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장, 교사 열린마음과 발상의 전환…학교 생활지도의 대안 보여줘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합의한 생활규정…반발 없이 순조롭게 운영

 

체벌 폐지, 상벌점제 시행 1년…매들고 다니는 교사, 지각․결석 학생 모두 사라져
벌점 많은 학생 위한 삼겹살 파티와 산행, 스스로의 변화 이끌어

 

 

 

신상균 교장

 

신상균 교장은 지난 달 부임했다. 그러나 학교가 낯설지만은 않다. 평교사 시절 이미 이곳에서 교단에 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 교장은 아직 부임 한지 얼마 안돼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나 취재 사이사이 신 교장이 던진 몇 마디의 말은 신 교장의 마음가짐을 엿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기자가 금학연 교감, 김홍열 교무부장, 성낙용 생활지도부장 등과 학교가 한 발 앞서 추진한 두발 자율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머리 염색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염색도 (두발과 마찬가지로) 자율화했으면 좋겠어요" 신 교장의 말은 놀라웠다.

아무리 두발과 복장자율화에 앞장서며 학교 생활지도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염색까지야….

 

신 교장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학교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특성화고등학교입니다. 염색을 허용한다면 헤어디지인을 배우는 학생들의 직업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 밖을 나가면 허용되는 일을 학교안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 교장의 말에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생활지도에 대한 자신감과 학생에 대한 굳은 믿음이 담겨있었다.

 

 

14년간 가평꽃동네 찾아 봉사…실천중심의 인성교육

 

 

대일관광디자인고는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14년 동안 가평꽃동네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1년에 적게는 6번에서 많게는 10번씩 꽃동네를 찾고 있다. 물론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처음에는 어쩔수 없이 따라가던 학생들이 나중에는 스스로 희망해 꽃동네를 찾는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학생들이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현재까지 모두 4번 꽃동네를 다녀왔다. 다섯 번째 꽃동네 방문은 이달 말 희망학생들을 중심으로 예정돼 있다. 학교는 버스와 경비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꽃동네 봉사가 학생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 정신을 온몸으로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의 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체벌 폐지, 상벌점제 추진…2전 3기, 세 번의 시도끝에 거둔 성공

 

학교는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생활지도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그러나 학교가 보여주고 있는 한 발 앞선 생활지도는 이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체벌금지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학교는 그 전부터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
선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체벌의 문제점에 대해 전 교직원이 공감대를 형성한 시기는 2008년 하반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는 이보다 더 오래전인 2002년도에 이미 체벌을 없애고 대체방안인 상벌점제를 전격 도입․시행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학교는 다시 체벌폐지와 상벌점제를 시도했다. 현재 학교가 운영하는 체벌 폐지 및 상벌점제는 이렇듯 쉽지 않은 난관을 거쳤다. 모두 세 번의 시도끝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체벌 폐지 실패 이유, 전 교직원 공감대 형성 부족…학교관리자인 교장의 인식도 중요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성낙용 교사는 "지난 두 번의 시도가 실패한 이유를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실패의 이유는 전 교직원 사이의 공감대 형성에 있었습니다.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가 생활지도부 교사들만의 일이아니라 전 교직원 모두의 책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자기의 일로 받아들이면서 체벌폐지와 상벌점제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학교관리자인 교장의 인식전환 역시 뻬놓을 수 없다. 교장과 교감이 열린 자세로 발벗고 나설 때 체벌 없는 생활지도는 성공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학교는 이같은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대일디자인관광고의 교장과 교감은 모두 훌륭한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수업 결손을 줄이기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학생상담에는 평교사는 물론이고 신 교장과 금 교감 등 모든 보직 교사들이 참여한다.

 

        

상벌점 시스템, 맞춤형 생활지도 가능

 

 

학교는 지난해 9월부터 현재와 같은 모든 교직원이 참여하는 상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다. 제도 시행 1년, 전 교직원의 열린마음을 바탕으로 한 체벌없는 생활지도는 점 점 더 견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학교들이 체벌금지 방안을 두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학교가 운영하는 상벌점 시스템은 개별 학생의 3년간에 걸친 학교 생활이력을 모두 담고 있다. 언제 무엇으로 벌(상)점을 얻었는지 세부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학생의 개인별 이력이 모두 나타나므로 그만큼 효과적으로 학생 개인에 대한 맞춤형 생활지도가 가능하다.

 

벌점과 상점이 등록되면 실시간으로 해당 학생의 학부모 휴대폰으로 내용이 전송된다. 내용을 확인한 학부모가 전화를 하고 자연스럽게 학생상담이 이루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학생, 학부모 의견 수렴과 협의 존중…제도 개선에 학생의견 적극 반영
 
교장을 비롯한 전 교직원이 열린마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첫 번째 성공요인이라면 두 번째 성공요인은 학교의 의견 수렴과 협의
과정에 있다. 학교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쳤다.

 

학교의 적극적인 의견수렴은 상벌점제 시행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학교는 제도의 개선을 앞두고 벌점이 많은 학생 50명과 '모범생' 20명 등 70여명을 모아 밤샘토론을 열었다.

 

처음에는 주저했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열고 상벌점제 시행의 문제점과 희망사항 등을 발표했다. 밤샘토론 과정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과 대안은 상벌점제 개선에 적극 반영됐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합의안 생활규정…반발 없이 순조롭게 시행

 

교장과 교사들의 열린마음과 발상의 전환은 학생생활규정 재개정 과정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학교는 추진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체벌금지와 학생생활규정 재개정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다른 학교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최근 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강당에서 확정된 학생생활규정 설명회를 열었다.

 

학교는 지난 9월 10일 추진 준비위원 구성을 시작으로 부별회의 및 학년 담임회의, 학급 및 학생회 대의원 회의, 전체 교사회의 등 학교 구성원별 회의를 거쳤다. 교사․학생․학부모 토론회(각 대표 공개 토론), 구성안 조정 회의, 학생․학부모․교사 규정안 합의 등의 협의․조정과정이 뒤를 이었다.

 

학교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담은 조정안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고 전 교생 설명회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학교는 학생생활규정 재개정을 위해 모두 1단계의 과정을 거쳤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수렴과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학생생활규정은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없이 순조롭게 시행되고 있다.

 

 

두발 길이 규제 없애, 복장, 장신구 규제도 유연하게…생활지도 문제 없어~!

 

 

학교는 그전부터 학교의 주요 현안에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전통을 보여준다.


두발 자율화는 그 좋은 예이다.

다른 학교가 귀밑 3cm를 두발규정으로 삼을 때 학교는 묶어서 30cm를 두발규정으로 결정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수렴 및 협의과정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학교는 2003년부터 두발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해 2008년부터는 두발 길이에 대한 규제를 없앴다.

 

치마길이 등 복장과 장신구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도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두발 길이 자유, 복장 및 장신구 등 규제 완화…이 경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과연 이렇게 하면서도 생활지도가 될까? 하는 의문이
다.


"전혀 문제 없습니다" 금학연 교감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확실했다.

 

성낙용 교사의 말이 뒤를 이었다.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수십년 전 본인이 학교를 다닐 때를 기준으로 현재의 학생들을 대합니다. 생활지도에 있어서도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하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학생들이 변했고 사회규범과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과거의 기준과 생각으로 현재의 학생들을 대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발상의 전환과 열린마음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의견수렴과 협의과정을 거친다면 체벌과 위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생활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학교는 귀고리 착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열린 생활지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귀고리 착용을 하용해 달라는 학생의 요청에 대한 학교의 대응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작정 안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기 귀고리 착용상의 문제점을 학교 보건교사가 의학적 측면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보건교사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학교의 열린 태도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를 관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머리 염색 허용여부를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 학생의 60%이상이 염색을 반대한 것이다.

 

 

벌점 많은 학생 위한 열린 생활지도…삼겹살파티와 공동산행

 

학교에는 교사들만을 위한 별도의 식당이 없다. 학생들과 같은 곳에서 급식을 먹는다.
금학연 교장이 점심을 먹다 뒤를 본다. "학생 메뉴가 더 맛있겠네. 와 칼국수도 있다"
학생들이 웃으며 고개를 내밀고 뒤를 본다. "계란말이 있잖아요. 맛있겠다"
금 교감이 말했다. "바꿔먹자"
교사용 계란말이와 학생용 칼국수, 만두가 교환됐다.

 

학교의 열린 분위기는 학교에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생활지도에 있어서도 학교의 열린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학교는 벌점이 많은 학생들을 따로 불러 고기를 사준다. 벌점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 특별교육과정이지만 말처럼 살벌한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시간이다.

 

산행도 함께 한다. 벌점이 많은 학생은 물론이고 희망하는 학생도 함께 하는 산행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면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산행과정에서도 약속시간을 정확히 지키거나 복장을 단정히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경우 상점을 준다.

 

학생들이 스스로 잘못된 습관이나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체벌 폐지와 상벌점제 시행 1년, 이제 학교에서는 사랑의 매를 들고 다니는 교사가 없다. 그 많던 지각과 결석도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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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일관광디자인고등학교] 두발 길이 규제 No…생활지도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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