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온누리반'…부모 모두 이주 외국인 노동자, 담임 장민경 교사 헌신 인상적

'오색무지개체험'…내국인과 다문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한 모둠, 영화보고 떡만들며 마음 열어가

 

 

 

'원곡맘 스티커 북'…바른 행동, 약속 실천엔 칭찬과 선물로 화답

영어외 태국, 러시아, 몽골, 중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 교실 무료 운영 눈길

 

 

이영수 교장

 

이영수 교장은 올해 3월 학교로 부임했다. 부임 직후부터 이교장은 학교 환경정비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원곡초는 지난 1980년대 학급수가 92개에 이를 만큼 안산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심학교였으나 이제는 그 수가 크게 줄어들어 현재 재학생수는 470여명, 학급수도 20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과거 많은 어린이들이 다녔던 곳인 만큼 학교의 시설규모는 작지 않다. 운동장도 드물게 두 곳이나 있다.

 

이 교장은 부임 직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잡풀이 무성한채 방치돼 있던 운동장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운동장을 정비하는 데만 2주가 걸렸다. 현재 학교의 운동장 두 곳은 깔끔히 정비된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이 교장은 도서관 서고의 먼지 하나 하나까지 직접 닦아내며 정성을 쏟고 있다.

 

이 교장이 이처럼 학교 곳곳에 정성을 쏟는데는 '아픈' 이유가 있다.

원곡초는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을 뒤로 한 채 현재는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원곡동은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외국인 이주 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현재 원곡초의 전교생은 476명, 이가운데 다문화가정 자녀는 120명이 넘는다. 네 명 중 한 명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늘어나면서 학교는 교육과정 곳곳에 학교만의 특성을 담아낸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반영해 연중 다채로운 특화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내국인 학생과 다문화가정 학생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함, 특히 학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불협화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는 내국인 학생과 다문화가정 학생 사이, 특히 학부모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교장이 사소한 일 하나까지 세밀하게 저성을 들이는 데는 이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마음이 담겨있다.

 

내국인 학부모와 다문화가정 학부모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심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며 학교 운영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관리자인 교장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말 보다는 실천을,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알찬 내실을 중시한다.

이 교장이 보여주는 더디지만 우직한 한 걸음 한 걸음이 학부모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며, 학교가 다문화교육의 일번지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문화교육 시범학교…오색무지개 체험

 

 

원곡초는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다문화교육시범학교 가운데 한 곳이다. 전교생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일정도로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하고 우리문화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 할 때 이같은 지역적 특성은 학력향상과 생활지도에 있어 학교에 현실적인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원곡초 교사들은 다른 어느 학교보다 더 깊은 애정으로 학생들을 살피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학교 발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보여준다.

 

학교가 연중 실시하는 다문화교육 프로그램 '오색무지개 체험'은 학교를 대표하는 특화 프로그램이라 할만하다.

 

 

여기서 '오색'은 학교를 이루고 있는 다섯 구성원, 즉 내국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 내국인 학부모와 다문화가정 학부모, 그리고 교사를 뜻한다.

 

이 다섯 명을 한 모둠으로 해 연중 다채로운 교류활동을 펼친다.

 

영화관람과 문화공연을 함께 하고 같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다. 떡만들기, 도자기 체험 등의 체험활동도 함께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부모들은 마음 한 구석 자리하고 있던 어색함을 털어내고 마음을 여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학생들 역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온몸으로 배운다.

 

교사가 같이 참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교사라는 역할과 함께 내국인 가정과 다문화가정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함께 한다. 교사의 애정과 헌신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오색무지개 체험에 이어 가을에는 오색문화축제라는 이름의 학예회도 연다. 무지개체험이 연중 프로그램이라면 학예회 형태의 오색문화축제는 연습과 공연 준비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일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   '도예체험'에 참여한 학생들

 

 

다문화교육의 상징…온누리반, 담임교사의 헌신 돋보여

 

 

학교에는 일반학급외에 '온누리반'이라는 특별한 학급이 있다. 온누리반에서는 현재 15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온누리반 학생의 부모는 모두가 외국인이다. 부모 모두가 외국인인 데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 자녀들에 대한 교육은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방치하는 현실을 고려해 설치된 특별학급이다.

 

중국과 동남아 가정이 주를 이루지만 국가와 지역에 제한은 없다. 부모 모두 루마니아에서 이주한 올해 16세의 루마니아 학생도 있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정규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글을 가치치는 데도 내국인 초등학생들과는 접근법 차제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현재 온누리반을 맡고 있는 장민경 교사의 헌신이 특히 돋보인다.

 

열악한 가정 환경, 기본적인 우리말과 글조차 모르는 아이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까지…이들을 보듬어 안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장민경 교사의 어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기본적인 대화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 수업은 물론이고 생활지도도 쉽지 않다. 부모들이 일상적인 가정통신문이나 알림장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반항은 더욱 심하다.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반발을 누르며 수업을 진행하고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헌신과 소명의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장 교사는 이들을 위해 새벽 3시가 넘도록 직접 수업교재를 만든다. 이들의 실정에 맞는 수업자료나 학습교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의 모든 수업자료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온누리반 학생들과 장민경 교사의 이야기는 경기도교육청의 실시한 수기 공모를 통해 알려졌다. 장 교사는 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말 잘듣고 공부잘하면 선물이…원곡맘 스티커 북 활용, 생활지도 효과 커

 

이 학교 학생들은 저마다 목에 작은 책자를 목걸이처럼 걸고 있다. '원곡맘 스티커 북'이라 불리는 이 것은 어린이들이 착한 일을 하거나, 선생님과의 약속을 잘 지킨 경우 선생님들이 붙여주는 스티커를 모으는 책자이다.

 

학습능력을 올린 학생에게도 스티커가 부여된다. 스티커는 담임교사 말고도 모든 교사가 부여할 수 있다.

 

잘못에 대한 질책보다는 바른 행동과 습관에 대한 적극적인 칭찬과 관심을 통해 어린이들이 스스로 잘못된 태도를 고쳐 나가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스티커 한판을 다 채운 학생에게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문구세트가 선물로 주어진다. 두판을 다 채운 학생은 또 다른 선물을 받는다.

 

 

특별한 생활지도…교사와 결연, 함께 영화보고 편지쓰며 마음열어

 

원곡맘 스티커 북에 이어 학교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교사와의 결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 가운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펼치는 이 활동은 교사와 학생이 1대1로 결연을 맺어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결연을 맺은 교사와 학생들은 사제동행으로 영화도 보고 삼겸살파티를 연다. 함께 책갈피를 만들고 화분을 심고 가꾸며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에게 말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편지로 전하기도 한다.

 

실제 결연을 맺은 학생들은 얼굴 표정이 밝아지는 등 학교생활이 눈에 띄게 좋아져 활동의 효과를 실감케한다.

 

원곡초의 사제결연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물론이고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생활지도 방안으로 다른 학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어와 다양한 외국어를 함께 배운다…영어체험교실 무료 운영으로 가정 부담도 줄여

학교는 영어체험교실 3개반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안산시와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운영하는 영어체험교실은 다문화가정 학생은 물론이고 내국인 학생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학기에는 3~6학년 학생 40여명이 영어체험교실에 참여했다.

 

학교의 외국어 교육은 영어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는 지역적 특성을 적극 반영한 특기적성 외국어 교실을 운영한다. 영어2, 태국어, 러시아어, 몽골어, 중국어 등 여느 초등학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외국어 교실이 열린다.

 

안산 외국인지원센터의 초빙교사와 이중언어강사를 활용해 무료로 열리는 외국어 교실은 단순한 외국어 교육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학교의 외국어 교육은 방학중에도 이어진다. 학교는 안산시와 교육청의 지원으로 2명의 원어민 강사를 활용해 방학기간 중에도 무료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초등 테니스의 명문, 선수 규모 작지만 소년체전 준우승 등 실력 뛰어나

 

 

학교의 테니스부는 초등 명문 가운데 한 곳이다. 학생 선수가 몇 명 안돼 규모는 작지만 실력만은 어느 학교보다 뛰어나다.

 

지난해에는 소년체전 여자 초등부 단체 준우승의 성적을 거뒀으며,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감 포창도 받았다. 학교 테니스부 발전에는 테니스부를 이끌고 있는 김혁 코치의 수고와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다문화가정 학생들 선수로 가입시켜 인성과 생활지도 측면에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는 앞으로 테니스부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테니스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기 안산 원곡초등학교] 다문화를 넘어 '화합'을 꿈꾼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