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2(목)
 
[교육연합신문=육우균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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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확산하는 방법을 좀더 살펴보자. 일단 ‘나무’를 키워드로 하여 ‘나무’하면 생각하는 단어들을 종이에 적어본다. 꽃, 풀, 푸르다. 서 있다. 숲, 휴식, 그늘, 앉고 싶다. 굳세다, 산 등등이 있을 것이다. 자유연상의 결과들을 명사형과 동사/형용사형으로 나누어 분류해본다. 명사형과 동사/형용사형을 연결하여 문구나 문장을 만들어본다. 예를 들면 ‘꽃이 푸르다.’, ‘꽃이 서 있다.’, ‘그늘에 앉고 싶다’, ‘휴식이 굳세다’ 혹은 ‘푸른 휴식’, ‘앉고 싶은 그늘’, ‘굳센 숲’ 등등이 될 것이다. 여기서 일상적인 낯익은 문장들은 빼고, 낯선 문장들을 추려낸다. 왜냐하면 창조란 ‘낯설게 하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푸른 휴식’, ‘굳센 숲’처럼 비일상적인 표현들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마치 광고 문구같은. 이어령 박사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라는 책을 낼 때 ‘제목을 어떻게 정할까’를 고민했는데, 마침 ‘한국의 문화풍토’라는 말이 생각났고, ‘풍토(風土)’를 우리말로 풀어보니 ‘풍’을 ‘바람으로, ‘토’를 ‘흙’으로 바꿔 새말이 됐다고 했다. ‘바람 속에 흙 속에’로 하지 않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바꾸니까 한국의 풍토론이 시적 감각어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낡은 개념어를 우리 토착어로 바꾸고 순서를 바꾼 것뿐인데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언어가 탄생했다는 일화다. 이 일화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창조란 있을 수 없다. 기존의 것들을 연결하고, 편집하고, 융합한 결과가 바로 창조다. 
 
논의를 심화시켜 보자. ‘무게중심’을 키워드로 6-LCAMST 영역으로 생각을 확산해보자. 먼저 L(언어)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직립한다는 점이다. 직립은 균형잡기다. 몸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설 수 있다. 『주역』을 관통하는 무게중심은 ‘성실함’이다. 주역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전제 위에 인간도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드러낸다. 시간은 변화를 잉태한다. 시간은 어김없고 가차 없다. 시간의 선분 위에서 명멸해 가는 생명들일지라도 ‘성실함’을 가지고 있으면 안 좋은 효사가 나와도 비켜간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C(사회)는 중산층이 무게중심을 잡아야 나라가 산다. 국가는 중산층이 잘 살아야 한다. 나라의 무게중심은 중산층이다. A(예술)는 드럼은 밴드 음악의 무게중심이다. 중간에 위치하여 박자로 음악 전체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M(수학)은 무게중심을 찾는 수학 공식이다. S(과학)는 시소의 지렛대의 원리로 받침점을 중심에 두고 작용점과 힘점 사이의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원리다. T(공학)는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에 사건으로 발전되었던 세월호 사고의 균형 문제, 즉 무게중심을 잡는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가 사고의 팩트였다. 선박 평형수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전한 운항을 할 수 있도록 평형수를 담는 물탱크인 밸러스트 탱크에 채워 넣는 바닷물을 말하는데, 세월호 사고는 돈을 더 벌 목적으로 두 개의 밸러스트 탱크 중 하나를 떼어내고 빈 자리에 짐을 싣는 공간으로 구조 변경해서 일어난 사고다. 
 
이렇게 생각의 확산을 통해서 생산된 지식들을 융합하여 의식의 확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L+T)로 융합하여 의식의 확장으로 나간 것을 정리하면, 우선 아기가 태어나 1년이 지나면 걷기 시작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습을 통해 걷고 설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직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몸의 균형, 즉 몸의 무게중심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철학적 입장에서 보면 주체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 첫 번째 증거다. 몸이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도 무게중심을 잡고 주체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M+S)로 융합하여 의식을 확장해 나가면, 수학에서 삼각형의 무게중심을 찾는데, 수학적 정의(공식), 또는 중심의 교점이 무게중심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지도되고 있다. 그것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무게중심을 찾고 그 원리를 깨닫도록 해야 한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수학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수학의 본질적인 측면을 체험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수포자’란 말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C+A)로 융합하여 의식을 확장해 나가면, 사회영역에서 국가는 중산층이 무게중심을 갖기 때문에 그 모양이 항아리형 구조가 된다. 밴드 음악에서 중심 위치가 되는 드럼은 박자로 밴드 음악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것을 스포츠인 볼링에 적용하면, 볼링공 10개를 선반 위에 올려 놓을 때 그 중심점이 ‘킹핀’이라 해서 5번 공을 중심으로 배치된다. 볼링에서 5번 킹핀을 쓰려뜨려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아무리 많은 핀을 맞혀도 5번 공을 맞히지 못하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경영학에서 조직의 리더라면 일을 지시하거나 문제 해결을 할 때 반드시 킹핀(5번 공)을 찾아내어 공략해야 한다. 이처럼 생각의 확산을 통해서 의식의 확장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애써 찾은 지식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되고 의식이 확장되어 지식에서 지혜로 나아가는데 유용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기까지 나아갔다면 그것은 지식의 수용자에 머무르는 것이다. 즉 창조의 다리를 건너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의 수용자가 아닌 지식의 창조자가 되려면 자신이 확장한 의식을 자신의 것으로 수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키워드(무게 중심)를 은유로 정의하는 것이다. ‘무게중심은 000이다.’는 식으로. 예를 들면 무게중심은 삶의 성실함이다. 무게중심은 직립인간이다. 무게중심은 중산층이다. 무게중심은 밴드 음악의 드럼이다. 무게중심은 시소의 받침점이다. 무게중심은 선박 평형수다 등등. 이것은 셜록 홈즈가 쓰던 방식인데, 자신의 머릿속에 도서관을 가상으로 넣어두고 도서목록을 만들어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지식이 내 것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4차 산업시대, AI나 로봇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힘은 어디서 오겠는가? 바로 생각의 힘이다. 그럼 생각의 힘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생각의 확산과 수렴이다. 
 
확산된 생각을 주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육화(Incarnatio)시키려면 확산된 생각을 은유로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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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교육연합신문 교육국장
◇ 前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자문위원
◇ 前중등교사 임용시험 채점위원
◇ 前인천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교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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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깨봉 칼럼] 생각을 확산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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