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서울 문백초등학교 정보헌 교장


조용한 음성 가운데 확고하게 드러나는 문백초 정보헌 교장의 굳은 의지는 인터뷰 내 한결 같았다. 여느 학교 교장실에 비해 협소하게 느껴진 교장실은 "차후 부임하게 될 교장을 배려해 예산을 아껴두고 싶다"는 그의 성품을 반영하듯 정갈하기만 했다.

 

정교장은 2001년 9월 서울 금천초 교감을 거쳐 2007년 9월 문백초 교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학교주변이 대규모 아파트 건축으로 몹시 혼란했고 먼지와 분진, 소음 등 환경도 좋지 않았다. 학교 안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 십년 된 낡은 교실 창틀(창호), 건물 안팎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칠, 부실한 단열재, 악취나는 화장실 등 학교는 개교한 지 30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내부 공사나 시설·환경의 개선 없이 주변의 혼잡한 여건과 맞물려 더욱 허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교육과정을 비롯한 학교운영은 더욱 '변화'가 절실했다. 학교는 정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10년간 한 번도 연구시범학교로 지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변화'를 위한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었다.

 

정교장은 학교 안팎의 현황을 꼼꼼하게 관찰했다. 특유의 세심한 준비와 끊임없는 대화·설득은 교직원들의 의식 변화와 호응,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변화의 바람 앞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공유의 장으로서 문백초가 우뚝설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60억 인구 중 소중한 너는 단 하나, 우리는 모두 소중한 하나!"

 

 

방문은 순탄치 않았다. 번잡한 개발단지 안, 주민과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문백초는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부득이하게 외부와 가까운 뒷문을 걸어 잠궜다. 때문에 학교 입구를 찾아 어려운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방문객들이 익숙하다는 듯 미소를 건네는 인근 주민들의 친절한 안내는 찾는 이의 불편한 마음을 유쾌하게 바꾼다.
 
오랜 개발로 지역을 떠나는 주민과 그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학교는 이전에 비해 8학급이나 줄었다. 빈집이 속출하는 흉흉한 환경과 공사가 진행되는 위험함 속에서 학생들의 등하교는 계속됐다. 이에 지역 주민과 일부 학부모들은 그에 대한 보상문제를 위해 학교의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기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시끄러운 소음과 날아드는 유해 물질들로 수업에 차질을 빚었고 학생들 건강상의 문제가 야기되자 보상의 예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적 문제를 이유로 상황을 묵과하기도 힘들어졌다. 학교는 변해야 했다…!

 

 

학교 주변 친환경공원조성
지역 쉼터로 거듭나…
단계적인 변화로 학생들을 위한 환경개선 노력

 


지난해 학교는 두 곳의 작은 공원을 만들었다. 하나는 생태공원으로 다른 한 곳은 산책로를 겸할 수 있는 오솔길을 조성했다. 그리고 두 곳 모두 지역주민에게 개방했다.


학교주변에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던 자투리 땅도 말끔하게 정비하고 구청의 지원을 받아 CCTV도 설치했다. 학교 주변은 쾌적하고 안전하게 바뀌었다.


학교는 이렇듯 주변 정리와 친환경 공원 조성의 보상등으로 어지러운 주변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갔다.


또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탄력을 받아 내부 변화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악취나는 화장실을 쾌적하게 바꾸고 한겨울 따뜻한 물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교실 바닥재도 목재로 택해 친환경 교실 조성을 위해 교체 중에 있다. 올해 운동장과 운동장 주변의 낡은 스텐드는 보수하고 도서관의 바닥재를 온돌바닥재로 바꿔 겨울에도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학교와 학부모들의 숙원이었던 체육관 설립을 관할 교육청(남부교육청)에서 건축해 주기로 답을 주면서 학교는 개발 후 늘어날 학생들을 위한 준비에 더욱 힘을 싣게 됐다.


1981년 9월,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고자 문을 연 문백초가 오늘날 다시 한 번 제 2의 도약을 위해 소리없이 분주했다.

 

형광등 480개 밝힐 수 있는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학교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서울지역 7개 '저탄소녹색성장에너지시범학교' 가운데 한 곳인 학교는 태양광을 기본 전력으로 사용하고 모자란 전력을 한전에서 공급받고 있다. 


교실 복도에 설치된 현황판은 전기 발전량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수치화 돼 학생들이 전기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기만이 아니다. 학교는 지난해 건물 전체 창문에 열효율을 높이고 자외선을 90%이상 차단할 수 있는 특수한 필터를 부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맞춤형 방과후 학교 '문백꿈누리학교'
80% 이상 참여율 보여…

 

 

'문백꿈누리학교'는 학교의 맞춤형 방과후학교의 다른 이름이다.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가 다른 학교와 다른 것은 무엇보다 높은 참여율에 있다.


연중 운영되는 '꿈누리학교'는 교육과정의 다양성과 수업수준에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참여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참여율을 보면 1학기에는 13개 부서 30개반에 걸쳐 전교생의 60%가 넘는 학생이 참여했으며 2학기에는 36개 부서 50개반에 걸쳐 6백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여해 참여율이 80%를 넘어섰다.


또, 지난해의 경우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연초 월 263,000원이었으나 연말에는 월 평균 234,000원으로 1인당 약 3만원 가까운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문백꿈누리학교' 운영이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는 올해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더욱 다양화해 90% 이상의 학생들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티볼야구부' 한국대표로 국제대회 출전, 빛나는 '준우승' 성과 거둬…

 

 

학교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강점지능'을 길러주는 인성교육에 있다.


세대간의 의사 소통과 노인에 대한 공경을 위해 양로원을 정기 방문하고, 사물놀이, 티볼 야구 등의 활동을 통해 협력과 어울림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반 학생들에게 티볼야구를 가르쳐 매회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유상용 지도교사는 지난해 5월 전국초등학교티볼대회에서 우승해 8월 일본 나고야돔에서 열린 제 12회 일본소학생티볼선수권대회에도 한국대표로 출전, 준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바 있다. 

 

 

'친환경급식 시범학교'로 선정

채소, 고기 모두 친환경 재료 사용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채소와 고기 등 주재료는 모두 친환경을 지향한다.


특히, 급식으로 나오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모두 1등급 재료로써 1인당 150원씩 서울시가 지원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 먹거리의 '맛'과 '질'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결과…
학교경영 우수학교 선정

 

개발과 함께 학교 인근에는 젊은 중산층 가정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합리적인 부분을 적극 수용하는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며 교내 활동에도 학부모로서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다.

 

학교 운영이 수월해지면서 교사의 잡무를 덜어줄 수 있었고 근무시간 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교내에 내실 있는 교육과정과 학교 시설의 변화가 차례로 이뤄지면서 지난 2007년에는 학교경영우수학교 교육감표창, 2008년에는 학교경영우수학교 교육장표창, 2009년에는 학교평가우수학교로 교육장표창을 차례로 받았다.  

 

60억 인구 중 소중한 너는 단 하나!
우리는 모두 소중한 하나!

 

정보헌 교장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부모와 학교가 함께 학생의 숨겨진 '강점지능(다중지능이론에서 나오는 심리학용어)'을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60억 명 가운데 1명밖에 안 되는 소중한 존재가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듯 타인도 모두 소중한 존재로 이웃을 배려해야하며, 때에 따라서는 자기 욕심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함을 가르쳐야 하고 그런 인성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것. 그것이 학교의 역할이요, 학생, 학부모, 교사가 기억해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경쟁과 최고를 부추기는 오늘, 문백초 정보헌 교장의 마지막 당부가 무엇을 시사하고자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서울 문백초등학교] "60억 인구 중 소중한 너는 단 하나, 우리는 모두 소중한 하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