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교육연합신문=김대선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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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중앙대교당)

천도교의 생명사상은 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의 시천주(侍天主), 2대교주 해월 최시형 신사의 사인여천(事人如天), 3대이신 의암 손병희 성사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 생명의 근원이라 하겠다. 


최근 한국생명운동연대는 생명문화확산을 위하여 종교,시민사회를 대상으로 자살예방 포럼을 시작, 경희대학 교수이자 동학학회 임형진 회장의 ‘동학의 인내천과 생명사상’ 발표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천도교는 금년 포덕 163(2022)년을 맞이한 교단이다. 


시천주(侍天主)는 천주(天主)를 모신다는 뜻으로 최제우(崔濟愚)가 세운 동학(東學)의 기본사상이다. 천주라는 말은 하느님(하나님, 동학에서는 한울님)의 한자표현으로 일반적으로 절대자 또는 초월자로서 인간세계와는 멀리 떨어져 높은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동학에서는 오히려 하늘이 인간들에 내재되어 있음을 자각케 했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하늘을 모신 위대한 존재이자 존엄한 존재로 평등한 세상을 구현한다고 한 것이다. 신분질서가 엄혹했던 조선시대 만민평등을 외친 동학은 가장 소외받고 열약한 자들에게 구원의 소리였다. 


최제우는 ‘인즉천(人卽天)’,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이라 하여 ‘사람이 곧 한울’이라 가르쳤고, 이 말이 뒤에 ‘인내천(人乃天)’이라 표현되었다. 제자인 해월 최시형은 이를 발전시켜서 인간뿐 아니라 ‘사사천 물물천(事事天 物物天)’이라 하여 자연 속의 사물 하나하나 속에도 천의 요소가 깃들어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므로 천주를 모신다는 것은 사람과 사물을 한울님과 같이 생각하고 받든다는 의미이다. 즉, 사람과 만물이 곧 한울님이기 때문에 받들어 모신다는 것이다. 한울님을 모신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한울님의 마음과 서로 통하고 육체적으로 그 사람의 기운이 한울님의 기운과 하나가 되는 경지를 말하며, 만물 속에서도 천의 요소를 발견하여 모시는 태도를 갖는 것은 자기와 만물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는 경지가 되는 것이다. 최시형은 “모신다는 것은 안에 신령(神靈)이 있고 밖에 기화(氣化)가 있어 온 세상 사람이 각각 옮기지 못할 것을 아는 것”이라 했다.


해월 최시형에 의해서 구체화 된 사인여천(事人如天)은 동학에서 한울님을 공경하듯이 사람도 그와 같이 공경하여 서로 인격과 예의를 존중하고 화목하게 하자는 윤리적 행위이다. 원불교의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과 비슷한 정신이다. 봉건적 신분 계급사회의 벽이 높았던 시대에 동학의 청도자인 수운 최제우는 직접 사인여천을 실천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인내천(人乃天)이란, 사람이 곧 한울(天)이라는 의미로 동학 천도교(天道敎)를 대표하는 개념이자 종지(宗旨)이다.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孫秉熙)가 교명을 천도교로 바꾸고 난 뒤 1905년경 《대종정의(大宗正義)》가 천도교에서 간행되었는데 이 책에서 이 말이 처음 나타난다. 


“대신사(大神師)는 오교(吾敎)의 원조(元祖)라. 그 사상이 박(博)으로 종(從)하여 약(約)에 지(至)하니 그 요지는 인내천이라”고 했다. 사상적 근원은 최제우의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 ‘시천주(侍天主)’에 두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기의 천도교 지도자이며 사상가인 이돈화(李敦化)는 그의 저서 《신인철학(新人哲學)》에서 한울은 대아(大我)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는 부분에 대한 전체적 의미로서 범신적(汎神的)이고 만유신(萬有神)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한울의 속성은 무궁하다. 무궁한 고로 유일할 뿐이다. 일원적 자존일 뿐이다. 다수 중의 일이라는 말이 아니요 모든 다수를 모두 포용하고 있는 일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내천의 신은 만유평등의 내재적 신이며 인간성에서 신의 원천을 발견할 수가 있다. 신의 원천은 인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안에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신성과 사람성은 하나이고 ‘인즉천(人卽天)’이 되는 것이다.


천도교 삼경사상(三敬思想)은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이 사람이 공경해야 할 세 가지로 하늘, 사람, 만물(물건)을 제시한 천도교 교리이다. 사람이 공경해야 할 세 가지로 하늘공경(敬天), 사람공경(敬人), 만물공경(敬物)을 뜻한다.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은 스승인 최제우로부터 시천주(侍天主)의 가르침을 받고, 깊은 수련을 통해 우주적 본체를 깨닫게 된다. 그가 깨달은 우주는 ‘한 기운 덩어리, 또는 한 기운 울타리’임을 깊이 터득한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에 따라 ‘하늘은 하늘로써 먹는다’는 이천식천(以天食天)으로 생명의 공생과 순환의 이치를 설명하고, 이어 하늘공경, 사람공경, 만물(또는 물건)공경이라는 ‘삼경’사상으로 생명의 본질과 근원이 동일한 존재임을 인식한다. 이러한 삼경사상은 동학의 수련에서 중요시하는 성경신(誠敬信)의 경(敬)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최시형은 법설에서 삼경사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첫째로 경천(敬天)을 하지 아니치 못할지니, 이것이 선사의 창명하신 도법(道法)이라. 경천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은 진리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 왜 그러냐 하면 한울은 진리의 충(衷)을 잡은 것이므로써 이다.”라 하여 사람이 하늘을 공경할 때, 자기의 영원한 생명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둘째는 경인(敬人)이니 경천은 경인의 행위에 의지하여 사실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하여 경천만 있고 경인이 없으면 종자를 땅에 뿌리지 않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하였다.


“셋째는 경물(敬物)이니 사람은 사람을 공경함으로써 도덕의 극치가 되지 못하고, 나아가 물(物)을 공경함에까지 이르러야 천지기화(天地氣化)의 덕에 합일될 수 있다.”라고 하여 우주는 ‘한 생명’이라는 우주합일의 궁극적인 경계를 설명하고 있다.


최제우의 시천주를 사상적 근원으로 삼고, 최시형의 삼경사상에 이르러 생명관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립되는 계기가 된다. 즉 모든 인간은 모심을 한 존재로 정신개벽을 이루고 다음 단계로 상대에 대한 섬김을 통해 만유의 공생과 순환, 나아가 상생과 조화의 삶을 이루는 것이 바로 동학이 지향하는 우주적 삶의 모습이자 우주적 존재로서의 생명사상이다. 


끝으로 해월 최시형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한 10가지 계율인 십무천(十毋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울님을 생명으로 바꾸면 그대로 동학 천도교의 생명사상이 된다. 그러므로 천도교는 자살예방인 생명문화 확산을 통하여 생명존중뿐만 아니라 생명사상에도 크게 기여하여 왔다.


① 무기천(毋欺天)하라. - 한울님을 속이지 말라.

② 무만천(毋慢天)하라. - 한울님을 거만하게 대하지 말라.

③ 무상천(毋傷天)하라. - 한울님을 상하게 하지 말라.

④ 무난천(毋亂天)하라. - 한울님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⑤ 무요천(毋夭天)하라. - 한울님을 일찍 죽게 하지 말라.

⑥ 무오천(毋汚天)하라. - 한울님을 더럽히지 말라.

⑦ 무뇌천(毋餒天)하라. - 한울님을 주리게 하지 말라.

⑧ 무괴천(毋壞天)하라. - 한울님을 허물어지게 하지 말라.

⑨ 무염천(毋厭天)하라. - 한울님을 싫어하게 하지 말라.

⑩ 무굴천(毋屈天)하라. - 한울님을 굴하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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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칼럼] 천도교의 '하늘', '사람', '만물공경'이 생명의 근원-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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