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 화면 속 친구에서 가족으로…
서울세종고–대만 샤오강고, 국경을 넘은 우정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크기변환]환영식4.JPG](https://www.eduyonhap.com/data/tmp/2608/20260824152258_fabwzvfq.jpg)
지난 여름, 서울세종고등학교(교장 서정선) 학생들이 대만을 방문하며 다졌던 우정이, 올해 가오슝 샤오강 시니어 고등학교(교장 薛鈺勤) 학생들의 한국 방문으로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샤오강고 학생 20명과 서울세종고 K-호스트 학생 22명, 총 42명의 학생은 8월 16일부터 22일까지 6박 7일간 학교와 가정, 서울 곳곳을 오가며 특별한 시간을 함께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대만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적은 환영 피켓을 든 서울세종고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빛은 오랜 기다림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지난 2년간 온라인 교실에서 화상으로 안부를 나누고, 지난해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던 두 학교 학생들이 마침내 국경을 넘어 다시 마주한 순간이었다. 화면 속 친구가 눈앞에 다가오자 수줍었던 첫인사는 금세 환한 웃음과 뜨거운 포옹으로 번졌다. 이 만남의 바탕에는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꾸준한 국제공동수업이 있었다. 샤오강고 류쯔쥔(劉姿均) 교사와 서울세종고 장서윤 교사는 연간 10회 이상의 온라인 공동수업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며 두 학교를 이어왔다. 학생들은 서로의 학교생활과 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주제를 함께 탐구하며,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조금씩 가까워졌다. 이번 한국 방문은 화면 속에서 쌓아 온 배움과 우정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진 뜻깊은 결실이었다.
학교에서 함께한 시간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환영식에서 대만 학생들이 정성껏 준비한 노래를 선보이자, 한국 학생들은 역동적인 K팝 공연으로 화답했다. 음악과 박수 속에서 처음의 어색함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행사장은 두 학교 학생들의 웃음과 환호로 가득 찼다.
교실에서 진행된 대면 공동수업도 뜻깊었다. 수학 시간에는 대만의 버블티와 한국의 바나나우유 가격을 환율로 계산하며 양국의 생활물가를 유쾌하게 비교했고, 과학탐구실험반에서는 ‘활성탄 기반 수질 정화 시스템’을 함께 연구하며 머리를 맞댔다. 모의유엔 동아리와 미술 수업에서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한국의 전통 갓과 부채를 직접 만들어 보았다. 체육 시간에는 배구와 농구를 함께 즐기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되었다. 학생들은 과학과 환경, 문화와 예술, 스포츠를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름 속에서 닮은 모습을 발견해 나갔다.
사회정서학습(SEL) 시간에는 여러 개의 줄을 함께 조절해 영어 단어를 완성하는 협동 활동이 진행됐다.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과제 앞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고, 서툰 말 대신 눈빛과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마침내 하나의 단어를 완성했을 때 터져 나온 환호는 협력과 공감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것은 학교 밖 호스트 가정에서 나눈 평범한 일상이었다. 대만 학생들은 남산과 한강, 성수동 등 서울의 명소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 친구가 어린 시절 땀 흘렸던 동네 태권도장을 함께 방문해 힘찬 기합을 넣어 보고, 조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한국의 정겨운 K가족 문화도 직접 경험했다.
총 42명의 K-호스트 학생과 대만 학생들은 단순한 방문객과 안내자가 아니라 서로의 일상으로 한 걸음 들어간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서울의 거리를 걸으며 웃고 이야기한 평범한 시간이 오히려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하게 해 준 특별한 배움이 되었다. 대만 학생 YuJie Huang은 “아기자기한 한국 학교도 좋았지만, 나를 진짜 가족처럼 따뜻하게 품어 준 호스트 가정에서의 시간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세종대학교 탐방에서는 예술과 애니메이션에 인공지능과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버추얼 미디어 기술을 체험했다. 학생들은 버추얼 스튜디오를 둘러보며 미디어 기술의 변화와 인공지능이 그려 갈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기술 앞에서 호기심 어린 질문을 이어 가는 학생들의 눈빛에서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글로벌 인재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타이샤 바우(Tai-Sha Bau) 교사 역시 “한국의 현대적인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따뜻한 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교류는 미래를 위한 환경 실천으로도 이어졌다. 두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주변 하천길을 함께 걸으며 ESG와 탄소중립의 의미를 되새기고, 교정에 심은 나무에 함께 물을 주었다. 서로 어깨동무하고 환하게 웃는 학생들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이들이 함께 가꾼 것은 비단 작은 나무 한 그루만이 아니었다. 국경을 넘어 단단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두 학교의 건강한 우정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약속이었다.
입국하던 날 공항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를 맞이했던 학생들은 마지막 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아쉬움의 눈물을 훔쳤다. 모니터 속에서 시작된 인연은 화면 밖으로 이어져 서로의 삶에 선명한 자취를 남겼다. 과학과 환경, 인공지능과 문화를 함께 배우며 성장해 갈 서울세종고와 샤오강고의 우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