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우리는 멍한 사람들을 보면 ‘넋이 나갔다’, ‘얼이 빠졌다’ 라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 같은 말이지요.

 

어느 책에서 보니 ‘얼굴’이란 우리말의 의미는 ‘얼’ 즉, 영혼이라는 뜻이고, ‘굴’은 통로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얼굴은 ‘‘얼’이 들어있는 굴(窟)’ 또는 ‘’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굴’이라는 것이지요.

 

얼과 관련된 재미있는 말도 많습니다. ‘얼간이?� ‘얼이 간 사람’, ‘어른’은 ‘얼이 큰 사람’, ‘어린이’는 ‘얼이 이른 사람’, ‘어리석은 이’는 ‘얼이 썩은 사람’ 등을 뜻합니다.

 

우리 마음의 상태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듯 영혼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처럼 변화무쌍한 것이 우리들의 얼굴입니다. 마음 상태에 따라 낯빛이 수시로 바뀌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이 제대로 박혀있는지, 빠져있는지, 기분이 좋은지, 어디가 불편한지… 이렇듯 얼굴은 내 인격의 현주소가 됩니다.

 

얼굴은 오묘합니다.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인 폴 에크먼은 인간의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도 300가지의 표정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3개로는 4,000가지, 5개의 근육을 서로 다르게 조합하면 자그마치 1만개 이상의 얼굴표정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또한 얼굴은 정직합니다. 얼굴의 표정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6초 정도 라고 합니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외모, 표정, 제스쳐가 90%, 목소리톤, 말하는 방법이 13%, 그리고 나머지 7%가 인격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얼굴의 표정과 감정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

 

또 다른 통계도 있습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상대의 85%를 파악한다고 합니다. 말의 내용으로 파악하는 건 8%에 그칩니다. 대화 상대가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눈길이 서늘하면 ‘나를 경계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요. 좋은 인상, 좋은 얼굴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얼굴 표정은 상황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특히 교직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은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다양한 얼굴로 교육하고 학생들의 얼굴을 잘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교실에서 아침 햇살같은 밝은 웃음으로, 영혼이 살아 있는 얼굴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평소에 관심없던 사람,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부드러운 눈길, 따뜻한 미소로 밝게 인사하거나 격려해주면 가슴 속에 따뜻한 마음이 전해질 겁니다.

 

짧은 순간, 짧은 한마디를 건네는 얼굴 표정에서 서로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느낌이 생길 때 행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유있게 유머를 날리며 밝은 미소, 따뜻한 한마디로 행복을 전해줄 수 있다면 나도 또한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만남입니다. 독일의 문학자 한스 카롯사는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새학년을 맞아 새로운 학생들과 새 틀로 짜여진 동학년 선생님과의 새로운 만남이 시작됩니다. 또 다른 만남, 다양한 표정의 얼굴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게 행복을 전해준 얼굴에 감사했던 것처럼 나도 새로 만나는 이에게 행복을 전하는 얼굴을 지닌 그런 교사로 새롭게 시작되는 2010학년도를 기다리면 어떨까요?

 

 

 

 

 


 

 

이기찬

인천 인수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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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디 ‘꼴’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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