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1-02(월)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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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갑작스러운 사별 이후 겪게 되는 심리적 충격뿐만 아니라 경제적·행정적 어려움까지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김대선)와 한국생명운동연대(상임대표 조성철)는 9월 16일 장종태·이성권·서왕진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살 유가족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자살 유가족에 대한 지원정책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한편, 유가족이 직접 참여하는 동료지원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매년 발생하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은 한 명의 자살 사망자가 발생할 때 가족과 주변 사람 등을 포함해 여러 명이 영향을 받으며, 2024년 기준 자살 사망자 1만 4872명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12만 명의 유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자살 유가족은 약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유가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별 직후부터 회복 과정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살 유가족은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과 죄책감, 사회적 낙인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와 주거 문제, 행정절차 등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동시에 겪을 수 있어 기존의 심리상담 중심 지원만으로는 충분한 보호가 어렵다는 것이 이날 토론회의 주요 문제의식이었다.


김대선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경제적·행정적 위기에 놓인 유가족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입법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유가족이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각종 행정절차와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유가족이 또 다른 비극에 노출되지 않도록 심리·경제·사회적 지원을 포괄하는 다각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조발표에 나선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자살 유가족을 단순히 보호하거나 관리해야 할 고위험군으로만 바라보는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임 공동대표는 “자살 유가족이 직접 경험한 사별과 회복의 과정 자체가 다른 유가족의 회복을 돕고 자살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전문성이 될 수 있다며, 유가족을 자살예방 정책의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기획과 실행에 참여하는 주체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2025 국가 자살예방 전략’이 자살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적·사회구조적 과제로 바라보면서 유족 원스톱 지원 확대와 상담·치료 지원 강화를 추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전문가와 공공기관이 지원을 주도하는 구조가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가족이 지원 서비스의 기획과 운영, 평가뿐만 아니라 자살예방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당사자 주도형 동료지원’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임 공동대표가 제시한 동료지원은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회복 과정에 있는 유가족이 새롭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자신의 경험과 생활정보, 회복 과정에서 얻은 도움을 공유하는 비임상적 지원 방식이다.


전문가의 치료나 상담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곁에서 공감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가족이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지원체계와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임 공동대표는 “한국형 동료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유가족이 처음 지원을 받는 단계에서부터 동료지원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유가족이 주도하는 전국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기관과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동료지원 활동가를 안정적인 유급 인력으로 양성하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유가족 모임에도 다년도 직접 보조를 제공하는 한편, 경찰과 소방, 응급의료기관, 장례식장 등에서 유가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동료지원 조직으로 즉시 연결될 수 있는 실시간 의뢰망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임 공동대표는 “동료지원은 유가족 보호를 넘어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민관협력의 수준을 높이는 자살예방 정책의 변곡점”이라며 “공공은 재정과 공간, 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하고 유가족은 정책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자살 유가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유가족 당사자가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고문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자로 참여한 조성래 국무조정실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 제도개선지원과장은 “유가족이 필요한 도움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생계와 주거, 돌봄 지원까지 끊김 없이 연계되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9대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을 바탕으로 유족 원스톱 지원과 지역 자조모임의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유가족과 동료지원 활동가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력해 지원 공백을 보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김혜정 자살유가족과 따뜻한 친구들 대표는 “유가족들이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자율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공간과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유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이 재정적 기반과 제도적 안전망을 책임지고 마련하면서도 실제 활동의 방향과 운영은 유가족이 주도하는 전국적인 동료지원 인프라라며, 유가족을 일방적인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는 하향식 구조에서 벗어나 유가족이 서로를 존중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주체가 되는 새로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양두석 한국생명운동연대 운영위원장은 자살예방 정책에서 유가족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운영위원장은 “유가족이 단순히 지원을 받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예방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참여하는 자살예방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17개 시·도와 229개 지방자치단체에 자살 유가족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자살예방기관과 자살예방교육 강사 등에 유가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민관협의체에도 유가족이 반드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실제 유가족의 경험과 요구가 지역 자살예방 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관한 장종태·이성권·서왕진 국회의원은 “자살 유가족이 가족의 죽음 이후 혼자 고통을 감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들 국회의원은 “유가족이 필요한 순간 국가와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유가족 지원에 필요한 예산과 입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자살 유가족을 바라보는 정책적 관점을 ‘지원받는 대상’에서 ‘자살예방 정책의 주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시됐다.


특히 유가족이 경험한 사별과 회복의 과정이 다른 유가족의 회복을 돕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족 중심의 동료지원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공의 재정·행정적 지원과 유가족의 주도적인 참여가 결합된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자살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상담과 치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제·주거·돌봄·행정지원과 동료지원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또 유가족의 경험이 실제 자살예방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가 향후 관련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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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유가족, 지원 대상 넘어 자살예방 정책 주체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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