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교육연합신문=양원석 기자]

이배용 국가브랜드위 위원장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등 우리역사에 대한 주변국의 왜곡이 이어지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역사와 문화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갖춘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우리 것’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국사 실종’이 논란을 빚고 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고1학생은 앞으로 3년간 국사를 공부하지 않고도 졸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해까지 고등학교 1학년생은 국사가 필수였으나 올해부터는 ‘선택과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사 필수과목 지정과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자문기구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이하 역사추진위)’를 설립했다. 위원장에는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선임됐다.


이배용 위원장은 평생을 우리 역사와 함께 한 사학자이자 교육자이다. 1985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교단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이화여대 인문대학장을 거쳐, 2006년부터 4년간 이화여대 총장을 지냈다.


국사편찬위원, 한국사상사학회 회장, 한국여성사학회 회장, 국립중앙박물관 운영자문위 위원장 등 역사학자로서의 활동은 물론이고, 교육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내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글, 서원, 사찰, 나눔과 베풂의 정신 등 ‘우리’를 상징하는 유-무형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발판삼아 국격을 높이고 우리문화를 재창조하는 역할을 맡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금까지 그가 일궈놓은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안팎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가 위기에 놓인 이때, 안으로는 우리 것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밖으로는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데 있어, 이 위원장은 안성맞춤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이배용 위원장으로부터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누구보다 우리 역사에 대한 조에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역사’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현실 속에서 숨쉬고 살아있으며, 새로운 미래를 여는 교훈이며 가치입니다.


法古創新(법고창신), 溫故知新(온고지신)의 뜻과 같이 역사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밑거름이고 우리 영혼이며 모든 지식의 뿌리입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국어와 국사교육을 금지한 이유는 바로 우리 정신의 뿌리를 말살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 국가관, 우리 것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면 미래로의 발전은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法古創新(법고창신)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풀이하면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 
溫故知新(온고지신)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앎.

 

2. 청소년기 국사 교육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사는 단순한 일개 과목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정신과 모든 지식의 원천이기 때문에 역사교육은 ‘혼을 불어 넣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세계인이 깜짝 놀랄 만큼 뛰어난 문화유산을 어느 나라보다 풍부하게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것을 알려 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의식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을 알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음세대에 국사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누가 이를 대신 하겠습니까?


자국사를 필수로 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국사’는 우리 정체성과 자긍심과 영혼의 뿌리입니다.

 

3. 사학자로서 특히 일제 강점기 침탈사와 역사속 여성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1969년 학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사학과에 들어갔습니다. 당사는 나라를 되찾은지 얼마 되지 않은 때로 우리가 나라를 빼앗긴 원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제주권을 잃어버린 데 주목하게 됐습니다. 당시 제국주의 침탈의 핵심은 광산(금광)이권(利權)에 있었고 이것을 빼앗긴 것이 결정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관련 계약서, 조약, 체결과정 그리고 우리 정부의 대응 등 광산이권을 빼앗긴 전 과정을 살펴보며 본격적으로 일제 침탈사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동시에 역사속 여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선덕여왕, 명성황후 등을 중심으로 여성의 가치와 역할을 재조명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4.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전 세계에 우리가 가진 뛰어난 유무형의 유산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산은 이른바 하드웨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글, 나눔과 베풂의 문화 등 우리의 정신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도 포함됩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고 홍보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5. 올해 브랜드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먼저 우리 정신문화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서원과 사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대대적으로 서원을 정리하기 전까지 전국에는 670곳의 서원이 있었습니다.

 

대원군 집권 후 그 수가 40여곳으로 크게 줄었으나 그 후 많은 서원이 다시 문을 열어 현재 전국에 503곳의 서원이 있습니다. 중국에도 서원이 있지만 제향(祭享)의식이 이뤄지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전국의 서원을 단순한 과거의 문화재로만 보지 말고 우리 정신문화를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교육공간 겸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면 지자체의 경제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5월 중에 우리 전통의 나눔과 베풂의 정신을 지구촌 곳곳에 전파하기 위한 'World Friends Korea(이하 WFK)' 봉사단 발대식도 있을 예정입니다. 이들은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세계 각국에서 집 짓기, 의료, 기술나눔,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봉사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이 또한 브랜드위원회가 힘을 쏟고 있는 역점 사업입니다.


이밖에 대국민 캠페인(TV 공익광고)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업도 추진중입니다.

 

6.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열렸던 역사추진위 주최 토론회에서 ‘스토리 텔링’ 기법을 적극 활용한 역사교육을 강조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조선의 건국과정을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다’는 식으로 역사를 가르쳤습니다. 이런 딱딱한 서술위주의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초중고 각 발달단계별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 중심의 역사교육을 펼쳐보자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에게는 구체적인 지식보다는 역사 전체의 얼개를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역사가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흥미를 유발시키는 수업이 필요합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는 특히 현장학습, 체험학습 등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을 더욱 활성화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도록 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사회와 국가 전체에 대한 자긍심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역사 속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합니다.

 

7. 브랜드위원회의 설립근거가 대통령령이라 더 효율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설립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G20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으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때만큼 좋은 기회도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본래 설립취지에 맞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국사’…우리 정체성, 자긍심, 영혼의 뿌리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