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교육연합신문=사설] 

위기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위반했다. 최근 정부 행정 네트워크 장애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디지털 인프라 기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성과를 국제적으로 선보이던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는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이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던 디지털 인프라 기반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최근 밝혀진 원인은 통신사의 연결 라우터가 고장 때문이라는 발표다. 대전 국가정보지원관리원과 광주 센터와의 연결점을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으로, 연결할 때 라우터라는 부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 포트 3개가 불량으로 나타났다. 즉 라우터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결국 연결 포트가 불량이라서 발생한 웃픈 사건이었다. 불량 포트 때문에 나라의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것이다. 


모든 디지털 전산망을 한 바구니에 담으려는 과욕 때문에 발생한 웃지 못할 사건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을 생각나게 하는 일이었다. 디지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겠다는 지혜롭지 못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취약성을 드러낸다. 한 번의 아주 작은 실수가 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우리는 여기에서 전체성과 부분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부의 행정 전산망 네트워크는 전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일의 처리나 효율성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한 번의 실수가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능시험도 전체성을 강조해서 일어난 제도다. 얼마 전 울산, 포항 등지에서 일어난 지진 때문에 수능시험이 일주일 간 연기되지 않았는가.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따라서 이런 것을 방지하려면 부분성을 강조해야 한다. 전체적인 효율성만 강조하다 보니 취약한 점 때문에 나라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산에 소나무만 심어보라. 소나무 재선충이 한 번 돌고 나면 그 산은 민둥산이 된다. 그래서 산에 다양한 나무를 심는 것이다. 소나무, 대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래야 산불이 나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런 전체성과 부분성, 획일성과 다양성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지혜로운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 행정 네트워크의 고장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이것은 국민의 신뢰를 위반했다.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속한 조치를 강구하여 전체성과 부분성, 획일성과 다양성을 함께 추구하는 디지털 인프라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점검을 토대로 하여 앞으로 닥칠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필수로 해야 한다. 유비무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체댓글 0

  • 7458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社說] 디지털 인프라 위기…전체성(획일성)의 취약성 공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