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6-10(수)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지택림괘는 위에 땅(☷)이 있고, 아래에 연못(☱)이 있는 모양이다. 연못 위에 대지가 펼쳐진 모습이다. 즉 대지 위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는 다스림의 상이다. 臨자는 금문에 보면 큰 눈을 가진 사람이 무언가를 보는 모습이다. 설문해자에도 臨은 내려다 보며 감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중을 포용하고 보호하는 자세가 대지와도 같이 넓어야 한다. 괘사에 원(元), 형(亨), 이(利), 정(貞)의 4덕(德)이 들어 있다. 『주역』에 4덕이 들어있는 괘는 중천건, 중지곤, 수뢰준, 지택림, 천뢰무망, 택화혁의 6괘다. 
 
이 ‘다스림(~에 임하다)’과는 정반대되는 문학작품이 있다. 20세기 영미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동물 농장(Animal Farm)』이다. 이 소설은 ‘정치 권력을 부패시키는 근본적 위험과 모순에 대한 빼어난 우화’, ‘문학의 사회 비판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긴 위대한 풍자소설’이라 평가받는다. 
 
조지 오웰은 이 소설에서 인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혁명을 이루고 이상 사회를 건설한 동물공동체가 변질되는 모습을 통해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며 스탈린 독재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등장인물은 인간 주인인 존즈(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를 상징), 혁명을 호소하는 늙은 메이저(마르크스), 독재자 나폴레옹(스탈린), 나폴레옹에게 축출당하는 스노볼(트로츠키) 등이다. 혁명이 성공한 후에 그것이 어떻게 변질되고,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이 어떻게 국민을 속이고 핍박하는지를 면밀히 그린 이 우화는 특정한 시대에만 한정되어 읽히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인류가 사회를 이루고 살 때부터 벌어진 ‘독재’를 함축적인 등장인물과 사건을 통해 그려내어 시대와 관계없이 유효한 풍자를 담고 있다.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을 공산화하고 우상화가 진행된다. 동물농장은 겉으로 공화국으로 바뀌고, 나폴레옹은 만장일치로 대통령에 선출된다. 스노볼이 만든 7계명은 단 하나의 계명으로 바뀐다. 바로 그 유명한 문구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다만 몇몇은 더 평등하다.”로. 그런 와중에 주변 농장의 주민들이 동물농장의 초대를 받고 만찬이 벌어진다. 그 후 만찬장은 난장판이 된다. 바로 카드놀이에서 서로 속임수를 썼다고 다투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동물들은 이제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구별할 수 없다며 한탄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마지막 장면이 『동물 농장』의 압권이다. 이는 초기 동물주의의 이념을 완전히 버렸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 오웰은 스탈린으로 인하여 변질된 공산주의를 비판하고자 동물농장을 썼지만 실제로 동물농장 내용과 같은 사례는 많다. 시민혁명으로 왕과 귀족을 몰아낸 부르주아들이 자본과 법으로 새로운 지배층이 되거나 독립운동으로 외세를 몰아낸 독립운동가들이 외세 못지 않는 악질적인 지배자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노동운동으로 선출된 노조위원장이 사업자들 못지않게 같은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례 등 현재 주변 갑질 사건을 보면 인간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인(小人)은 세상을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어느 위치건 어느 환경이건 상관없다. 그것이 조직이든 나라든 말이다. 우리는 『동물 농장』의 소설을 다스림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동물 농장』은 풍자소설로서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한다. 공산주의라는 허울 좋은 이념을 사람들에게 세뇌시켜 나라를 건설하고 그런 다음 권력을 잡고, 우상화하고, 독재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일성의 삼대에 걸친 일가의 모습이다. 북한도 공식 명칭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다. 북한은 인민들을 위한 국가인가? 아니다. 왜? 인민을 위한 국가가 자기 아들에게 세습하는가. 인민들은 이들을 위한 희생양이자 도구다. 
 
『주역』의 지택림괘는 말한다. 다스림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단계가 있다고. 함림(咸臨)→감림(甘臨)→지림(至臨)→지림(知臨)→돈림(敦臨)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다스림은 ‘돈림(敦臨)’이다. 다스림이란 남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지혜, 공감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교만하지 않고, 정의로운 세력들을 도와 포용하는 다스림을 취해야 한다. 군자도 사익을 취하면 소인이 될 수 있고, 소인도 대의를 쫓으면 군자가 될 수 있다. 남을 다스림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필독하기 바란다. 베트남의 통일 영웅인 호치민도 평상시에 『목민심서』를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지 않는가. 
 
지택림괘의 효사는 ‘다스림’의 다섯 단계를 말하고 있다. 
먼저 ‘함림(咸臨)’은 ‘느끼면서 임한다’는 뜻으로 감응하는 사회를 말한다. 토론하는 사회보다는 토의, 협의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감림(甘臨)’은 ‘달콤하게 임한다’의 뜻으로 자신의 운명이 잘못될 것을 걱정하여 그 자세를 뜯어고치는 자세를 말한다. 대중에게 진실로 대하지 않고 꾀를 부려 감언이설, 교언영색하며 다스리는 사회다. 이런 사회는 아무런 이득을 가져 오지 못한다. 
 
‘지림(至臨)’은 ‘지극 정성으로 임한다’의 뜻으로 상하가 교류하고 친하게 소통하며 임하는 자세를 말한다. 유현덕이 제갈량을 찾듯이 자기를 낮추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다스림이다. 이는 머리로 다스리지 않고 몸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지림(知臨)’은 ‘지혜로써 민중에게 임한다’는 의미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처럼 신하들과 토론(강연)하고 거기서 얻은 지혜로 민중의 도움이 되게 다스리는 것이다. 
 
마지막은 ‘돈림(敦臨)’인데, 이는 ‘대군의 본보기를 따라 민중에게 임한다’는 의미로 가장 높은 자리에서 교만하지 않고 정의로운 세력들을 도타운 마음으로 포섭하는 자세를 말한다. 다스림의 단계 중 가장 높은 위치의 자세다. ‘허명(虛明;텅 빈 햇살)’처럼 본인이 다스리지만 대중은 누가 다스리는지 알 수 없는 다스림이다. 중국의 삼황오제의 요순시대처럼. 
 
보다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 대중을 다스리려 하지 말고, 바다와 같은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 대중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가는 다스림이어야 한다고 『주역』은 말한다. 김민기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노래 「봉우리」라는 가사에도 ‘산봉우리’와 ‘바다’와의 비교를 통해 높고 뾰족한 산봉우리를 오르려 하지 말고, 저 아래 낮은 데로 흘러 고인 바다를 봐야 한다고. 기독교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고. 오늘 밤에는 김민기의 「봉우리」 노래에 취해 봐야겠다. 
 
“…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뭇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육우균.jpg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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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균의 周易산책] 다스림의 역할과 그림자-'동물 농장'(지택림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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