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이선진 기자, 이준영 기자]

 

 ‘과정’도 도전이다!
3D FIT 안면조소술을 고안한 Dr. Baek Story


백정환 에이치성형외과 원장 / 성형외과 전문의


어린 시절 백정환 원장은 작은 용돈들을 모아 조립식 장난감과 프라모델을 사서 만드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고가의 장난감이라 할지라도 그의 레이더 망 안에 들면 부모님께 설득을 구해 원하는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꼭 넣었고, 며칠 밤을 새서 조립을 하다가 잠들기도 했던 추억 속 꼬마아이. 어릴 적부터 오타쿠 기질이 있었던 그는 컴퓨터와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이랬던 그가 훗날 의대를 택하여 성형외과 의사생활을 순탄하게 지내던 어느 날. 어린 시절 잊고 지냈던 열정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 그 불씨를 살린 기회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3D 프린터’와의 인연이다. 오늘 <주간인물>에서는 백정환 원장을 만나 성형외과 의사로서 남다른 재건수술 이야기와 그의 영향력을 조명해보았다. _취재 이선진, 이준영 기자 / 글 이선진 기자

 

3D FIT 안면조소술, 화려한 성형수술 뒤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다

 

백정환 원장이 미용성형 분야에서 몸 담아 온 기간은  10여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이런 그가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3D프린터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 분야를 시작하게 되면서, 교통사고로 인한 재건과 잘못된 성형수술의 복원에 뜻을 둔 재건수술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된다. “2012년 6월의 어느 날. 한 환자에게서 날아온 편지가 의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무분별한 사각턱 절제로 턱뼈를 잘못 깎아 고통 받는 환자가 찾아왔는데, 달리 손 쓸 방법이 없었어요. 이 환자의 x-ray와 CT 사진을 보니 의사로서의 미안함과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제한적이라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백 원장은 “당장은 힘들겠지만, 방법을 찾아 보겠다, 그리고 찾게 되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로 환자에게 약속을 하고, 수술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오랜 연구 끝에, 백 원장은 3D프린터로 보형물을 제작해 미용, 재건수술에 적용하는 ‘3D FIT 안면조소술’을 고안하게 된다. 자신의 턱뼈를 그대로 3D모델링을 해 3D프린터로 뽑아내고, 그 단면에 딱 맞는 보형물을 만들어 넣는다는 기술이었다. 이 3D프린팅을 성형외과 수술에 도입해 상용화한 것은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일이었다.
“대학 시절 양악 수술 전 RP model을 통해 수술 전날 수술방에서 늦은 시각에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던 경험과, 3D CT를 통해 하악골과 그 연부 조직을 측정하는 논문을 썼던 경험이 떠올랐어요. 그러던 중 3D프린팅이라는 기사를 2013년 초에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3D프린팅을 성형외과 수술에 도입해 정확도, 재료 적합성,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며 상용화시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요. 오랜 연구와 검증 끝에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장비를 도입하여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빌자면 “양악수술로 심한 개턱현상, 무리한 T절골로 인한 계단현상, 이마나 정수리 등 두상이 함몰된 사람, 앞과 옆 광대의 함몰 등 안면부 안면윤곽의 시술은 모두 3D FIT 안면조소술로 적용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잘못된 시술로 아무리 심하게 잘려나간 턱뼈라 할지라도 90% 이상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간 많은 환자들이 백 원장의 손을 거쳐갔지만 특별히 마음에 남는 환자도 있었으리라 궁금했던 기자는 ‘기억에 남는 케이스’에 물음표를 던졌다.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함몰, 변형된 어머니가 계셨어요. 뇌수술을 하신 적이 있고 사고를 당하신 분이었는데 그 분께 복원 수술을 해드린 적이 있어요. 수술 후 환자분께서 활짝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복원 수술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3년 전, 같은 모습으로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백 원장의 어머니를 떠오르게 한 이 환자는 시의적절하게 찾아와 수술을 받았고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얼마 전에 찾아온 한 환자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을 주었다. “7년 전 외상에 의해 턱뼈가 금이 간 채 별다른 치료 없이 7년을 보냈다는 이 환자 분은 좌측 하악각이 없었습니다. 입은 틀어지고 음식은 씹을 수 없고 치아는 거의 못쓸 지경이었고요. 입을 벌리는 것도 말하는 것도 불편해하셨지요.” 어떻게 해서든 환자를 치료해주고 싶었던 백 원장.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걸 잘 알았던 그는 수술을 위해 치과 의사와 티타늄 보형물을 제작해줄 업체 CEO를 만나 협력을 구했다. “흔쾌히 수술에 동참해 주겠다고 하셔서 많은 분들의 협력으로 진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여개의 임플란트, 10여개의 보철 치료, 손실된 하악의 재건, 삽입된 티타늄 보형물에 임플란트 식립, 턱관절의 원위치 및 물리치료, 정상 교합을 위한 교정치료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함께 한다면 그야말로 ‘선한 일’이고 보람 있는 일 아니겠냐며 그가 의미를 전한다. 그저 정상적으로 말하고 정상적으로 식사하고 이분의 입가에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에게 ‘도전’이고 이 일을 시작한 ‘이유’라고.


한편, 에이치성형외과의 재건지원프로그램은 기자의 눈에 띄기에 충분했는데, “화려한 성형수술 뒤에 가려진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3D FIT 안면조소술이 해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사진과 사연을 바탕으로 복원 가능성 및 재건지원프로그램의 취지에 맞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사연이 있는 이들을 선정하여 무료로 수술 지원을 해주며, 선정된 이들에게는 기부금을 자율로 맡겨 선천성 기형 아동 돕기 재단에 납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과정을 즐기는 ‘오타쿠’들의 ‘콜라보레이션’

 

백 원장이 고안한 3D FIT은 내 몸에 딱 맞는 나만의 보형물을 만들 수 있기에, 기존 보형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체한다는 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내 몸에 딱 맞지 않아 생겼던 문제들, 최소한 부작용에서 3D FIT은 해결을 가능케 했고 기술과 의학이 융합된 새로운 접근을 만들어냈다. “엔지니어도 아니고,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머도, 재료공학자, 화학자도 아닌 제가 3D 모델링을 활용해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여기저기 손 벌려야 하는 일이 많지만 일단 질러보니 재미있는 건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군요. 한 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사업이든 취미든 같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우리가 함께해보자’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오던,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제 친구가 있는데요. 어느 날 서울대 화학과 대학원생으로부터 저는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부분에 의견을 나누고자 저희 병원을 방문하겠다고 말이죠. 연배가 지긋하신 교수님을 떠올리며 제가 학교로 찾아뵀더니 의외로 젊은 교수님이셨습니다. 알고 보니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제 친구와 그 교수님이 ‘서울대 화학과 동기’간 이더라고요.” 교수진의 특허기술과 백 원장의 연구분야는 응용해서 접목이 되었고, 또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관심 있는 오타쿠들이 모여 물밑작업 하는 것들을 모을 수 있다면, 새롭게 도래한 융합시대에 의미 있고 창조적인 무언가가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서로의 관심사가 맞아 떨어질 때 시너지는 증폭됩니다. 혼자서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같이 가는 거라 생각해요.” 

 

백 원장은 남다른 깊이와 통찰력이 있었지만, 진중하고 겸손함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일반 대학병원급에서가 아닌 개인의원에서 3D프린터 장비를 들여놓은 것도 최초요, 전문분야도 워낙 특화되어 있지만 그는 자신이 뛰어나서 이 ‘재건수술’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단지 성형외과 의사로서 미용성형에 대해 염증을 느끼던 시기에 자신에게 재미와 일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것이 ‘재건수술’이었다고. 타 병원에서 수술 후 부작용을 안고 온 환자들, 유행과 광고에 희생된 환자들을 볼 때 너무나 안타까웠다는 백 원장은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한 명의 의사로서 그저 작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엎질러진 물이라고 그냥 바라만 봤던 환자들,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포기했던 환자들. 이들을 그저 바라만 보기 보다는 가능성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온전히 다 담을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죠.”  

 

재미있고,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 하고파

 

그가 진로를 택할 때 좋았던 점은 ‘발톱 끝부터 머리 끝까지 다 보는 과’, ‘들어올 때 웃고 나갈 때 웃으며 나가는 과’가 ‘성형외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제 일을 통해 사회에서도 해피바이러스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보람이 의학적으로 내 관심분야로 보람과 재미를 모두 다 가져다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매우 보람 있습니다. 작년에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둥을 밟고 오르며 서로 이기려고 하는 애벌레 모습에서 우리네 치열한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한 발짝 떨어져서 조망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설령 번데기로 끝날지 나비가 되어 날아갈지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저한테는 굉장히 좋아요.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의학적으로도 사회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지금 하고 있기에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한 Technique(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술은 예(藝)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Technique(기술)에 감정과 영혼이 녹아들어간 Art(예술)가 그의 손짓을 통해 발현되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도 감히 도전하지 못한 일. 3D 프린터로 시작한 재건수술. 그는 더 나은 수술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여,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누구든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 엎질러진 물을 조금이나마 담고 싶어 한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ys100ps)를 보여줬다. 포스팅 제목은 ‘3D프린터를 활용한 최초의 팔찌’인데, 3D프린터로 이것저것 해보던 중에 아이디어를 낸 백 원장과 금속공예 작가인 민준석 교수가 제작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란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실물을 7월 10일 이후 전시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고. 이렇듯 그는 사람들을 만나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얻고 서로의 전문성을 융합시켜 폭발적인 시너지로 창출해내고 있었다. 작은 소망이라면, 온라인 커뮤니티나 작은 소모임이라도 만들어서 오타쿠들의 모임, 전문가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던 백정환 원장. 그는 시대에 부합하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였다. 그 끝이 어디로 향하고 있을지 몰라도, 도전 속에 과정을 즐기며 재미와 보람과 의미를 찾아가는 백 원장. 그와의 인연으로 많은 이들이 상처에서 치유되길,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회로 이끌어지길 주간인물이 함께 응원한다.   

 

 

 

◈profile
성형외과 전문의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세브란스 외래교수
미국 UPMC 연수
대한성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두개안면성형학회 정회원
현 H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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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성형외과 백정환 원장 특별 인터뷰] 3D FIT 안면조소술을 고안한 Dr. Baek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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