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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우균의 깨봉 칼럼] 프롤로그(prologue)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옛 중국 고전인 「장자」에 보면 정저지와(井底之蛙)란 말이 나온다.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다. 개구리에게 바다를 설명해 줄 수 없다. 또한 한 여름만 살다 가는 매미에게는 찬 얼음에 대해 설명해 줄 수가 없다.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 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 ‘정저지와’란 고사에서 세 가지의 집착과 한계를 파괴하라고 충고한다. “시간, 공간, 지식의 그물을 찢어라.”라고. 프란츠 카프카는 독서를 “내 마음에 고정관념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따라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란 제목의 책도 나왔다. 이처럼 자기 내부의 한계를 깨부수어야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 말하고 글쓰기는 아웃 풋(out put)이다. 인풋(in put)은 읽기와 듣기다. 따라서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독서부터 해야 한다. 독서를 하면 언어가 생성되고 언어는 개념을 만든다. 그리고 개념은 사고를 만든다. 인간을 흔히 ‘생각하는 갈대’라 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하지만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생태계의 최상위자가 되었다. 생각하는 힘은 결국 언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다.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이름은 언어로 만든다. 그러므로 사물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언어는 사물의 속성을 파악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언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생각의 힘도 세진다. 언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생각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언어를 많이 알 수 있을까?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일단 신문부터 읽는 습관을 들이자. 신문은 종합적인 독서력을 길러주고 백과사전적 지식을 제공한다. 책 읽기, 신문 읽기를 하면 우리의 뇌 속 뉴런들이 복잡하게 생성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마치 나무의 뿌리나 잔가지처럼 사방으로 붉은 색이 뻗어간다. 즉 독서를 많이 하면 우리의 뇌 속에서 자라고 있는 뉴런의 잔가지들이 많아지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융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창의력이 자라난다. 이 칼럼에서는 창의・융합적인 글쓰기의 방법으로 사고확장법을 알려주려 한다. 사고확장법은 지식의 확장(6-LCAMST)과 지식의 수렴(개념을 은유로 정의하기)을 통해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가져온다. ▣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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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2-1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반응방식을 선택하는 기술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30대 시절을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려움과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당한 시간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일즈에 전혀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자동차 영업을 했고, 무역회사에서 해외영업 관리자로 밤 10시, 11시까지 일했다. 이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싶어 사표를 쓰고 나와서 세차장에서 시급을 받아가면서 일했다. 세계 5대 금융기관이라는 외국계 보험사에서도 얼마간 근무를 했으나, 아버지 양복을 입고 학예발표회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하는 초등학생처럼 느껴졌다. 그곳에서 1년을 버티고 퇴사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특성상 사람들은 상당히 권위적이고 딱딱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꽤 성공한 선배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물상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는 이야기가 귓구멍으로 쏙 들어오는 바람에 고물상에 이력서를 들고 방문한 적도 있다. 세상을 몰라서 엉뚱한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6개월 동안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한 적도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다가 고소를 당하는 바람에 법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경험도 있다. 이렇다 할 혐의가 없었기에 무죄로 풀려나긴 했지만 상당히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순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선택한 길이었는데, 덕분에 운명은 내게 사람도 잃고, 돈도 잃고, 시간도 잃을 수 있는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분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마인드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분별력과 태도는 놀라운 기회로 연결되기도 했다. 사람을 보는 눈, 일의 미래를 가늠하는 눈은 이론만으로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얻게 되는 기회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출신 지인을 통해 정부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받게 되었다. 직업에 귀천은 없으나, 세차장보다는 시급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고립에 허덕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론에 종종 나온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유서, 편지, 그리고 얼마간의 현금. 마지막 월세이거나,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으리라.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선택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저기에 도움의 전화를 걸었더라면, 소리쳐 싸우고 대들고 하소연이라도 했다면, 구걸이라도 할 요량으로 길거리에 나섰더라면 분명히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비극적인 결과의 시작점에는 잘못된 선택이 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결과의 시작점에도 선택이 있다. 그 선택은 훌륭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대단히 훌륭한 선택은 아니고, 단지 조금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좌우를 살피며 재빨리 무단횡단을 하느냐,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냐의 차이다. 무단횡단은 옳지 않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인지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은 분별력과 같은 말이다. 나는 종종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적절한 분별력을 기르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것은 일어난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반응 방식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게 무언가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해를 입힘으로써 슬픔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성품, 즉 기본적인 자기 정체성이 반드시 상처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가 겪은 힘든 경험들은 자신의 성품을 형성하고 내면적 힘을 개발해주는 시련이다. 이는 또 장차 닥칠 어려운 여건을 다스리는 능력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내력도 키워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136p, 스티븐 R. 코비, 김영사 인간에게 있어서 훌륭한 분별력은 지혜로운 시간으로 삶을 매꿔가는 데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삶의 도구다. 누구든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90%는 잘못된 반응 방식의 폐해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죄가 있어서 감옥에 간 것이 아니다. 그들의 죄는 그저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일 뿐이지 않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니, 피해 갈 수 없는 결과였다느니 하는 운명론적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결정적 상황에서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옳은 일인지 궁금하다면 감옥을 떠올려 보라.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르는 즉흥적선택주의자들이 모인 곳이다. 불치병이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갇힌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을 줄 안다. 그러나 많지 않다. 독서하고,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고, 여행하고, 적절한 스트레스 속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과정들은 올바른 분별력을 갖추기 위한 훈련이다.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올바른 선택은 다양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혜이자 그런 노력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며, 그렇기에 동사(動詞) 형이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올바른 선택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자존심에 상처가 가는 행동이기 때문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만나는 결과들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는 무단횡단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결과를 예측하지 않은 사고의 부재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어떤 어려움도 직원들과 함께 극복해야 하며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원들이 사우스 웨스트가 항상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 Southwest Airlines CEO 허브 캘러허 국내선 여객 수송인수 세계 1위, 여객 운송 기준 세계 3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내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고객이 1순위, 직원이 0순위다. 40년 넘는 세월 동안 흑자를 기록한 세계적인 항공사의 ceo 허브 캘러허는 직원의 행복이 고객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직원의 만족이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믿었으며,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은 우리에게 '오늘 내가 내린 선택이 20년 뒤, 30년 뒤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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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15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찰나’의 삶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응급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생과 사의 경계가 치열한 곳이었다. 정말 다양한 사고를 당한 환자가 가게 되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곳에선 그 ‘순간’에 삶이 계속되기도, 삶이 끝나기도 한다는 사실의 무게감이었다. 수많은 순간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순간’의 무게감을 매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 그냥 살아가고 있든가 나와는 상관없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해 관심이 없든가 그렇지 않을까.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또 너무 짧다. 자신의 삶의 끝이 언제인지 알고 삶을 계획하고 살아나가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가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35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작곡할 당시 “나 자신을 위해 이 곡을 작곡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레퀴엠을 마저 다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레퀴엠이란 카톨릭에서 죽은 자를 위해 치르는 미사나 그 미사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말한다. 모차르트가 이 레퀴엠의 작곡을 시작했던 10월, 그의 건강은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참 작곡 중이던 11월 말쯤은 병세가 심각해져 누워있어야만 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모차르트는 곡을 완성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12월 초 이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 때문에 이 곡에 관한 많은 추측들이 생기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던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나오지만, 사실 그 당시 살리에르는 궁정 음악가로서 존경을 받고 있었던 인물로서 모차르트를 질투할만한 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차르트의 최후의 작품이 된 레퀴엠을 쓸 당시, 이 작품이 보수가 높아 무리해서 일을 하기도 했고, 레퀴엠을 쓰면서 동시에 다른 작품들의 일도 하느라 병세가 더 악화되었던 것 같다. 결국 작업을 하면서 모차르트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던 것일까. 모차르트가 완성하지 못한 레퀴엠은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가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12월 5일 숨을 거두기 하루 전 모차르트는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를 불러 레퀴엠의 부속가 중 한 곡으로 8마디밖에 작곡하지 못한 ‘눈물의 날이여(Lacrimosa)'를 어떻게 작곡해야 할지 지침을 주고 몇 시간 후 세상을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음악에 혼신을 다했던 그의 삶, 너무나 짧았던 생이지만 그렇기에 더 그의 작품이 빛나고, 이 레퀴엠은 바로크 시대의 엄격함과 까다로운 화음과 뛰어난 선율이 독창적으로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음악 양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할 수는 없고,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중요한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찰나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늘 깨어있어야 우리의 삶이 그래도 조금은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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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8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분별력으로 말미암은 지혜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사무실에서 사용할 파티션이 필요해서 알아보기 위해 가구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쓸 파티션이 있나요?" "네, 높이가 120cm, 150cm가 있습니다." "120cm는 좀 낮은 것 같고, 150cm로 6장 부탁드려요." 파티션이 도착했고, 설치를 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키가 170cm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과, 키가 158cm밖에 되지 않는 아내와도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150cm에 달하는 파티션 때문에 사무실은 요새가 되어 버렸고,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생겼다. 세계적인 천재 법학자 칼 비테 주니어를 교육한 아버지 칼 비테Karl Witte는 아들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가르쳐주기 위하여 아무나 믿지 않도록 가르쳤다. 겉으로 보이기엔 순해보이고 천진난만해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속은 어둡고 교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침으로써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사는 동안 다양한 능력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지혜로운 마음을 갖추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별력이 아닐까 싶다. 매사에 정확한 분별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어려움과 문제들을 걸러낼 수 있는 지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별력은 빨간색 공과 까만색 공을 식별하는 시각적인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선과 악을 가르는 일차원적인 능력을 뛰어 넘어서 탁월함과 탁월하지 않음, 도움이 되는 것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사소한 실수로 인해 어마어마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능력 등을 포함하는 능력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남성 2명이 전동킥보드를 함께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몇 번이고 돌려봤다. 그들은 차가 돌진해오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넜다. 신호 위반이었기에 차는 그대로 그들과 충돌했고, 그들은 세차게 쏟아붓는 소나기를 맞은 가을 낙엽이 힘없이 우수수 떨어지듯이 날아가버렸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세계 속에 숨어서 고소해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불쾌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분별력이 없으면 저런 사고를 당하나' 하고 혀를 찰 뿐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어느 물류회사 공장에 가면 신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품이 진열대 위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데, 그런 진열방식이 연면적 5만평이 넘는 건물 전체에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선뜻 보기엔 이해할 수 없으나,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서 가장 자주 구매하는 상품군끼리 묶어서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고객의 구매 패턴이 일종의 프레임이므로, 프레임에 맞춘 물품 배치로 인해 국내 최초로 가장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배송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분별력은 일종의 프레임과 같다. 인간의 생각은 프레임으로 구축되어 있다. 간단한 프레임으로 구축되어 있을 수도 있고, 아주 복잡한 프레임으로 구축되어 있을 수도 있다. 정확할 수도, 모호할 수도 있으며, 견고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임이 견고한 사람일수록 옳음이 강해서 듣지 않으며 그에 걸맞는 결과를 맞이한다. 프레임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은 역시 그에 걸맞는 결과를 맞이한다. 코로나 19 발생 초기에 뉴질랜드는 재난 상황으로 설정해놓은 뒤 국경을 잠궈버리는 봉쇄 정책을 실시했고, 영국은 코로나 19를 감기 정도로 생각하며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오래지 않아 뉴질랜드는 코로나 청정국가를 선포했고, 영국에서는 5만여 명의 코로나 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되는 문제들 중 상당수는 분별력의 유무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식할 것인가, 소식할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소식을 선택한다면 상당수의 성인병이 사라진다.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인가, 야식을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이른 잠자리를 선택한다면 상당수의 불면증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것과 탁월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문제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형태 역시 큰 폭으로 달라진다. 지금 처해 있는 환경이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올바른 분별력을 바탕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수단과 최선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라면, 지혜는 분별력의 유무에 따라 상당히 크게 자라거나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지혜는 최선의 수단으로 최선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아일랜드의 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Francis Hutcheson의 말을 기억하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최선의 목적을 이루는 것의 의미를 기억하며, 올바른 분별력은 결코 틀린 결과를 선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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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30
  •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젝트 Fun&Easy Guide to Korea] The Founding Myth-Jumong Story
    [교육연합신문=유정희 연재] ◈ 건국신화-주몽 이야기 가온)주몽이 누군지 알아요? 애니)아니요, 그가 누군데요? 가온)그는 부여의 왕자였어요. 그가 알에서 부화했다는 전설이 있어요. 애니)말도 안 돼요! 가온)금와왕은 유화부인이 낳은 알을 들판에 버려서 없애려고 했지만, 동물들이 그 알을 오히려 보호했어요. 그리고 후에 알은 부화했어요. 애니)정말, 이상한 이야기네요! 알에서 태어난 소년이 어떻게 왕국의 지도자가 되었을까요? 가온)옛날 사람들은 새를 인간과 하늘의 신을 연결해 주는 상징으로 보았어요. 그래서 알에 태어난 왕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지요. ◈ Tell me more 천제의 아들 해모수는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를 사랑했어요. 유화가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해모수는 그녀를 떠나버렸지요. 홀로 남은 유화를 금와왕이 돌보았는데 유화가 알을 낳자, 놀란 금와왕은 그 알을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로 주었어요. 그러나 동물들은 오히려 그 알을 돌보았어요. 이를 안 금와왕은 알을 유화에게 돌려주었어요. 한 소년이 알에서 태어났어요. 소년은 활을 아주 잘 쏘아 주몽이라 불렸어요. 금와왕이 주몽을 사랑하자, 금와왕의 왕자들이 주몽을 질투했어요. 그들이 주몽을 죽이려 하자 주몽은 부여를 도망쳤어요. 그리고 기원전 37년 졸본에 고구려를 세웠습니다. ◈ 역사돋보기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이야기는 중국 집안 지역 광개토대왕의 공적을 적은 광개토대왕 비문에 나타나 있어요. 비문에는 주몽이 “나는 천제의 아들이며, 하백의 따님을 어머니로 모신 추모왕이다”라고 한 내용이 적혀있어요.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장수왕은 비문에서 선조인 주몽 이야기를 통해 천제, 곧 하늘의 후손임을 밝히고 국력이 가장 강력했던 5세기, 고구려인의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 지은이 유정희 ◇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 ◇ 마리이야기 대표 ◇ 융합관광콘텐츠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 ◇ 저서 《Fun & Easy Guide to Korea》, 《담덕이야기》, 《궁파이야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 펴낸곳 응용한국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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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아버지, 제가 안 훔쳤어요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초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방 2칸짜리 집에서 셋방살이를 했는데, 그 곳에서 2년 정도 살았던 기억이 난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세숫대야와 호스가 있는 곳이 주방이었고,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이었다. 주인집은 나와 동창인 친구네 집이었다. 가끔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레고를 갖고 놀았는데 '왜 우리 집에는 레고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하루는 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어떤거?" "니가 만 원 갖고 갔나?"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해. 거짓말하지 말고." "안 갖고 갔는데."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어린 마음에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댄 적이 있다. 오락실이 가고 싶은데 용돈만으로는 부족했다. 3천원인가 4천원을 몰래 꺼내서 오락실에 갔다. 몇일 뒤 엄마가 물었고, 나는 순순히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지 않았다. 5학년과 2학년은 불과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만원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1992년에 만원은 9살짜리 꼬마에게 상당히 큰 돈이었다. 경제관념이 없었기에 100만원이면 집도 한 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때였다. 깡패들한테 돈 빼앗길까봐 무서워서 오락실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둘러댈 구실도 없었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기 때문에, 아버지 지갑에서 만원이라는 돈을 훔칠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작은 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책상, 이불, 책, 누나와 내 옷이 정돈되어 있는 장농까지. 9살 인생 아들의 생각에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숨겨두었을 만한 곳'을 샅샅이 살펴보며 만원을 찾으셨다. 교과서, 일기장, 이불, 책상 서랍을 샅샅이 뒤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보, 아들이 안 훔쳤다고 하잖아요. 인제 좀 그만해요." "당신은 가만히 있어. 어릴 때는 돈을 보면 훔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훔칠 수도 있는 거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버지는 엄마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한참을 누나와 내 책상이 놓여 있는 작은 방을 뒤지면서, "아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만원을 내놓으면 아빠가 용서하고 통닭을 한 마리 사줄텐데..."하고 이야기하셨다. 1992년, 그 때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젊은 36살이었다. 한참 뒤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셨다. 티비를 보고 있던 나는 아버지에게 "찾았나?"하고 물었고, 아버지는 "아니."하고 대답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만원을 훔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만원은 찾을 수 없다. 고상한 철학적 가치를 운운하려는 건 아니지만, 믿음 안에서 사랑이 만들어지고, 믿음 안에서 성공이 만들어지고, 믿음 안에서 인류의 모든 역사가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믿음보다 큰 건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사업을 하고 책을 쓰는 것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의 일부 아닌가. 당시 나는, 아버지가 아들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린 마음에 표현력이 부족해서 표현을 하지 못했을 뿐, 그 때 받은 상처가 생각보다 깊었다. 어른이 되어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버지는 늘 무섭고 두려운 분이자, 아들을 믿지 않는 분으로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 때 아버지가 나를 믿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내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아들을 믿는다. 아들이 훔쳤을지라도 나는 아들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들이 절대 훔치지 않았다고 믿는다."라고 이야기해주었더라면, 그리고 "아빠는 걱정이 되었을 뿐이란다. 아빠가 틀린거라면 용서해다오. 어떤 경우에라도 나는 아들을 사랑한단다."하고 이야기해주었더라면, 내 마음 속에 아버지는 더 크고 선명한, 위대한, 그리고 가장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연락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을텐데. 스티븐 R. 코비Steven R. Covey는 '선택할 힘과 자유를 원칙에 따라 겸손하게 사용할 때 사람,문화, 조직, 전체 사회가 도덕적 권위를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도덕적 권위Moral authority는 '단기적이고 이기적인 이해관계로 형성된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기'라고 이야기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 83p, 김영사) 통제적 사고방식은 조직사회에서 주로 통용되는 사고방식으로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직원이나 조직 구성원들을 수평관계에 있는 동료로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 구조의 아랫부분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속품이나 대체제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반면에 도덕적 권위는 겸손, 친절, 배려, 수준 높은 양심으로 말미암아 신뢰할 만한 영적, 감성적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1인기업가, 프리랜서, 예술인, 더 나아가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구상해내고 상품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구든 조직을 떠나서 살 수는 없다. 어떤 식으로든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단기적이고 이기적인 이해관계로 형성된 조직(학교, 회사, 직장, 거래처, 군대 등)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생활한다. 도덕적 권위보다는 통제적 사고방식controlled thinking이 더 먹히는 조직사회 속에서 지내다 보면 도덕적 권위의 중요성을 망각하기 쉽다. 자연스럽게 권위에 의존하게 되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도덕적 권위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상식이 언제나 융통성 있게 활용되거나 지식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성추행과 성폭행, 불법유턴, 보복운전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도덕적 권위라는 것에 대해 이론으로 배운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도덕적 권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렇기에 잘 띄지 않으며, 관심을 바탕으로 한 관찰이 아니면 느끼는 게 어렵다. 반면에 사회적으로 상당히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도덕적 권위가 상당히 뛰어나고 수준 높은 어휘력을 사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통제적 권위를 가진 조직사회나 인물들은 나와 맞지 않았다. 상당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으면 말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INFJ'의 특성상, 그 속에서 나만의 견고한 리더십을 구축한다거나 지적, 영적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세밀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나에게는 없었기에 통제적 권위와 분위기를 가진 조직사회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고집이 세고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 성격 때문에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더라도 통제적 조직사회에서나 어울릴 만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반면에 도덕적 권위로 중무장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100% 신뢰하며 인간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습관도 생겼다.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비전과 열정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 언젠가 아들에게 "아들, 이제 아빠랑 한글 공부하자."라는 말이 튀어나와서 깜짝 놀랐다. 자식에게는 절대 공부에 대한 압박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과 달리,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아들은 18개월째에 한글을 뗀다거나 30개월째 되던 해에 영어원문을 줄줄 읽는다는 식의 깜짝 놀랄만한 성장을 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느리게 성장하지도 않았다. 20개월이 지나면서 문장으로 말을 만들어서 사용했고, 몇몇 영어단어를 사용해서 우리 부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귀중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도덕적 권위가 아닌 통제적 사고방식을 갖고 아들을 대하려는 자세가 나의 내면에 숨어 있는 한, 귀중한 나의 아들도 아버지의 고루한 믿음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도덕적 권위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실패를 다양한 매체와 인생 속에서 발견한다. 그들은 모두 믿음이 부족했다. 조직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믿음은 도덕적 권위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다. 두바이는 믿음에서 시작되었고, LA도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믿음이 없이는 어떤 것도 형상화할 수 없다. 30년 전 그 때를 생각하다 보면, 지금도 자다가 눈을 뜨곤 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아버지, 제가 안 훔쳤어요." 하고.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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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19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꽃이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세상에는 많은 식물이 있다. 식물들은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은 여름에만 피지 않고, 봄에 피는 꽃, 겨울에 피는 꽃 등 저마다 처해 있는 기후나 환경에 따라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운다. 비단 식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인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는 누구나 같지 않다. 얼마 전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75살 생일이 지났다. 그도 처음부터 유명했던 건 아니다. 대중음악의 가사를 쓰는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을 하고 돌아와 그 여행의 경험을 토대로 <마법사의 일지>를 발표하며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 <순례 여행>을 출판했다. 이때 그의 나이가 40살이었다. 우리에게 유명한 <연금술사>는 41살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톰 소여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이 41세에 출간한 책이다. 심지어 마크 트웨인은 30세 이전까지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 몇 년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저자 요나스 요나손이 47세에 쓴 첫 소설이라고 한다. 평생 배우의 매니저로 일하다가 43세에 처음으로 소설을 쓴 브램 스토커는 50세에 <드라큘라>를 출간했고, 대니얼 디포는 59세에 최초의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출간했다. 43세에 소설가로 데뷔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는 64세에 <메르타 할머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나 어린 나이에 놀라운 업적을 이루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기에 인생의 꽃을 피운다. 꽃은 꼭 화려해야만 꽃이 아니다. 너무나도 화려한 색감으로 눈에 띄는 꽃도 있지만, 무채색이나 단아한 모습으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꽃도 있다. 길가의 잡초 사이에 무심히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도 얼마나 따뜻한 아름다움을 주는지 우리는 살면서 종종 느끼곤 한다.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견디어내고 자신만의 꽃을 피워 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75세의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01세에 사망할 때까지 1600여 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심지어 그중 100세가 넘어 그린 그림이 250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나이 탓을 하며 할 수 없다고 말을 했던가? 모지스 할머니를 보면 핑계대기 바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인생의 제2막에 꽃을 피운 우리나라의 훌륭한 배우도 있다.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배우, 그의 나이 79세에 이 영화로 존재를 부각시켰으며, 윤여정 배우도 74세에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최우수 조연상을 수상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말대로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는 것 같다. 내 인생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일단 시도해보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열정과 끈기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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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14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리더의 리드는 어떻게 다른가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한 소년이 있다. 사람을 죽였다. 12명의 배심원이 유죄라고 판결하면 이 소년은 사형 선고를 받는다. 11명이 유죄라고 이야기하고 한 명만이 무죄일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결국 12명의 사람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끝이 난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의 대략적인 스토리다. 세상에 태어나서 읽어본 책들 중 가장 훌륭한 책을 꼽으라면 레미제라블이었다. 최근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Iliad로 바뀌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레미제라블처럼 잘 쓴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정말 멋진 소설이었다. 영화는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이었다.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타이타닉, 오아시스 등등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는 많이 있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대부분의 작품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흡사 상당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예술 작품과도 같았기에, 오래전에 출시된 영화라고만 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극 중에서 '소년은 유죄일 수도 있으나, 무죄일 수도 있으므로 성급하게 유죄 판결을 내리긴 이르다.'라고 언급하며 토론을 이끌어간 주인공 데이비스(헨리 폰다)는 건축가 architect였다. 영화가 제작된 1950년대에 건축가라는 직업이 결코 나쁘진 않았겠지만,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비해 논리 정연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토론의 장을 이끌어갈 만한 직업군으로 보기엔 알맞지 않다. 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뭘 안다고 귀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냐'라고 외치며 불평을 해댔고, 나름의 적절한 논리로 그를 공격했다. 영화는 순조롭지 않고 거칠기까지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1명의 사람들은 모두 유죄에서 무죄를 선언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무죄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주인공은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다루었다. 앞뒤 상황을 정확히 유추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대화 중간에 낙서를 하며 딴청을 부리는 사람들과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고, 선별된 단어와 적절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리 J. 콥스)은 마음에 새겨진 아들에 대한 사랑과 원망으로 아들과 찍은 사진을 찢다 말고 울음을 터뜨리며 무죄를 선언하는데, 주인공 데이비스가 혼자 남아 눈물을 추스르는 마지막 배심원에게 재킷을 건네주고 재판소의 방을 둘러보며 영화가 끝이 난다. 배심원 제도를 다룬 법정영화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강한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통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다룬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언젠가 아내가 나에게 "오늘 젊게 입었네?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겠어!"하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대답했고, 금방 잊어버렸다. 4살 차이가 나긴 하지만, 아내는 나와 함께 살면서 나의 모든 모습들을 기억하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 판단할 수는 있다. 패션이야 개인 취향이니 젊고 예쁘게 입고 다닐 수는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도 젊게 보이는 건 아니다. 나이는 감출 수 있고 속일 수 있어도 변함없는 현실을 담고 있다. 어리고 예뻐 보여도 말투, 행동, 옷차림, 걸음걸이, 상대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 나이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이가 드러나거나 생각의 속도가 드러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에 대한 책과 영상은 많다. 리더십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중요하기 때문에 자주 강조하고 이야기한다. 목소리만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강한 자세와 태도가 리더십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반면에 리더십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지고 있지 않은 리더십을 드러낼 수는 없다. 극 중 주인공 데이비드가 보여준 리더십은 한 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초반부터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배심원(리 J. 콥스)의 강한 반대에 수긍해버렸기에 그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아까운 생명의 호흡이 대지의 부르심을 따라 길을 옮기면서 찬찬히 풀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리더십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리더십을 가장 잘 정리한 작품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저서인 <갈리아 전쟁기>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신화가 으레 그렇듯이 문학적 작품성을 드높이기 위해 크게 미화되고 부풀려진 데 반해, 3인칭 관점에서 전쟁을 서술하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한 <갈리아 전쟁기>에는 로마 최고의 관직인 집정관이자 세계의 중심이었던 인물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리더십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나나미 시오미의 말처럼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세상을 움직인 게 아니라, 세상이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중심으로 움직인 것이다. 반면 반구대 보존 사업단 이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거나 일을 할 때마다 상당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사장님에게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 무엇이었나 여쭤보니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맹자였다."하고 대답하셨다. 나와는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의 필력을 가진 이사장님의 글은 최근 한겨레 신문에 기고되었다.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전쟁은 인간의 가장 연약한 면과 가장 용기 있는 면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위대함과 경솔함의 반복적인 여정이다. 논리적인 사고의 연속적 진행이 없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건 한 순간이었다. 일리아드에서 위대한 장군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영웅 아킬레우스에게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들을 잃고 아킬레우스의 손자를 낳는 비운의 여인이었다. 10여 년 간의 트로이 전쟁을 겪는 동안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 안드로마케는 남자(안드로)를 다스리는 자(마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헥토르는 일리아드를 대표하는 위대한 영웅이었으나 비참한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는 영웅적 자세를 갖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내 운명을 거슬러 나를 하데스에 보내지 못하오. 그러나 인간들 가운데 누구도 운명은 피하지 못했소. 겁쟁이든 용감한 사람이든 일단 태어난 이상은. -일리아드 6장 490행 에도 시대 초기 무장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아스는 적군의 아내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시어머니라고 부르는 비운의 여인에 의해 태어났다. 무장이자 정치가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고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리더십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외교관계는 정상화될 수 있었고, 지금의 일본을 만드는 데 초석이 다져졌다. 리더라는 존재가 특별하지 않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한다. 화를 내고, 슬퍼하고, 짜증을 내고, 비난하고, 실수를 한다. 그럼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역사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는 그들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는 마음의 결을 발견하라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 기획·연재
    • 연재
    2022-08-25
  •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젝트 Fun&Easy Guide to Korea] Dolmen
    [교육연합신문=유정희 연재] ◈ 고인돌 애니) 저 돌들을 봐요! 가온)그건 고인돌이에요 애니)고인돌이 뭐죠? 가온)그것은 청동기 시대 지도자들의 무덤이에요. 애니)그래요, 정말 흥미롭네요! 가온)한국에는 45,000개의 고인돌이 있는데,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고인돌의 40% 이상을 차지해요. 애니)오! 정말요? 정말 무거워 보이네요. 가온)덮개 돌의 무게가 80톤 이상 나가는 것도 있어요. 이 돌을 일으키려면 500여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요. ◈ Tell me more 고인돌은 청동기시대 지배자의 무덤이지요. 어떤 덮개돌은 무게가 80톤이 넘는데, 이를 세우기 위해서는 500명 이상이 동원되었을 거라 하니 이 무덤의 주인이 정말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진 통치자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 그럼 이제 고인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살펴볼까요? ① 먼저, 쓸만한 돌들을 찾아 땅에서 파냅니다. ② 그러고 나서 이 돌들을 통나무 위에 놓고 굴려서 원하는 장소로 옮깁니다. ③ 고임돌을 세운 후에 흙으로 공간을 채웁니다. ④ 덮개돌을 위로 올린 다음 고임돌 사이의 흙을 치워냅니다. ◈ 역사돋보기 고인돌은 말 그대로 ‘돌을 고였다’라는 뜻이에요. 이 고인돌들은 워낙 흔하고 그냥 바위와 구분하기도 어려워, 옛날에는 농부들이 농사일을 하다가 잠시 앉아 쉬거나 그 위에서 새참을 먹거나 했다고 해요. 왜, 청동기 지배자들은 이 커다란 돌무덤을 만들었을까요? 청동기 시대는 농경과 목축이 발달하게 되어 식량이 더욱 풍부해졌어요. 그래서 공동 집단 내에서 남는 생산물을 많이 가진 사람이 권력자가 되었어요. 이들은 자신의 힘과 권력을 보여주는 고인돌과 같은 기념물을 남겨 자신들의 존재를 영구히 과시하려 하였어요. ▣ 지은이 유정희 ◇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 ◇ 마리이야기 대표 ◇ 융합관광콘텐츠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 ◇ 저서 《Fun & Easy Guide to Korea》, 《담덕이야기》, 《궁파이야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 펴낸곳 응용한국학연구소
    • 기획·연재
    • 연재
    2022-08-10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단조로운 일상을 극복하는 방법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나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안다. 평소에는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서재에 꼼짝없이 앉아서 10시간 넘게 독서하고 글만 쓴 적도 있다. 학창 시절 잘 나가는 '부진아'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일상이 단조롭기 그지없다. 회사에서의 시간을 제외하면 육아, 독서, 운동, 공부가 전부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태우지 않는다. 아내 몰래 숨겨둔 여자도 없고, 노름도 하지 않으며, 게임도 하지 않는다. 숨겨둔 여자가 없으니 숨겨둔 비상금도 없어서 돈도 별로 쓰지 않는다. 반면에 틈만 나면 소설을 쓰고, 오래된 고전을 묵상하며, 노트를 꺼내서 잡다한 메모를 한다. 나쁘지 않은 습관들을 체득했고, 그러는 사이에 굉장한 집중력과 끈기가 생겼다. 단조로운 일상은 나로 하여금 상당한 집중력과 끈기라는 능력을 선물해준 셈이다. 그처럼 평범한 일상, 단조로운 일상은 이렇다 할 문제점을 만들지 않는 데다 주위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신용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졌다. 돈을 벌지 말고 신용을 벌어라. '신용을 가진 자'는 현대의 연금술사이다. -니시노 아키히로 신용을 얻는 것이 잘 짜인 단조로운 일상 덕분에 만들어진 셈이지만, 일상이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짜여 있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짜두지 않은 다른 일정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면 난처해진다. 최근에 어느 지인이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 중인데 윤문을 좀 해주십사 하고 부탁을 해온 적이 있었다. 좌우지간 싫지 않았던 사람이라 거절할 수는 없어 우선 알겠다고는 했으나, 월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빼곡하게 짜인 일정 가운데 통째로 반나절을 비워야 하는 윤문 작업은 시간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덜 급한 일을 뒤로 미루고 윤문 작업을 끝냈다. 어쨌거나 단조로운 일상은 나름의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진 습관의 연속이고, 그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시간을 짜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만들어진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티브이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리는 일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러한 단조로운 일상이 일직선처럼 곧게 뻗은 일의 효율성이나 업무상 성과를 제공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은 단조로운 일상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나름의 시스템 안에 구축된 사이클이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사고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깨지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가치들이라는 것을 발견한 뒤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디어를 창조해내고, 꿈을 꾸거나 꿈을 실현하는 모든 과정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군이 피아노를 배운 것은 7살 때였다.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되지 않겠나, 싶어 배운 피아노가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12살 때부터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통해 피아노를 배웠고, 한국 영재교육원을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했다. 피아노를 배운 지 10여 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가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어린 나이에 아들의 훌륭한 예술적 재능을 알아보고 꽃 피울 수 있도록 지지해준 부모 덕분에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가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달달 외우다시피 읽어낸 저력이 있기에, 뭘 해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겠구나 싶다. 하지만 예술적 재능의 90%는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 훈련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재능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피아노 역시 다양한 경험 속에서 만난 하나의 취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영원한 파트너가 되어 있다. 단조로운 일상을 두고 잘 짜인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단조로운 일상을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직장 동료의 죽음, 그리고 어린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였다. 감사와 소망이 마음을 채우는 한 편,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나는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좌우를 살피지 않고 파란불 횡단보도를 전력 질주한다던지, 세 살배기 아들의 손을 잠시 놓고 길거리를 산책하는 일 따위는 결단코 내 사전에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모험심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위험을 피하되, 모험심을 따라 매 순간을 사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가치있는 일이라 믿는다. 마음 가득한 모험심을 잠자코 다독인 뒤 단조로운 일상이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고 자부하며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른이 된 아들이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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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9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이탈리아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나는 커피를 많이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잔씩 마셨는데, 그나마 요즘엔 나이 탓인지 카페인 성분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생겨 마시는 양을 줄였다. 2000년대 초반쯤 친한 후배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아침 일찍 바티칸 박물관의 어마어마한 그림과 조각들을 둘러보고, 트레비 분수를 보러 걸어가는 길이었다. 로마 시내의 모든 것들이, 하다못해 길가에 널브러진 돌멩이 하나도 다 유적이라며 감탄에 감탄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산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우리는 비를 맞으며 걷다 뛰다를 반복해 겨우 트레비 분수까지 가긴 갔는데 정작 분수 앞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더 굵어지면서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더운 여름이라 덥기도 했지만 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린 앞에 보이는 카페로 급하게 뛰어 들어가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직원에게 커피를 주문했는데 젊은 그 직원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뭔지 모르는 것이었다. 직원은 갸우뚱거리기만 하고 오히려 우리가 더 당황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란 것은 없다며... 늘 당연하게 마셨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모른다니...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인가? 결국 우리는 얼음을 넣은 커피라고 설명을 하고 기다렸는데, 테이블에 나온 커피는 정말 착실하게 커피에 얼음 몇 개만 넣은 맛없는 커피였다. 이탈리아에 도착해서 마셨던 커피들이 너무나 맛있어서 감동을 계속한 상태였는데, 사실 계속 먹었던 건 카페라떼였지 아메리카노는 아니었던 상태라 후배와 나는 그 상황이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그 사건은 그렇게 세월에 묻혔는데, 얼마 전 그 해답을 알게 되었다. 유럽에 커피가 처음 들어간 17세기 이후로 영국에서는 신분에 관계없이 철학자나 문인, 정치가들이 커피 하우스에 모여 자유주의 사상을 논했고, 이후 프랑스에서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프로코프’가 생기고 그곳에선 우리가 잘 아는 볼테르나 루소 등의 철학자들이 애용하는 카페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유럽의 카페는 자유사상과 민주주의의 토론의 장이 열리는 장소로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가 쓴 책 ‘이탈리아의 사생활’에 보면 이탈리아인들의 커피 사랑에 대한 글이 나온다. 이탈리아인들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해 커피로 하루를 마무리할 만큼 커피를 빼곤 이야기할 수가 없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이름들이 대부분 이탈리아어인 것만 봐도 그들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커피=에스프레소 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커피를 희석시킨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캐러멜라떼 등은 음료수에 가깝다고 한다. 커피 본연의 맛을 흐리게 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는 이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었던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던 거다. 얼음을 넣으면 커피 본연의 맛이 흐려지니까 말이다. 이탈리아에 얼음을 넣은 커피가 없다는 것을 십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알베르토의 말에 의하면 이탈리아에서 여름에 먹는 차가운 커피는 ‘카페 프레도’와 ‘카페 샤케라토’라는 종류로 따로 있었다. 그래도 최근엔 한국에서도 ‘카페 샤케라토’를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종종 있긴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커피 중독은 당시에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커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기에 나온 클래식곡이 우리가 잘 아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딸과 그런 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갈등을 소재로 삼고 있을 정도니 이 시기의 커피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바흐의 칸타타는 교회 칸타타와 세속적 칸타타의 두 종류로 나눠지는데, ‘커피 칸타타’는 세속적 칸타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보면 된다. ‘커피 칸타타’는 커피 하우스의 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커피 홍보 음악이자 작은 희극 오페라 같은 성격을 띠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커피를 끊게 하려는 아버지와 딸의 실랑이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바흐의 작품, 세속 칸타타 제211번 ‘커피 칸타타’ BWV211을 들으며 더운 여름의 열기를 식혀보길 추천해본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 기획·연재
    • 연재
    2022-08-0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최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지자체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머리에 하얗게 새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젊고 예쁜 여성분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면 놀라울 정도로 답답했다. 주변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중 최강자를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 중 그렇게 생각이 막혀있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놀랍게도 카카오톡 알림글에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새치, 그러니까 흰머리카락이 잘 생기지 않는다. 아내가 간혹 가다 한 두 가닥씩 뽑아줄 정도다. 언젠가 아내가 "내일 모래면 마흔인데, 새치가 없네. 신기해."하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소한 일에 걱정하지 않고 생각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10대와 20대 때는 멀리서 봐도 제법 듬성듬성 보일 정도로 새치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꽤 생각이 복잡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심각한 우울증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생각을 처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새치가 꽤 생겼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놀라우리만치 검은 머리 투성이다. 우울증 진단도 받아봤는데 0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10점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드문 결과였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성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은 상당히 무례한 사람이며, 예의범절을 모르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분에 맞춰서 태도가 달라진다. 아이러니하다. 언론의 메인을 장식하는 기사는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발생되는 결과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행위는 기본적으로 마음의 작용을 통한 사고(생각)로부터 발생하고, 통제되고, 이끌리기 마련이다. 마음에 그릇된 생각, 부정적인 생각의 찌꺼기들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태도와 자세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판을 받을 뿐더러 잘못된 선택을 할 소지가 많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방법은 한 가지다.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을 믿지 않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을 따라가서 성공한 사람들은 없다. 부정적인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생각과 기분에는 성공의 요인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 외에 회사나 조직에서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해왔던 나로서는, 생각이 굳어 있는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넓게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데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갑을 넘긴 사람들 중에도 굳어 있는 생각 때문에 대화조차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최근 들어 나에게도 크게 생겼다. 애꿎은 남탓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정보는 굳이 기억하지 않고 메모에만 의지하는 습관 때문에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누구도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나의 모습이 꽤 어색했다. 어느 순간 나도 기분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교육기관에 근무할 때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나를 돌이켜 보는 과정이 매우 절실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기도하는 내용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해 주시고'였을 정도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감정에 놀랍도록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교사의 기분과 태도에 따라 학습 성과가 큰 차이로 벌어지곤 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을 몸소 발견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단조로운 일상, 팍팍한 경제상황,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 고리타분하고 능력도 없는 데다 거만하기까지 한 상사,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는 후임 직원, 늘어가는 뱃살,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피로감 등등. 그럴 때마다 결과야 어떻든 적당히 불친절하고, 적당히 남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즐기면서 인생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될 때도 많다. 물론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자아 성찰이나 성공과 같은 의미 있는 단어들은 삶에서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의 결말은 '그늘을 지어주는 구름을 거센 입김으로 흩어버리는 북풍과 그 밖에 다른 사나운 바람의 힘이 모두 잠든 고요한 날에 크로노스의 아들이 높이 솟은 산봉우리들 위에 가만히 드리워놓은 안개와도 흡사'(일리아스 5권 525절)하게 될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낮고 겸비한 마음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 본능적인 이해력, 탁월한 지능, 상황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태도는 겸비한 마음에서만 만들어지는데, 자연스럽게 불쾌한 기분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근무하는 리더와 조직원들은 상당히 높은 자존감을 가진 분들이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사업체를 갖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만의 사업체를 가진다는 것은 이해력, 지능, 상황을 관찰하는 태도를 배운 사람들이라는 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자세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으면 어마어마한 실패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느낌으로 안다. 이와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들이나 리더들에게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조울성 기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교적 약해 보이거나 어리숙해 보이는 부분도 있으나 결정적인 상황이 되면 감정의 큰 변화가 없이 업무를 차근차근히 진행한다는 특징들이 대다수의 리더들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이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가지를 마음에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좋든 나쁘든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게 두 번째다. 최근 들어 새벽 고전 토론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기 위함이다. 큰맘 먹고 지출한 월 회비가 전혀 아깝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 기획·연재
    • 연재
    2022-07-29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독과점(獨寡占)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상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뉴스도 있고 독과점 금지법 위반을 조사했다는 뉴스도 있어. 독과점(獨寡占)은 독점과 과점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독점(獨占)은 ‘홀로 독(獨)’ ‘차지할 점(占)’으로 홀로 차지한다는 의미고, ‘적을 과(寡)’의 과점(寡占)은 적은 수의 기업이 어떤 상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야. 그러니까 하나의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인 독점과 두 개 이상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을 아울러 독과점(獨寡占)이라 하는 것이지. 독과점은 경쟁이 없는 시장 형태이기 때문에 완전 경쟁 시장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독점이나 과점 시장에서 결정되는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을 독과점 가격이라 하고, 특정 상품의 시장을 전적으로 또는 대부분 지배하여 경쟁자 없이 행하는 사업을 독과점 사업이라 하며, 독점과 과점이 형성된 시장 구조를 독과점 구조라 해. ‘용역’이 무엇이냐고? ‘쓸 용(用)’ ‘일 시킬 역(役)’으로 ‘사람을 써서 일을 시킨다’는 의미인데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제공하는 일이라는 의미야. 독과점 체제라는 것도 있는데 특정 상품의 시장을 전적으로 지배하여 경쟁자 없이 행하는 체제를 일컫지.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들어보았니? 소수의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여 상영되는 현상을 말해. 독과점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담합과 카르텔이야. 독과점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멋대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이고, 카르텔을 형성하여 이윤을 높이기 때문이지. 담합이 뭐고 카르텔이 뭐냐고? 담합(談合)은 ‘말씀 담(談)’ ‘합할 합(合)’으로 두 사람 이상이 말을 합해서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야. 남들은 모르게 자기들끼리 미리 짜고 약속했다는 뜻인데 경쟁 입찰에서 몇몇의 입찰 참가자들이 서로 짜고 입찰 가격이나 낙찰 대상자 등을 정하여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행동을 말하지. ‘카르텔’은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등에 대하여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야. 같은 종류의 생산품을 제조하는 기업 사이에 판매 가격을 협정하는 카르텔을 가격 카르텔이라 하는데, 협정되는 가격은 가격 인하를 막고 경쟁을 배제하기 위한 최저 판매 가격이 되지. 일정 가격 이하로는 제조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는 것을 말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가격 카르텔에 의한 기업의 횡포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독점 규제를 하고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독과점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독과점법(獨寡占法)이라 해. 독과점 활동을 제한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법인 것이지.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독과점 사업자를 지정하여 이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일반 사업자보다 강하게 제재를 가하고 있어.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들어 보았니? 함께 침묵하자고 약속한다는 의미인데, 사회 집단이나 이해 집단 내에서 특정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외면하여 사건이 은폐되는 사회 현상을 이르는 말이야. 비겁한 침묵이라 할 수 있고 정의롭지 못한 침묵이라 할 수 있지.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 기획·연재
    • 연재
    2022-07-20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퍼스널 트레이너의 운동법칙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는 이것저것 들쑤셔보기 마련이다. 벤치프레스도 하고, 스쾃도 하고, 덤벨도 들어본다. 평소에 먹지 않던 닭가슴살을 삶아서 먹고, 다이어트 식단도 꾸려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맥주와 안주라는 '초심'으로 돌아간다. 어떤 분야에 있던지 모든 성공자들이 Back to basic을 강조하는 이유다. 시도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목표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퍼스널 트레이너가 누구나 알 만한 직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퍼스널 트레이너가 그리 대중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생소한 직업이었고, 체계적인 헬스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던 시기도 아니었다. 그런 시기임에도 슬럼프를 이겨내며 꾸준히 30여 년 간 운동을 지속해온,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보디빌더이자 No.1 트레이너로 불리는 선수가 있는데, 강경원 선수다. 그는 훌륭한 몸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3가지를 당부한다. 1. 기본으로 돌아가라 2. 식단을 유지하라 3. 분명한 목표를 정하라 30여 년 간 운동을 해오면서 기본에 충실했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언어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전 세계 탑티어 수준의 보디빌더 선수들이 약물 중독 및 과도한 운동으로 심각한 신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와 달리, 지천명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건실하게 트레이너로 생활하는 모습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큰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은 뿌리root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은 모든 상황의 뿌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뿌리가 상한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거목이라도 뿌리가 없이는 비바람을 버티지 못한다. 사업이든, 가정이든, 뿌리가 약하거나 썩었다면 상황은 결코 호전되지 않는다. 아토피는 피부의 문제가 아니라 피의 문제라고 한다. 심장으로부터 나오는 피가 깨끗하지 않고 탁하면 아토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뿌리, 즉 기본은 명확한 기준이자 기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이 흔들리면 어떤 것도 제대로 이루어낼 수 없다. 최근 지인과 함께 운영하게 된 트레이닝 센터에서 회원수를 늘려보자는 목표 아래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실패를 경험하는 동시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마케팅 교육과 컨설팅을 받으면서 배운 아이디어들이었고, 실제로 현장에서 검증된 것들이었다. 시도한 사업들은 대부분 실패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배운 마케팅 아이디어들은 뼈가 되고 살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중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단지 뿌리기였다. 불과 하루 이틀 만에 10건 가까운 문의가 들어왔고, 고액 계약도 성사할 수 있었다. 물론 고객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끌 만한 문구와 아이디어를 넣어서 전단지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기본 활동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단지 뿌리기가 무슨 대단한 마케팅이어서가 아니라, 사업 운영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식단은 영양이다.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훌륭한 영양소이며, 기본을 꾸준히 유지시켜나갈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강경원 선수 내면의 영양은 독서, 훌륭한 귀인들의 조언과 교훈, 기도, 사색, 운동으로 만들 수 있다. 반면에 사업의 성장을 위한 조직화와 결속력 증진을 위한 노력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마음으로 연대할 수 있는 동역자가 필요하다. 성격이나 기질 면에서 동일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지라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팀워크를 꾸려서 함께 품고 달려 나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류 중 최상위 포식자인 독수리는 지구 상에서 가장 목표의식이 뚜렷한 동물이다. 2km 거리 밖에서도 사냥감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으며, 자신보다 몇 배나 몸집이 큰 동물들도 공격해서 먹잇감으로 삼는다. 그래서 독수리는 목표의식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기본, 정확한 목표, 그리고 조직화된 노력의 가치는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 단위다. 그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목표의식이다. 목표의식을 세밀하게 쪼개면 결국은 시간이 남는다. 시간의 효율성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하며 시간 배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어떤 일을 하던지 명확한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첫 책을 출간하기 전 내 목표는 '책 출간'이었다. 마감 기한도 없고, 주제도 없고, 아는 출판사도 없었다. 그야말로 목표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애매모호한 목표였다. 그러다 '2019년 한 해 3권의 책 출간하기'를 목표로 잡자마자 3권이 잇달아 계약 및 출간되었다. 물론 목표로 한 모든 일들이 생각대로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올해 반드시 100억을 벌겠다는 목표는 일론 머스크에게는 쉬운 목표일지 모르나, 한 번도 사업체를 꾸려보지 못한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전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운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3개월 안에 보디빌딩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겠다는 식의 목표도 그리 추천할 만한 게 아니다. 명확한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목표는 세밀해지기 마련이다. 성공한 경영인들은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중점 목표를 정확하게 확립한 뒤 분석된 팀워크를 바탕으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목표를 정하면 신속한 결정이 내려진다. 그리고 결정된 사항을 행동으로 옮기면 결과가 나온다. 훌륭한 결과를 내고 싶다고? 우선은 목표를 정하자.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자.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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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19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우륵’이 봤던 밤하늘의 별을 보며...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얼마 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열여덟 살의 임윤찬이 우승을 하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국의 연주자들이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상을 받는 일이 많아지니 대한민국의 클래식 수준이 이젠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라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임윤찬의 우승은 연주실력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담담한 인터뷰 내용으로 인해 더 많은 기자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은 음악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이라고 말했는데, 과연 우륵은 어떤 사람이었길래 임윤찬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같은 서양의 클래식 대가들이 아닌 우륵을 말했을까? 우륵은 원래 가야국의 한 사람이었다. 왕의 뜻을 받들어 12현의 가야금을 위한 12곡을 만들었고, 제자들에게 가야금과 춤, 노래를 가르쳤다고 한다. 가야가 망하고 신라로 가 살다가 우륵의 연주에 감동한 진흥왕의 배려로 다시 가야금 곡을 만들고 춤과 노래를 가르칠 수 있었다. 우륵이 만든 12곡은 신라에 와서 5곡으로 정제되었는데, 처음엔 마땅치 않게 여기다가 곡을 들어본 후엔 ‘즐겁지만 넘치지 않고, 애절하지만 슬프지 않으니 가히 바르다고 하겠다’ 고 했다고 한다. 임윤찬이 연주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도 이런 우륵의 음악적 정신을 떠올리며 그만의 해석으로 더 훌륭한 연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절제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주자는 어떤 곡을 연주하면서 그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과다해져 절제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너무나 슬프지만 슬픔에 빠지지 않고, 슬픔을 초월한 것 같은 그 무엇...... 그렇게 표현하기 너무 어렵지만 그런 연주를 한다면 듣는 청중에게 훨씬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임윤찬의 연주처럼 말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피아니스트들의 종착지이자 무덤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체력과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이다. 처음 이 곡을 만들고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그 당시 인기가 가장 많고 자신이 존경했던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에게 선물하며 연주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곡의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 결국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결국 이 곡의 초연은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 곡은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듣고 있으면 어마어마한 전율과 빠져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예술가는 감정을 다 뱉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절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작가 김훈 씨는 우륵의 이야기인 소설 ‘현의 노래’를 쓸 때,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씨가 우륵의 느낌을 느껴보고자 우륵이 바라봤던 밤하늘의 별을 똑같이 바라봤다는 얘길 듣고 자신도 그렇게 했었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밤 그 별을 나 또한 바라보며 우륵의 느낌을 찾아보려 한다. 15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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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1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리더의 질문, 리더의 이해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얼마 전 엄마의 생신으로 고향에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에 아내가 질문을 했다. “오빠, 어제는 왜 화가 났어?” 고향에서 부모님을 뵙고 식사를 나누던 도중 아내와 작은 마찰이 있었다.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내의 말인즉슨,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자리에 있으면 대화도 나누고 못다 한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내가 휴대폰만 보고 있더라는 거였다. 그래서 ‘휴대폰 좀 그만 만져.’하고 한 마디 했는데, 한숨을 푹 쉬더라는 거였다. 내 반응에 아내는 “왜 그렇게 예민해?”하고 이야기했고, 나는 부모님이 계신 자리에서 “너는 분위기 파악도 못해?”하고 일갈했다. 아내는 잠자코 앉아있었다. 내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안동에서 초, 중, 고,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줄곧 타지에서 생활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도 그리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다. 학과 대표에 여러 동아리 회장직을 겸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 수업을 빼먹고 놀러 다니기 일쑤였다. 전국으로, 해외로 돌아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게 유일한 자랑거리다. 덕분에 졸업 평점은 4.5점 만점에 3점이 채 안되었다. 아들의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아버지였다. 전화로 “아버지! 산부인과에서 아들의 심장소리를 들었습니다!”하고 말하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 산소에 찾아가서 눈물을 흘리셨던 분도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친척들은 모두 단명하셨다. 고향에서 아버지는 “내가 예순다섯인데, 우리 친척들 중에 제일 오래 살았다.”하고 이야기하실 정도였다. 자식 때문에 평생을 단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아오셨을 아버지의 얼굴이 무척 고단하게, 한편으로는 무척 행복하게 보였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살아계심이 인생에 찾아오는 수많은 행복들 중 하나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유년시절은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누구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고, 중고등학교 시절이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경상도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부모님은 상당히 완고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무척 어려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님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1990년대 시절 교사들의 체벌은 당연한 것이었고, 학교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던 시대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대화, 마음에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이야기를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과 나눈 기억은 별로 없다. 왕따도, 문제아도 아니었지만 마음은 늘 어두웠다. 힘들고, 어렵고, 수고스럽기만 한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턱걸이로 집 근처에 있는 지방대학을 겨우 입학한 것도 당시 내 지적 수준에서는 상당한 쾌거였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내가 상당히 외교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난 뒤에야 어린 시절의 어려움들과 수고스러웠던 기억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향이 내게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거나 마음에 아련한 슬픔을 주는 곳은 아니었다.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 상처만 남은 곳,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고향에 가는 게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두 번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을 도시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고향이 너무 싫어서, 대학만 졸업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이 시골을 떠나리라 마음먹을 정도였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해서 부모님을 뵈러 가는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늘 마음에 빚을 지고 가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 평생 지고 가야 할지도 모를 마음의 앙금인 셈이다. 게다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이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들 때문에 같이 있어도 딱히 나눌 대화거리가 없었고, 실시간으로 업무를 확인해야 하는 일 특성상 틈틈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되어 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발생한 것이었고, 급기야 분위기까지 냉랭하게 만들어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어찌 되었건 아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는 곧 아내를 이해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오빠에게 왜 화가 났냐고 물은 이유는, 오빠를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어.” 경청은 올바른 질문에서 시작된다.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으면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없고, 엉뚱한 대답을 듣게 된다. 당연히 경청이 안된다. 경청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면 올바른 대화가 불가능하다. 오랜 시간 동안 교육업에 몸담아왔기에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과 질문하는 것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올바른 질문과 이해는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훌륭한 기술 중 하나라고 믿는다. 그날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는 엄마(시어머니)를 마음 깊이 존경한다고 이야기했고, "내가 좋아서 결혼하기로 한 남편인데 왜 시부모님 앞에서 괜한 면박을 주겠어? 그렇지 않아. 잘 몰라서 이해를 못 했을 뿐이야."하고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나의 유년시절에 얽힌 이야기,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아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시시콜콜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지만, 실은 무척이나 멋진 경험이었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이야기한 것처럼, '삶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나의 사소한 실수에 대해 지적하고 질책하지만, 나는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로 가득한 유년시절을 떠올린다. 나는 아내의 잘못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지만, 사실은 아내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랐던 것뿐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질문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리더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 기획·연재
    • 연재
    2022-07-16
  •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젝트 Fun&Easy Guide to Korea] The Founding Myth: Dangun Story
    [교육연합신문=유정희 연재] ◈ 건국신화 : 단군이야기 가온) 손에 무엇을 들고 있어요? 애니) 이건 마늘과 쑥이에요 가온) 왜 그것을 들고 있는데요? 애니) 내가 먹으려고 해요 가온) 뭐라고요! 그걸 왜 먹으려는 데요? 애니) 옛날에 어떤 곰이 동굴 안에서 21일간 마늘과 쑥을 먹은 후,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가온) 그건 신화예요. 게다가 당신은 곰도 아니고요! 애니) 농담이었어요. ◈ Tell me more 옛날에 하늘을 다스리는 신의 아들 환웅이 세상을 다스렸어요. 그때 호랑이와 곰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매일 환웅에게 기도했어요. 환웅은 호랑이와 곰을 불러 마늘과 쑥을 주며 “동굴에서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고 견디면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하였어요. 그러나 호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못 참고 포기하였어요. 그러나 참을성 많은 곰은 홀로 동굴에서 견디었어요. 놀랍게도 곰은 21일 만에 아름다운 여자로 변했어요. 환웅은 웅녀를 그의 부인으로 삼았는데 웅녀는 아들을 낳고 단군이라 이름 지었어요. 단군은 자라서 고조선을 세웠어요. 고조선은 한국 역사에 있어 최초의 국가이지요. ◈ 역사 돋보기 요즘, 대부분의 엄마는 아기를 낳은 후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서 몸을 회복해요. 하지만 예전에는 아이를 낳은 집에는 삼칠일 동안 금줄을 쳐서 산모와 아기를 보호했어요. 삼칠일은 3x7일, 곧 21일을 말하는데, 21일은 웅녀가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에 머물렀던 기간으로, 건국 신화를 통해서 우리 전통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3은 하늘, 땅, 사람을 뜻하고, 7은 음·양과 오행을 합한 수라고도 해요. 단군신화에 대해 학계에서는 신화로서만 보지 않고, 역사로서 고조선의 실체를 연구·발굴하는 고고학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요. ▣ 지은이 유정희 ◇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원장 ◇ 마리이야기 대표 ◇ 융합관광콘텐츠학회 국제학술대회위원장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이사 ◇ 저서 《Fun & Easy Guide to Korea》, 《담덕이야기》, 《궁파이야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 펴낸곳 응용한국학연구소
    • 기획·연재
    • 연재
    2022-06-26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숙주(宿主)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무엇이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옮겼을까? 박쥐를 중간 숙주로 지목하는 과학자도 있고 밍크를 중간 숙주로 지목하는 과학자도 있어. 숙주가 무엇이냐고? ‘머무를 숙(宿)’ ‘주인 주(主)’로 머물러있으면서 주인 행세하는 동물이나 식물이라는 의미인데 기생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거야. 마지막 숙주를 최종숙주라 하고 발육 도중에 기생하는 숙주를 중간숙주라 하지. 기생(寄生)이 뭐냐고? ‘맡길 기(寄)’ ‘살 생(生)’으로 남에게 몸을 맡겨 살아가는 일을 가리켜. ‘벌래 충(蟲)’이 더해진 기생충(寄生蟲)은 사람이나 생물의 몸 안이나 밖에 붙어살면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동물을 가리키지. 그렇기 때문에 이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의존하여 사는 사람을 비난조로 이를 때도 많이 쓰이곤 해. 공생(共生)도 있는데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는 의미야. 종류가 다른 생물이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사는 일을 가리키지. 악어와 악어새, 충매화와 곤충,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 등이 공생의 예야. 기억나지?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영화. 아카데미상 4관왕을 수상한 영화. 그런데 영화 속 기택네 가족은 박사장 가족의 기생충일까? 아닌 것 같은데, 공생관계(共生關係)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택네가 박사장네 가족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것 아니라 기택네는 노동을 공급하고 박사장네는 기택네 노동을 공급받아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서로 싸우지도 시기하지도 않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옛날에,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가 있었고 그 사람들을 기생이라 했던 것 알지? 기생충과 연관시키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전혀 다른 개념이야. ‘기생 기(妓)’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생(生)’으로 흥을 돋게 하는 사람을 일컬었으니까.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 하는 것, 알지? 그래. ‘전염병 역(疫)’이야. 병원체에 의해 일어나는 악성 유행병을 역병이라고 해. 역학조사(疫學調査)는 무엇일까? 역학(疫學)이 어떤 지역이나 집단 안에서 일어나는 전염병에 관해 조사하고 연구하며 예방하는 의학을 가리키잖아. 그러니까 역학조사는 전염병의 발생 원인과 발생 지역이나 집단의 특성을 밝히는 일을 말하지. 전염병을 이야기할 때 전수조사(全數調査)나 표본조사(標本調査)에 착수했다는 말 들어보았지. 전체 숫자를 조사했다는 의미로 대상이 되는 통계집단의 단위를 하나하나 전부 조사하는 관찰 방법을 ‘모두 전(全)’ ‘숫자 수(數)’를 써서 전수조사라 해. 일부를 조사함으로써 모집단 전체에 관한 정보를 추측할 수 있도록 계획된 조사 방법은 표본조사(標本照査)야. ‘우듬지(나무의 끝부분) 표(標)’ ‘중심 본(本)’으로 끝부분과 중심만 보고서 전체를 추측해 알아낸다는 의미지.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 기획·연재
    • 연재
    2022-06-26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죽음과 삶 가운데 서서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아침 출근길에 아들이 "아빠, 가지 마" 하고 떼를 쓰며 울었다. 간신이 떼어놓고 가려는데, 이제는 "아빠, 가"하고 떠다 민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떠미는 아들을 두고 문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잽싸게 뛰어와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더 크게 울었다. 그런 아들을 품에 안고 한참을 다독이다가 귓가에 대고 이야기했다. "아빠는 세상을 다스리러 가는 거야. 아빠가 세상과 싸우지 않으면, 아빠도 세상에 있는 수많은 바보들처럼 평범한 사람으로 살게 될 거야. 아빠가 바보처럼 사는 것보다,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사무실에 왔는데, 동료의 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은 남편과 저녁밥을 먹던 중이었다.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밥을 먹다가 갑자기 스르르 뒤로 넘어갔고,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54세. 한창 일해야 할 나이였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세요." 장례식에 다녀온 동료가 내게 이야기한 말이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참 허무하다."하고 이야기했다. 아프리카에서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2009년 1월이었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수영을 다니시던 분이었는데, 수영을 하고 나와서 샤워하다가 쓰러지셨다는 거였다. 58년생이신 아버지가 52세 되시던 해에 발생한 일이었다.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계시던 주변분들이 신고를 하고 인공호흡을 해주셨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 뒤로 쓰러지셨으면 뇌진탕으로 위험했을 텐데, 다행히 앞으로 쓰러지셨다. 하지만 앞니가 모두 부러지는 바람에 50대 초반부터 틀니를 하셔야 했다. "한 번 쓰러지고 나니, 다음에 쓰러지면 그때는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구나."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었다. 내 나이 26살 때 일이었다. 최근 생각보다 꽤 괜찮아서 잘 쓰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지인들'의 권유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써보기로 했다. 무료 서비스 기간이 종료되기 며칠 전에 알람 설정을 해둔 채 무료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의외로 광고 없이 쓰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검색하는 단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활용 전에 검색한 단어들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광고 없는 뽀로로 ·뽀로로 1시간 ·뽀로로 키즈 ·맛있게 먹자 ·영화음악 1시간 그리고 프리미엄을 이용하고 난 뒤 검색한 단어들의 순서다. ·일리아드 ·하버드 수업 ·헬스 식단 ·성공철학 ·프린스턴 강의 ·일리아드 강해 ·고흐 ·오디오북 세상을 떠난 그분이 자신의 마지막이 오늘이 아닌 어제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해왔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족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매 순간 감사의 마음으로 세상 모든 것들에 작고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세상과의 단절, 나아가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족은 모든 단위 중에서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최소의 기관이다. 가족이 있기에 우리는 더 정직한, 순수한, 이성적인 판단과 선택에 순응하며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이처럼 함께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손을 잡고 담소를 나누던 수많은 시간들을 그저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리는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차갑게 식혀주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변하지 않은 채 몇 시간이고 지속되는 마음의 상태는 없다.'는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죽음 이후에 남은 가족들과 친구들은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을 애써 외면하며 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항상 죽음을 앞에 두고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존재의 핵을 제외한 모든 것은 실은 허상이다. 우리가 온전히 '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육신과 감각, 사고와 지능, 돈과 명예, 능력과 재능까지도 모두 잠시 빌린 것이며 어딘가에서 우연히 얻은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그 공적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라는 생각은 아무런 근거도 실체도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왜 리더인가 197P, 이나모리 가즈오, 다산북스 기억조차 희미한 어느 순간부터 감사일지를 쓰고 있다. 매일 감사 일지를 쓰는 동안, 이전에 없던 감사가 마음을 채우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억지로 적어 내려 가던 감사 일지가 지금은 진정한 감사가 되어 빼곡하게 노트를 채운다. 처음에는 ‘말할 수 있는 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던 것이 갈수록 ‘볼펜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휴대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바뀐다. 지금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손가락의 감각, 모니터를 바라볼 수 있는 건강한 눈, 목을 축일 수 있는 물, 그것도 정수기의 필터를 통과하여 실 한오라기만큼의 먼지도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물, 그처럼 깨끗한 물을 삼킬 수 있는 건강한 목,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강한 귀도 모두 하늘의 선물이며 축복이라는 것을 안다. 죽음과 삶 가운데 존재하는 것들 중에 이처럼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 감사를 제외한다면, 그 외에 또 무엇이 의미있는 것으로 남는단 말인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 기획·연재
    • 연재
    2022-06-23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호우주의보(豪雨注意報)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호우주의보’ ‘호우경보’에서 ‘호우’가 무슨 의미냐고? ‘비 우(雨)’인 줄은 알겠지만 ‘호’의 의미는 모르겠다고? 좋아. 괜찮아. 지금 알아도 괜찮아. ‘뛰어날 호(豪)’야. ‘뛰어날 호(豪)’는 뛰어나고 화려하다는 호화(豪華), 강하고 뛰어나다는 강호(强豪), 부유함으로 뛰어나다는 부호(富豪),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문호(文豪), 뛰어나게 사치스럽다는 호사(豪奢)에도 쓰여. 역사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호족(豪族)도 마찬가지냐고? 듣고 보니 맞네. 뛰어난 집안, 권세가 당당한 집안을 가리키니까. 지방에서 재력과 세력을 바탕으로 힘을 과시하는 사람은 토호(土豪)라고도 했지. 일정 시간동안 일정량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때 기상청에서 내리는 기상특보를 호우주의보, 호우경보라 한다는 것은 알지? 그러면 주의보와 경보 중 어느 것이 비가 더 많이 온다는 것일까? 주의보(注意報)는 주의를 주는 예보이고 경보(警報)는 경계하라는 예보야. 주의하라는 말보다는 경계하라는 말이 더 강한 느낌이니까 경보일 때 비가 더 많이 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돼. 운동경기에서도 작은 파울이면 ‘주의’를 주고 큰 파울이면 ‘경고’를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을 거야. 호우주의보는 3시간 동안 강우량이 7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mm 이상의 비가 예상될 때 발령되고, 호우경보는 3시간 동안 강우량이 9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80mm 이상의 비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고 해. 호우와 비슷한 말에 폭우가 있어, ‘사나울 폭(暴)’으로 사납게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비를 일컫지. ‘국지성 폭우’라는 말 들어보았지? ‘국지(局地)’는 한정된 범위의 지역이라는 의미야. ‘침수가 우려된다.’고도 하는데 ‘담글 침(浸)’으로 집, 논밭, 도로 등이 비로 인해 물에 잠긴다는 의미야. 범람(氾濫)은 또 뭐냐고? ‘넘칠 범(氾)’ ‘넘칠 람(濫)’으로 물이 넘쳐흐른다는 의미야. 그런데 범람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상, 물건, 세력 등이 마구 쏟아져 나와 퍼진다는 의미로도 많이 쓰여. 비가 많이 오면 제설(除雪) 작업을 한다고 하지? ‘없앨 제(除)’ ‘눈 설(雪)’로 눈을 없애는 작업이야.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제설함(除雪函)을 본 적 있을 것인데 눈을 제거하는데 사용하는 모래나 염화칼슘 등을 넣어서 보관하는 상자야. ‘제막식(除幕式)’이라고 들어 보았니? 동상(銅像)이나 기념비(紀念碑) 등을 세운 다음에 기념하기 위한 의식을 일컬어. 왜 제막식이라 하냐고? ‘없앨 제(除)’ ‘막 막(幕)’으로 막을 없애는 의식이기 때문이야. 이해가 안 된다고? 동상이나 기념비를 다 만든 다음에 흰 헝겊으로 씌워놓았다가 의식을 시작하게 될 때 관계자들이 모여 그 막을 내리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야. ‘보(報)’는 ‘알릴 보(報)’야. 사실에 대해 알려줌을 통보(通報)라 하고, 정보를 제공함을 제보(提報)라 하며, 새로 들어온 사실을 빨리 알려주는 일을 속보(速報)라 해. 적의 내부에 침투하여 적의 형편을 살펴서 알려줌을 첩보(諜報)라 하고, 자세하게 알림을 상보(詳報)라 하며, 어떤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벽이나 게시판 등에 붙이는 종이를 벽보(壁報)라 하지. ‘홍보’ ‘대자보’도 ‘알릴 보(報)’냐고? 그래. 널리 알리니까 홍보(弘報)인 것이고, 큰 글자를 써서 벽에 붙여 알리니까 대자보(大字報)인 것이야.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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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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