으로 선정됐다. 한국 뮤지컬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개념 자체를 깨고 싶었던 한 대표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영화로 치면 <쉬리>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셜록홈즈>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판도가 <쉬리>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보였거든요. <셜록홈즈>는 글로벌한 소재니까, 외국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창작뮤지컬도 충분히 세계로 나갈 잠재력이 있거든요. <셜록홈즈>가 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어 그는 <셜록홈즈>를 통해 한국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셜록홈즈>에는 현란한 춤과 음악, 화려한 무대 장치는 없다. 대신 뮤지컬에선 생소한 장르인 미스터리 추리물로서 드라마란 몸체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드라마가 노래의 보조 장치로 여겨지는 부류의 뮤지컬과는 달리 <셜록홈즈>는 노래와 드라마가 분리될 수 없는 구조로 얽혀있다. 노래가 대사이며 대사는 곧 노래다. 뮤지컬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란 편견을 버린다면 다른 뮤지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대사에 집중하고 드라마를 따라가며 즐겨야 한다. “스타마케팅이 아닌 작품의 완성도로 관객과 만나고 싶었어요. 물론 뮤지컬에 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입니다. 정말 잘 만든 작품으로 관객과 오랜 기간 소통하고 싶었어요. 일정 부분 성공한 것 같아요(웃음).”

 

셜록홈즈가 필요 없는 사회를 위하여

한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휴머니즘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우리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배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은 사물에 대한 깊은 고민이 어렵고,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고찰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 교육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인간다운 삶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희미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한국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한국 창작뮤지컬에 이렇다 할 뮤지컬 넘버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 대표는 “공연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봅니다. 결국은 인간이 중심이죠.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거기에서 보편적인 정서가 형성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 생기는 거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쟁하고 채점하는 것에만 집중해요. 음악을 배워도 ‘너는 체르니 몇 번까지 배웠어?’만 말할 뿐 당시 배웠던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는 하나도 기억 못 하죠. 그러다가 피아노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싶으면 가차 없이 음악을 놔버려요. 외국은 달라요. 음치든 박치든 음악을 평생 즐깁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거죠. 거기에서 보편적인 정서가 형성되는 것이고, 그러한 정서가 <캣츠>의 메모리즈를 탄생시켰다고 봅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도 최근 <셜록홈즈>, <빨래>, <영웅> 등 한국 창작뮤지컬이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한국 창작뮤지컬도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가 넘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애니메이션도 과거에는 일본이나 미국이 장악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뽀통령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민족성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자국 문화를 하등시하는 나라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국내 영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큼 잘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창작뮤지컬이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도 잘 만들었기 때문이겠죠.”

HJ컬쳐는 올 2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 선도 프로그램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 대표는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에 관심이 많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 중에는 환경이 좋지 못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누구는 나이키 신발 신고, 누구는 못 신고. 어린 마음에 갖고 싶잖아요. 그래서 빼앗게 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요. 청소년들에겐 나이키 신발을 사줄 수 있는 부모가 아니라, 나이키 신발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부모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결국, 가해 학생들도 피해자인 거죠. 그래서 환경과 교육은 중요합니다.” 그는 공연은 일상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라면 적어도 사회 분위기에 걸 맞는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공연을 만든다. “사회 정의가 우뚝 선다면 셜록홈즈 같은 사람은 필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셜록홈즈가 절실한 때인 것 같습니다.”

 

한국 뮤지컬의 빛과 그림자

뮤지컬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성장 탓일까. A급 스타 마케팅에 현란한 무대장치를 한 대형뮤지컬에 비해 중소형 공연 관계자 중 일부는 아직도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한 대표는 “업계에서 성공한 분들이 뮤지컬 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정부는 문화산업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게임은 해롭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왜 지원해주나요? 영화는 상업예술이라고 지원 많이 해주잖아요. 한국영화 보호를 위한 규제도 많이 하고. 그런데 뮤지컬 분야 지원은 굉장히 빈약해요. 뮤지컬 하면 돈 많이 버는데 왜 지원해 주냐는 거죠. 이러한 편협한 시각을 버리고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는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있거든요”라고 주장했다.

“한국 뮤지컬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정부는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뮤지컬 업계는 자생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한 대표는 “관객이 선입견을 품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한국 창작뮤지컬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승원 대표는 주변인들에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창작뮤지컬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고, 뮤지컬이 국가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한 대표는 셜록홈즈 같은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이 끔찍한 세상에 <셜록홈즈>를 선보였다. 그는 시대의 화두인 소통과 화합에 집중한다. 공연 제작을 통해 직원과 화합하고 관객과 소통한다. 그리고 공연을 본 관객들이 부조리에 함께 분노하며 소통하기를 원한다. <셜록홈즈>에는 달콤한 노래나 관능적인 안무, 현란한 무대장치는 없다. 대신 시대정신이 있고,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심 어린 눈이 있다.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그럴 수밖에.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기는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이니 말이다. <주간인물>은 훗날, 그가 한국 창작뮤지컬로 세계 뮤지컬 시장에 한국 문화의 우수함을 입증해 보일 그 날을 기대한다.   


Profile
단국대학교 예술조형학부/연극영화전공
단국대학교 문화예술학과/문화예술학 석사
동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기획전공 박사 수료

HJ컬쳐 (대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단국대학교 전임강사
성결대학교, 동아방송대학교 외 출강

[수상]
ㆍ2011년 제 17회 한국뮤지컬 대상 3관왕 수상 뮤지컬 셜록홈즈(최우수작품상, 작곡상, 극본상)
ㆍ2012년 제 6회 더 뮤지컬 어워즈 5관왕(올해의 창작뮤지컬상, 연출상, 작사 ・ 작곡상, 극본상, 남우신인상)
ㆍ문화관광부 장관상 표창
ㆍ서울경찰청장상 표창

[작품]
ㆍ뮤지컬: 셜록홈즈, 햄릿, She loves me, 클레오파트라,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외
ㆍ콘서트: 오디올로지(김광민, 윤종신, 자우림, 박정현), 러브홀릭, BMK, 자우림, 젊음의 행진 외
ㆍ월드뮤직: 나윤선 재즈, 프랑스 생마르크 소년소녀합창단 내한공연, 바이날로그, 전제덕, KPO정기연주회 외
ㆍ댄스/서커스: 페리아 뮤지카 서커스극<나비의 현기증>, 세븐 핑거스<트레이시스>,
    제이미 애드킨스<타이포>, 아트비보잉무브먼트<러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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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컬쳐 한승원 대표이사 인터뷰] 공연에 인간의 삶을 담는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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