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은 감동이다' 모두에게 전파

조부모에 대한 인식 개선 위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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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단어가 집에서 사는 핵가족 단위의 사람들로 인식되는 세상이 현재 우리의 현 주소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절실한 존재라기 보다는 그저 필요에 의한 존재. 하지만 그 구성원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가치를 가지고 있다.

본지에서는 신성자 인천한샘유치원장의 특별기고를 통해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대교류 필요성 절감하다.

 

원생들과 따뜻한 봄 나들이를 다녀오면서 아이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다. 아마도 유치원에서 '가족과 나'에 대해 배우고 난 그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화 중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네 식구다.", "우린 엄마, 아빠, 나 세 식군데… 근데 친척도 많아.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나의 부모가 내 아이들에게는 가족의 범주가 아닌 친척의 개념으로 아이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에 내심 큰충격을 받았다.

 

일년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가족과의 만남을 가지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촌수 먼 친척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 조부모의 존재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먼 친척이 된 이 시대 흐름을 그저 시대 탓으로만 돌릴 수 없었고 교육자로서의 자책이 뒤따랐다.

 

그리고 '지금 내가 시작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뇌리를 스치는 작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끝에 교육과정과 연계된 '효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 위해 교사들과 상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아이들이 어린이날과 같은 시간을 통해 유치원과 가족, 친지에게 많은 선물을 받고 매우 즐거워하는 기회를 갖는다.

 

선물은 받는 것도 기쁘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어떤 선물할까? 어떻게 줄까? 선물을 받으면 상대방은 얼마나 좋아할까?' 등등 많은 생각들로 주는 기쁨이 배가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버이날을 기점으로 미리 가정에서 착한 일을 하면 용돈(2,000원~4,000원)을 모아 유치원으로 가져오도록 했고 가까운 마트에 함께 방문해 가족의 선물을 직접 골라 값을 지불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순수했다.

자기가 갖고 싶은 장난감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발걸음을 돌려 엄마, 아빠의 선물을 고르고,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에도 고민하는 흔적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났다. 한 아이가 트롯음악이 담긴 카세트 테잎을 골랐다. 한 친구가 그 아이에게 선물을 택한 이유를 묻자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야"라며 "차에서 들으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답했다.

 

어버이날 하루 전인 5월 7일에는 어설프게 만든 카네이션과 카드를 꼬물꼬물 포장해 집에 숨겨둘 것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5월 8일 아침에 짜잔~하고 선물하겠다"라며 즐거운 상상에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물론 나는 그런 아이들의 계획에 대해 부모님과 미리 상의를 했었고 아이가 선물을 내놓을 때까지 모른 척 해줄 것과 많이 기뻐하고 호응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달했다.

 

5월 8일, 아이들은 등원하자마자 할말이 많은 상기된 얼굴로 선생님을 찾기에 바빴다. 그리고 선물을 전달했던 자신의 느낌과 선물을 받은 가족들의 반응을 꺼내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기뻐한 아이들의 반응만큼이나 학부모들의 소감 또한 프로그램의 발전의지를 돋우는데 크게 작용했다.

 

한 아이 아버님은 딸아이에게서 받은 1,000원 짜리 넥타이핀을 받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전했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 결혼할 때 그 넥타이핀을 하고 식장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에 나와 담당 선생님들은 모두 가슴 뭉클한 감동을 경험했다.

 

그 이후 1회성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폭넓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인근 지역 '서구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때 걸려 온 한통의 전화는 내가 '효프로그램'을 중시하게 된 조부모와의 세대교류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재가노인복지센터에는 20여명의 치매노인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복지센터 담당자들은 아이들이 센터를 방문해 노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을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그 의견을 듣는 순간, 지난 봄나들이에서 아이들이 나눴던 대화와 조부모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교사들과 함께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어떤 방법으로 방문을 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사실, 걱정 되었던 부분은 치매노인들과 아이들간의 접근방법이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치매노인들을 무서워해 다가가지도 못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믿었고 재가노인복지센터 담당자들에게 물어물어 조심스레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방문하기에는 혼잡할 것 같아 고학년에 속하는 7세(만6세)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에게는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하여 미리 교육을 시켰고 즐겁고 밝은 모습으로 율동과 선물, 카드도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문은 추석이라는 명절을 기념해 이루어졌다.

그때만해도 선생님들과 나는 반신반의하는 나름의 걱정이 앞서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의외였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걱정은 단번에 달아났고 이런 기회를 진작에 마련하지 못한 마음에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준비해 온 장기자랑과 선물들 앞에서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어르신들을 보며 덩달아 신나 했고, 착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으로 집으로 돌아 갔다.

 

나는 물론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참으로 색다르고 행복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그 후 우리 한샘유치원에서는 '서구재가노인복지센터'와 자매 결연을 맺어 연2회 주기적인 방문과 공연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이후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세대교류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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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가는 가족들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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