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교육연합신문=한승균·홍성인 기자]

 

전국에서도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제물포고등학교 동문들이 동문가족, 자녀들과 더불어 지역 복지시설의 장애우들과 산행을 함께하는 사회봉사활동을 6년째 이어가고 있어 지역사회의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인중·제고동문산우회(회장 제고18회 오세일, 이하 동문산우회)는 월드비전 선학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민숙) 소속 장애우들과 함께 150여명의 인원이 참여해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신도 구봉산을 동행 탐방했다.

 

동문산우회 회원과 가족들은 아침 8시에 인천 연수구 선학아파트 단지내 선학종합사회복지관에 집결해 안전교육을 마치고 장애우들과 조를 편성해서 신도행 여객선에 오르기 위해 3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영종도 삼목선착장으로 향했다.

 

출발할 때는 찌푸렸던 하늘도 신도 선착장에 도착해 구봉산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어 신도 섬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신도에 내려 본격적으로 구봉산 산행이 시작되면서 작은 비탈길에도 장애우들은 힘겨워 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열을 이탈해 뒤로 처지는 조가 늘어났다.

 

그러나 그들에게 조금 늦고 빠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장애·비장애인이 어울려 하나 되는 동행 자체가 큰 의미이며 땀방울을 나누어 흘리는 지금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우는 앞에서 휠체어를 끌고 뒤에서는 휠체어를 밀며, 목발을 짚을 수 없는 비탈길에서는 장애우를 등에 업고 뒤에서는 받치며,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 쉬기를 반복했다.

 

송글송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서로 닦아주면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며 해무 너머로 보이는 푸른 신록이 우거진 아름다운 섬들을 함께 바라보는 그들은 이미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어 있었다.

 

동문산우회 안용섭 총무의 가족과 한조가 되어 한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손은 부축을 받으며 산을 오르던 장애우 김한국 씨는 “배를 타고 섬에 와보기는 처음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았다. 동문산우회에 감사하며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같다.”고 소감을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에 동행 탐방에 참여했던 어느 장애우는 바닷물이 짜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발아래 펼쳐지는 해안의 풍경을 바라보는 그들의 환한 웃음에는 장애·비장애의 벽을 넘어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친근하고 소중한 이웃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에겐 큰 배려가 아닌 관심과 소통이 필요할 뿐

구봉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동문산우회 가족들과 장애우들은 신도 바닷가 모래밭에서 점심을 먹고 썰물로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해안을 배경으로 즐거운 오락시간을 가졌다.

 

먼저 인중·제고동문산우회 회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노래로 전하는 ‘사나래 합창단’의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선학종합사회복지회관 장애우들이 결성한 합창단 ‘사나래’는 ‘천사의 날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우,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우, 그리고 발달장애우들로 구성된 합창단 ‘사나래’의 마지막 공연은 오늘 동행에 함께한 모든 가족들이 ‘비둘기 집’을 합창하는 순서로 막을 내렸다.

 

퀴즈를 스케치북에 답을 써서 맞히는 ‘도전골든벨’ 시간에는 푸짐한 상품과 함께 커다란 웃음이 신도 바닷가에 가득했다.

 

시상식에 이어서 동문가족들과 함께 장애우들과 동행한 동문산우회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장과 감사의 선물을 전달하는 감사장 수여식이 있었다.

 

인중·제고동문산우회 대표로 감사장을 수여받은 오세일 회장은 “오늘처럼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해 주신 동문과 가족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행사에 보다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지역사회에 봉사함으로써 자녀들에게 모범이 되고 모교의 전통을 이어가는 인중·제고인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이날 행사를 준비한 월드비전 선학종합사회복지관 김민숙 관장과 이상욱 팀장 외 사회복지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동문산우회 회원들과 동행을 함께한 시각장애우 유정선 씨는 “6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장애인을 위해 봉사해온 인중·제고동문산우회에 감사한다. 이런 동행의 기회를 통해서 자연이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람이 그리울 때 내게 다가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삶의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들이 자연 속에서 하나로 어우러져 소중한 동행을 마치고 신도를 뒤에 두고 떠나올 무렵 어느덧 신도의 바닷가에는 붉은 석양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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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회 탐방] 인중·제고人의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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