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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크루즈관광의 허와 실, 크루즈관광객 100만 시대 부산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크루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항구는 활기를 띤다. 거대한 선박과 수천 명의 외국인 관광객은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는 기대를 높인다. 부산항만공사는 2030년까지 크루즈선 520항차, 관광객 1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전망에 따르면 2026년에는 상반기에만 219항차, 약 32만 명이 부산항을 찾았고, 연간 이용객은 약 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과 부산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과연 같은 일인가. 크루즈관광의 성공을 입항 횟수와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한다면 정작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놓칠 수 있다. 이제 부산의 크루즈관광은 양적 성장의 성과를 넘어 질적 성장의 실효성을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숫자는 성장하지만, 지역경제의 체감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크루즈관광은 일반적인 숙박형 관광과 구조가 다르다. 관광객들은 선박 안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고, 기항지에서는 제한된 시간 동안 관광과 쇼핑을 즐긴다. 선박이 몇 시간 정박하는 동안 수천 명이 부산을 방문하더라도 이들이 실제로 부산 지역 상점과 식당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지역경제의 수익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주요 명소 몇 곳을 둘러본 뒤 다시 선박으로 돌아간다면, 방문객 수는 통계에 잡히지만 동네 식당과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관광상품의 구성과 소비 경로에 따라 수익이 일부 대형 사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부산 크루즈관광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 증가라는 기회를 지역경제의 실질적 성장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부산은 방문객 수뿐 아니라 관광객 1인당 지역 내 소비액, 체류시간, 지역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지역 고용 효과, 재방문 의향 등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 크루즈관광이 부산에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부산의 매력은 충분하다. 문제는 관광상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부산에는 크루즈관광의 경쟁력이 될 만한 자산이 풍부하다. 해운대와 광안리의 해안 경관,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의 생활문화,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풍경, 한국전쟁의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 부산 특유의 해양문화와 음식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관광객이 그 가치를 충분히 경험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광객이 유명 관광지 몇 곳에서 사진만 남기고 떠나는 것과 부산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 음식을 맛보며 도시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관광이다. 부산은 관광지를 단순히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자갈치시장에서 부산의 해산물 문화를 이해하고, 원도심에서 도시의 역사와 산업 발전을 배우며, 지역 상점에서 부산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관광 안내와 해설의 품질이 중요하다. 언어를 단순히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부산의 역사와 문화, 음식의 의미를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관광객이 도시를 깊이 이해할수록 관광 경험의 만족도와 소비의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결국 관광의 경쟁력은 관광지의 개수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기억을 가져가는가에 달려 있다.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출발점이다. 부산시가 크루즈관광 활성화 전략에서 체류 확대와 재방문 설계를 강조하고, 24시간 크루즈터미널 운영을 기반으로 오버나잇 크루즈 유치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부산항만공사 역시 기항 중심에서 모항 중심으로 전환하고 1박 2일 체류형 상품을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루즈관광의 경제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방향이다. 낮에 잠시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밤까지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저녁 식사, 야간 관광, 공연과 문화체험, 숙박 전후의 추가 소비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물론 체류시간이 늘어난다고 소비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편리한 교통, 안전한 이동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부산은 광안리 야경과 해변 문화, 원도심 역사 탐방, 지역 미식,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시간대별 관광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크루즈 입항 시간에 맞춰 시장과 음식점, 문화시설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다국어 안내와 교통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더 많은 가치를 경험하도록 만들고, 그 경험이 지역 소비와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크루즈 모항 육성은 관광을 넘어 산업의 문제다. 크루즈관광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부산을 잠시 들르는 기항지에서 출발과 도착이 이뤄지는 모항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항은 관광객의 승선과 하선뿐 아니라 항공·철도 연계, 숙박, 식음료, 선박 정비, 연료와 식자재 공급, 물류와 전문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과 연결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늘어나면 관광산업의 파급효과가 선박 운항과 관련 서비스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모항 육성에는 국제선 연결성, 선사의 운항계획, 안정적인 수요, 터미널 수용능력, 출입국 절차의 효율성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시설 확충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은 크루즈 선사 유치와 함께 지역기업이 선용품 공급, 관광서비스, 운송, 콘텐츠 제작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광객이 부산에 와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크루즈 산업의 공급망 자체가 부산에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모항 전략의 경제적 의미다. 다섯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 크루즈관광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방문객 중심에서 지역경제 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입항 횟수와 관광객 수에 더해 지역 내 소비액, 소상공인 매출 기여도, 체류시간, 재방문율을 함께 공개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단체 관광 중심에서 선택형 체험관광으로 확대해야 한다. 부산의 음식, 역사, 해양문화, 전통시장, 예술과 지역 생활을 연결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이 자신의 관심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낮 중심 기항에서 야간·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 야간 콘텐츠와 대중교통, 다국어 안내, 안전관리 체계를 함께 구축해 체류 확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관광 유치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기업과 선사 간 거래를 확대하고, 부산의 식품·수산물·서비스·문화콘텐츠가 크루즈 산업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관광객의 만족을 재방문과 추천으로 연결해야 한다. 크루즈 여행에서 부산을 경험한 관광객이 다음에는 부산에 며칠간 머무는 개별여행객으로 돌아오도록 후속 관광상품과 맞춤형 홍보를 설계해야 한다. 크루즈는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 첫 번째 관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관광업계, 지역 상인, 교통사업자, 문화기관이 함께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관광객 증가의 혜택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부산 크루즈관광의 진정한 성공은 배가 떠난 뒤에 결정된다. 크루즈관광은 부산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적인 접근성, 해양도시라는 정체성, 풍부한 문화자산을 활용한다면 부산은 동북아 크루즈관광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크루즈선이 많이 들어온다는 사실만으로 관광도시의 성공을 선언할 수는 없다. 관광객이 부산을 얼마나 깊이 경험했는지, 지역 상권이 얼마나 혜택을 얻었는지, 부산의 기업과 시민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겼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크루즈관광의 성패는 배가 몇 척 들어왔느냐가 아니라, 배가 떠난 뒤 부산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지역 상권의 매출로 이어지고, 일회성 방문이 재방문으로 연결되며, 관광 수요가 부산의 일자리와 연관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 크루즈관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2030년 관광객 100만 명이라는 목표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부산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그 숫자 자체가 아니다. 부산을 찾은 세계인이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도시, 지역기업이 관광산업의 성장에 참여하는 도시, 시민이 관광의 혜택을 체감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의 크루즈관광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함께 만들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부산은 단순한 크루즈 기항지를 넘어 세계인이 기억하고 다시 찾는 해양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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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물은 세워진다, 도시는 기획된다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화려한 야경일까, 유명한 축제일까, 아니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랜드마크일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도시의 경쟁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건물만 보러 도시를 찾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기대 이상일 때, 도시는 관광지를 넘어 목적지가 된다. 부산은 이미 적지 않은 것을 갖추고 있다. 국제적인 축제와 다양한 공연, 해변과 항구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 역동적인 음식문화가 있다. 부산콘서트홀이 문을 열었고, 2027년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도 예정돼 있다. 이제 부산 관광의 과제는 무엇을 더 지을 것인가보다, 이미 가진 자산으로 어떤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명소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도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얼마나 분명한가에 따라 완성된다. 파리의 문화적 매력은 에펠탑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런던의 관광 경쟁력도 빅벤이나 버킹엄궁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도시에는 예술과 공연, 전시와 스포츠, 미식과 일상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문 동기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있다. 관광객은 특정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여행하는 시기에 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경험하기 위해 움직인다. 여기서 부산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부산에도 축제는 많고 공연도 열린다. 문제는 행사의 유무가 아니라 개별 행사가 도시 전체의 매력으로 얼마나 연결되는가에 있다. 각각의 축제와 공연이 저마다의 성과를 내는 것과, 그 모든 경험이 ‘부산에 가야 하는 이유’로 축적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광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부산을 여행하려는 외국인이 특정 공연을 발견하고, 그 일정에 맞춰 항공편과 숙박을 예약하며, 낮에는 도시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공연을 관람한다면 공연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다. 여행을 결정하게 만든 핵심 동기가 된다. 반대로 공연이 열려도 해외에서 정보를 접하기 어렵고, 예약과 관람이 불편하며, 여행 일정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잠재력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이 차이가 부산 관광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수 있다. ■ 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의 미래를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2027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부산의 문화와 관광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유치하고, 부산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며, 북항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건축물이 완성되는 순간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공연장은 외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평가받는다. 어떤 작품을 올리는가, 어떤 예술가를 키우는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가, 시민과 관광객이 얼마나 자주 그곳을 찾는가가 중요하다. 개관 기념 공연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다음 해, 그다음 시즌에도 사람들이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공연을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다. 한 번의 화려한 개관보다 오랜 시간 축적되는 예술적 신뢰가 도시의 브랜드를 만든다. 또한, 오페라하우스가 독립된 섬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콘서트홀과 기존 공연장, 영화제와 지역 축제, 전시공간과 관광업계가 서로의 관객을 연결해야 한다. 클래식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부산의 다른 문화공간을 찾고, 축제를 즐기러 온 관광객이 다음 공연을 예약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진정한 성공은 그 건물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 공간이 부산 전체의 문화적 활력을 얼마나 확장하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 축제의 도시에서 ‘문화적 목적지’로 부산은 축제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도시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축제와 공연을 새로운 관점에서 연결해야 하는 도시다. 필요한 것은 행사 목록의 확대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 프로그램처럼 기획하는 발상이다. 봄에는 어떤 예술을 경험할 수 있고, 여름에는 바다와 음악이 어떻게 만나며, 가을에는 영화와 공연이 어떤 분위기를 만들고, 겨울에는 부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히 계절별 축제를 배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이 자신의 관심사와 여행 시기에 따라 도시의 문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흩어진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편집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 관객이 부산의 오페라 공연을 예약하면 인근 전시와 관광 프로그램을 함께 발견할 수 있고, 영화제를 찾은 방문객이 지역 공연과 미식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행사가 관객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부산 체류를 함께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결은 홍보의 문제인 동시에 산업의 문제다. 공연 기획자와 관광업계, 숙박업계, 지역 상권이 일정과 상품을 함께 설계한다면 문화행사의 효과는 공연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관광 소비를 이끌고, 관광은 다시 예술의 관객과 재원을 넓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 ■ 세계인의 시선보다 먼저, 관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지향할수록 해외 유명 공연과 국제적인 이벤트에 관심이 쏠리기 쉽다. 그러나 외부의 명성을 빌려오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문화적 자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 세계적인 예술단체를 초청하는 일과 함께 부산의 예술가들이 성장하고, 지역의 공연단체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부산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다른 나라의 무대에 오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의 예술이 부산에 도착하는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산의 예술이 세계로 나가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시민이 일상적으로 공연장을 찾고 축제를 즐기며 지역 예술을 지지할 때 문화 인프라는 비로소 살아 있는 자산이 된다. 관광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공간은 특정 시기의 방문객에 의존하기 쉽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은 도시의 문화적 기반을 더 튼튼하게 만든다. 결국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수준은 그 도시가 평소 축적해 온 문화의 수준과 무관하지 않다.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장면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시민이 평소에도 좋은 공연과 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 관광객 수를 넘어, 도시의 선택받는 힘으로 관광객 수는 분명 중요한 지표다. 부산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들과 경쟁하려면 방문객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숫자의 성장만으로 도시의 국제적 위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부산을 방문한 사람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여행 중 무엇을 가장 인상 깊게 경험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공연과 축제가 실제로 숙박 예약과 지역 소비, 재방문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화행사의 관객 수와 관광객의 만족도,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를 함께 분석해야 다음 기획도 정교해질 수 있다. 이제 부산 관광정책에는 관광과 문화예술을 따로 바라보지 않는 관점이 필요하다. 공연장은 문화시설이면서 관광 동기이고, 축제는 시민의 문화행사이면서 도시의 국제적인 홍보 자산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능력이 앞으로 부산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부산은 더 이상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도시가 아니다. 이미 가진 자산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도시다.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은 그 가능성을 시험할 중요한 기회다. 건물의 완공을 도시의 성취로 끝낼 것인지, 새로운 문화관광 시대의 출발점으로 만들 것인지는 앞으로의 운영과 기획에 달려 있다. ■ 도시는 건축으로 모습을 갖추지만, 기획으로 기억된다. 부산이 지향해야 할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명소가 많고 축제가 화려한 도시만이 아니다. 세계인이 부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축제의 일정에 맞춰 방문하며, 그 경험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도시다. 부산에는 이미 무대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무대들을 하나의 도시적 경험으로 연결하는 안목과 실행력이다. 오페라하우스의 불이 켜지는 날, 부산의 관광도 함께 새로운 막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때 부산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꿈꾸는 데 머물지 않고, 세계인이 찾아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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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늘봄학교 전면화의 명암
[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초등 방과 후와 돌봄을 통합한 '늘봄학교'가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초등 1~2학년까지 정착되며 학부모의 양육 부담 완화와 국가 책임 돌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기존 돌봄교실의 높은 대기 수요를 흡수하고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는 교육 가족 모두가 깊이 공감하는 바다. 그러나 제도가 현장에 안착해 가는 과정에서 학교가 겪는 공간의 과밀화와 관리 체계의 과부하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엄중한 과제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늘봄학교 추진 현황」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으로 대상이 확대된 이후 참여율은 8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기존의 돌봄 대기 수요를 사실상 해소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 나타난 공간 여건의 격차는 여전히 깊은 고민을 안겨준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대도시 과밀 지역의 경우 일반 정규 교실을 늘봄과 함께 쓰는 '겸용 교실' 비율이 늘면서 교사의 수업 연구 및 학생 상담 공간이 잠식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농어촌 및 원도심 학교는 전문 강사 수급의 어려움과 방과 후 안전 관리 인력 부족이라는 상반된 난관에 직면해 있다. 학교 담장 안으로 모든 돌봄 수요를 흡수하려는 물리적 집중이 낳은 구조적 한계다. 학교는 통계표 위의 숫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배움의 터전이자 아이들의 삶이 자라나는 공간이다. 모든 돌봄과 보육의 책무를 학교라는 단일 기관의 울타리 안에만 가두려 한다면, 교원은 본연의 교수·학습 연구와 학생 지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고 돌봄 서비스의 질적 도약 또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질 높은 교육'과 '안정적인 공공 돌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누는 패러다임의 확장이 요구된다. 우선, 학교 중심의 돌봄을 넘어선 '지자체 책임형 협력 거버넌스' 확대가 절실하다. 학교 밖 유휴 공공시설, 청소년수련관, 주민자치센터, 도서관 등을 거점형 늘봄센터로 적극 발굴·연계해야 한다. 공간이 부족한 학교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동해 질 높은 예체능 및 놀이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통학 및 공간 운영을 전담하는 '온 마을 돌봄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 '교육'과 '돌봄'의 운영 체계를 행정적·공간적으로 정교하게 분리해야 한다. 정규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교원 조직과 늘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늘봄지원실 전담 인력의 업무 경계를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늘봄전담사 및 관리 인력의 고용 안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안전 관리와 시설 유지보수, 예산 집행 등의 행정 부담이 일반 교사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을 빈틈없이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양적 수용'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쉼을 보장하는 '돌봄 질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학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이나 과도한 특별활동을 강요하기보다, 자유 놀이와 쉼, 또래 간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아동 친화적 쉼터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종일 이어지는 빽빽한 통제가 아니라 안전 속에서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편안한 품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의 완성을 위해서는 학교에만 모든 짐을 지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보듬는 성숙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 박진우 ◇ 교육학 박사 ◇ 부산 칠암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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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왕 김광휘] 2027 대입논술 비법 - 고려대학교 논술
[교육연합신문=김광휘 논술] 고려대학교 논술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시험이 아니다. 주어진 제시문과 자료를 정확히 읽고, 문제의 요구에 맞게 핵심 개념을 뽑아내며, 그것을 논리적인 답안 구조로 연결하는 시험이다. 김광휘 ‘논술의 왕’식으로 정리하면 고려대 논술의 핵심은 다음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문제의 요구를 먼저 파악하고, 제시문을 요약이 아니라 논거로 바꾸어라.” 수험생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고려대 논술 대비 비법은 다음과 같다. ■ 제시문보다 문제를 먼저 읽어라 논술 답안의 방향은 제시문이 아니라 문제의 명령어에서 결정된다. ‘비교하라’, ‘분석하라’, ‘비판하라’, ‘평가하라’, ‘설명하라’,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지시어에 따라 답안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비교하라’는 문제에서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밝혀야 하고, ‘비판하라’는 문제에서는 대상의 한계나 논리적 약점을 지적해야 한다.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문제에서 제시문 요약만 반복하면 좋은 답안이 될 수 없다. ○ 비법 포인트 문제를 읽을 때 명령어에 밑줄을 긋고, 답안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결정하라. ■ 제시문은 따로 읽지 말고 관계 속에서 읽어라 고려대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제시문 하나하나의 단순 요약이 아니다. 여러 제시문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지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관계로 연결된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한 제시문이 다른 제시문의 한계를 보완한다. ▲두 제시문이 서로 대립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하나의 제시문은 원인을, 다른 제시문은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따라서 제시문을 읽을 때는 “이 글이 무슨 내용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다른 제시문과 어떤 관계인가?”까지 파악해야 한다. ○ 비법 포인트 고려대 논술의 핵심은 제시문 요약이 아니라 제시문 간 상관관계 파악이다. ■ 공통 개념을 뽑아라 여러 제시문과 자료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을 찾아야 답안의 중심이 잡힌다. 예를 들어 자유, 평등, 공정성, 경쟁, 연대, 공동체, 다양성, 책임, 효율성, 인간 존엄, 기술 발전, 사회적 약자, 불평등 같은 개념들이 자주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키워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제시문 속에서 어떤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 예시 ▲자유 vs 평등 ▲경쟁 vs 연대 ▲효율성 vs 공정성 ▲개인의 권리 vs 공동체의 책임 ▲성장 vs 분배 ▲기술 발전 vs 인간성 ▲다양성 vs 사회 통합 ○ 비법 포인트 주제를 외우지 말고, 주제 속에 숨어 있는 가치 대립 구조를 찾아라. ■ 자료는 나열하지 말고 한 문장으로 묶어라 표, 그래프, 통계, 사례 자료가 나올 경우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자료를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답안은 자료들을 관통하는 공통 의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 여러 자료가 소득 격차, 교육 기회 차이, 지역 불균형을 보여준다면 다음과 같이 묶을 수 있다. “제시된 자료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기회 격차가 여러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료를 종합해 핵심 문제를 규정해야 이후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 제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비법 포인트 자료를 설명하지 말고, 자료가 함께 가리키는 사회문제를 찾아라. ■ 제시문은 요약하지 말고 논거로 바꿔라 논술 답안에서 제시문은 단순히 정리하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이나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나쁜 답안 : 제시문 A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좋은 답안 : 제시문 A가 강조하는 공동체적 연대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사회적 협력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이처럼 제시문의 내용을 자신의 논리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 비법 포인트 “이 제시문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이 제시문을 내 주장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 답안은 결론부터 설계하라 논술 답안을 처음부터 써 내려가면 논지가 흔들리기 쉽다. 먼저 결론을 정하고, 그 결론을 뒷받침할 근거를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결론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사회적 불평등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제도적 개선과 공동체적 연대가 함께 필요하다.” 그러면 본론은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불평등의 원인 분석 ▲개인 책임론의 한계 ▲사회적·제도적 해결방안 제시 ○ 비법 포인트 답안은 쓰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정하고 본론을 배치하라. ■ 해결방안은 개인·사회·제도 차원으로 구체화하라 해결방안 문제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와 같은 추상적 표현만 쓰면 설득력이 약하다. 해결방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효과적인 방식은 세 층위로 나누는 것이다. ▢ 개인 차원 개인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고, 타인의 권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 사회 차원 사회는 공감, 연대, 협력의 문화를 확산하고, 차별과 배제를 줄이는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 제도 차원 국가와 제도는 교육,복지,노동,지역 정책 등을 통해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 비법 포인트 해결방안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드러나야 한다. ■ 옹호·비판형 문제는 입장을 끝까지 유지하라 특정 주장에 대해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문제가 나오면 입장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비판한다고 해놓고 본론에서 옹호 논리를 쓰거나, 결론에서 애매하게 “둘 다중요하다”고 마무리 하면 답안의 힘이 떨어진다. ■ 안정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대상 주장의 핵심 정리 ▲자신의 입장 제시 ▲제시문을 근거로 활용 ▲반대 입장 간단 검토 ▲자신의 결론 재확인 ○ 비법 포인트 어느 입장을 선택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입장을 끝까지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 반드시 피해야 할 답안 유형 고려대 논술에서 피해야 할 답안은 다음과 같다. ▢ 제시문 요약형 답안 ▲제시문 내용을 반복하지만 자신의 논리로 연결하지 못하는 답안 ▢ 자료 나열형 답안 ▲표와 그래프를 하나씩 설명하지만 공통 의미를 찾지 못하는 답안 ▢ 입장 혼란형 답안 ▲옹호와 비판이 뒤섞여 논지가 흔들리는 답안 ▢ 구호형 답안 ▲ “노력해야 한다”,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만 반복하는 답안 ▢ 배경지식 과시형 답안 ▲ 문제와 직접 관련 없는 이론이나 시사 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답안 ○ 비법 포인트 논술은 많이 쓰는 시험이 아니라 정확히 쓰는 시험이다. ■ 실전 답안 기본 공식 고려대 논술 답안은 다음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 명령어 확인 → 제시문 핵심 파악 → 공통 개념 추출 → 자료 종합 → 입장 결정→ 근거 배치 → 결론 정리 사회문제 해결형 문항이라면 다음 틀을 활용할 수 있다. 제시된 자료들은 ○○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의 원인은 ○○에 있으며, 제시문 A는 이를 □□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또한 제시문 B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 변화, 사회적 연대,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옹호·비판형 문항이라면 다음 틀이 안정적이다. 제시된 주장의 핵심은 ○○이다. 나는 이 주장을 옹호한다/비판한다. ▲첫째, 제시문 A는 ○○의 측면에서 이 주장의 타당성/한계를 보여준다. ▲둘째, 제시문 B는 □□의 관점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반대 입장에서는 ○○라고 볼 수 있으나, 이는 ○○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따라서 이 주장은 옹호/비판되어야 한다. ■ 최종 정리 김광휘 ‘논술의 왕’식 고려대 논술 비법은 결국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정확히 읽고, 관계를 파악하고, 구조적으로 써라.고려대 논술은 예상 주제를 맞히는 시험이 아니다. 낯선 제시문과 자료가 나오더라도 문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핵심 개념을 뽑아내며, 제시문을 자신의 논거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수험생은 배경지식 암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문제 독해, 제시문 분석, 자료 해석, 논거 구성, 답안 구조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 한 줄 비법 고려대 논술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자료를 정확히 읽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사람이 이긴다. ▣ 김광휘 ◇ 前현광문리학원 원장 ◇ 前부산종로학원 원장 ◇ 前부산학원 부원장 ◇ 언어영역 문학(창과창) ◇ 언어영역 독해(한샘출판사) ◇ 홀로서기 논술(대학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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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학생 감소 시대, 특수교육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신동현 칼럼] 우리나라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빈 교실이 생기고 소규모학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흐름과 반대로 빠르게 늘어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특수교육대상자입니다. 「2026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에서 2023년 10만 9,703명, 2024년 11만 5,610명, 2025년 12만 735명, 2026년 12만 4,195명으로 해마다 증가했습니다. 4년 만에 2만 500명, 19.8%가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자폐성장애 학생은 같은 기간 1만 7,024명에서 2만 8,798명으로 69.2% 증가했습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곳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6년 특수교육대상자 가운데 특수학교에서 배우는 학생은 3만 1,993명인 반면, 일반학교 특수학급 학생은 7만 2,784명,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도 1만 9,202명입니다. 전체의 74%가량이 일반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특수교육은 특수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특수교육 체계는 이렇게 빠르게 늘고 다양해지는 교육수요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을까요?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22조는 특수교육 담당 교원을 특수교육대상자 4명마다 1명씩 배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네 명이라도 필요한 지원은 전혀 다릅니다. 수업지원만 필요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의사소통, 이동, 신변처리, 행동·감각조절 등에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습니다. 교사가 한 학생의 위기상황이나 신변처리를 지원하는 동안 다른 학생의 수업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교사와 지원인력의 부족은 학생이 받아야 할 교육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수학교를 계속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2022년 192교였던 특수학교는 2026년 199교로 7교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반면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같은 기간 1만 2,712학급에서 1만 5,426학급으로 2,714학급, 21.3%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일부 주민의 반대 과정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했던 일도 경험했습니다.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해서 필요한 지역에 곧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닌 현실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특수학교를 더 짓고 특수학급을 하나씩 늘리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변화한 교육환경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나의 대안은 학생 감소로 여유 공간이 생기는 일반학교, 특히 소규모학교를 활용한 ‘거점형 특수학급’입니다. 지역의 특수교육 수요와 접근성을 고려해 몇몇 학교를 거점으로 정하고, 일반 특수학급보다 충분한 특수교사와 지원인력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감각조절실·심리안정공간·신변처리시설을 갖추고 행동·의사소통 지원 등 전문적인 기능도 함께 두는 것입니다. 거점의 전문인력이 인근 학교를 찾아가 학생과 교사를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한 학교에 모으자는 것이 아닙니다. 특수교육의 전문성과 인력을 거점에 모아 여러 학교가 함께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은 일반학교 안에 ‘SEN Unit’과 ‘Resourced Provision’을 두어 전문적인 인력과 시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교가 모든 전문인력과 시설을 각각 갖추기 어렵다면, 일반학교 안에 전문성을 집중하면서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도 이제 ‘일반학교냐 특수학교냐’라는 두 가지 선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학급과 순회지원, 일반 특수학급, 거점형 특수학급, 특수학교로 이어지는 촘촘한 지원체계를 만들고 학생 수뿐 아니라 실제 지원요구도에 따라 교사와 지원인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학생이 줄어 교실이 비어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특수교육을 받을 공간과 교사, 전문인력이 부족합니다. 이 두 문제를 따로 바라볼 이유가 없습니다. 학생이 줄어드는 학교의 공간과 특수교육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것. ‘한 명의 특수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특수교육’에서 ‘여러 교사와 전문가, 지역의 학교가 한 아이를 함께 지원하는 특수교육’으로 바꾸는 것. 그곳에서 학생 감소 시대, 우리 특수교육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 신동현 ◇ 부산 강서초등학교 교장 ◇ 前 부산 장서초등학교 교감 ◇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관 ◇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관 ◇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정책연구소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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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지구가 보낸 경고장…국가와 교육이 답할 '기후재난'의 골든타임
[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해마다 지구촌을 강타하는 이상기후는 이제 일시적인 자연현상이 아닌 인류의 일상을 파고드는 복합 재난으로 고착화되었다. 올해만 보더라도 유럽 전역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수만 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고, 북미와 아시아 곳곳은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도시 전체가 침수되는 비극을 겪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장마 공식은 무너진 지 오래며, 예고 없는 국지성 폭우와 폭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UN이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 열열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고 경고했듯, 기후재난의 발생 빈도와 피해 범위가 매년 가파르게 확산하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엄중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상기후는 단지 어쩌다 찾아오는 계절적 불운이 아니라 인류와 미래 세대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국가적 재난이다. 과학자들은 오늘 우리가 겪는 혹독한 더위와 기습 폭우가 앞으로 맞이할 수많은 날 중 ‘가장 온화했던 날’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언급했듯 인류는 이미 '기후적 난민'의 시대에 진입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육현장의 학사 운영 중 폭우나 폭염이 엄습할 때 단축수업이나 휴업을 안내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의 임시방편으로는 다가올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를 '국가 안보 및 국민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고, 이에 발맞추어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교육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과 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 국가 차원의 '기후적응형 학교 인프라 표준화'와 재정 지원이다. 학교 건물 자체의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고 옥상 녹화 및 빗물 저류 시설을 의무화하는 '그린 스마트 건축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폭염 시에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듈러형 실내 체육/놀이 공간' 확충을 국가 예산으로 우선 지원해야 한다. 둘째, 체계적인 '기후 데이터 기반 학사운영 예측 시스템' 구축이다. 각 지자체 및 기상청과 연계하여 지역별·학교별 기후 위험도를 실시간 측정하고, 이에 따른 단계별 대응 매뉴얼(체육 수업 전환, 등하교 시간 자율 조정, 온라인 수업 전환 기준 등)이 현장에서 혼선 없이 작동하도록 행정적·법적 근거를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 셋째, 지식 전달을 넘어선 '실천형 기후 안보·생태 교육'으로의 대전환이다. 기후변화 교육을 단순한 환경 과목의 일부가 아니라, 아이들이 생존 역량을 키우고 탄소중립 사회를 이끌어갈 '기후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필수 교육과정으로 재편해야 한다. 학교 내 에너지 소비를 학생들이 직접 측정하고 줄여보는 실천형 프로젝트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중국의 고전 『서경』에는 "사전에 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라는 가르침과 함께, "망한 뒤에 도모하면 이미 늦다"는 경고가 전해진다. 교육의 본질은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배우며 미래를 꿈꾸도록 울타리가 되어주는 데 있다. 이상기후라는 엄중한 시대적 경고 앞에서, 국가의 선제적 장기 대책과 교육 현장의 과감한 실천을 통해 국민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든든히 지켜내야 할 때다. ▣ 박진우 ◇ 부산 해빛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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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삶’은 힘이 드는 것입니다
-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능력이 많아도, 젊은 사람에게도, 성공한 사람에게도,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에게도 인생의 한 부분이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힘든 시기가 찾아옵니다. 서양 철학에서는 삶은 힘을 쓰고, 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서양은 자녀들을 키우면서 ‘삶은 힘을 쓰고, 힘이 드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내 자녀에게는 힘이 들지 않은 삶의 길을 말합니다. 지난달 방한했던 엔비디아의 회장 젠슨 황에게 아이들 교육에 관한 질문을 하자, 그의 답변은 아주 짧고 명쾌했습니다. ‘핵심은 환경입니다. 자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고 스스로 분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그들이 나중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배우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아이들은 더 강력한 회복탄력성, 끈기 그리고 인격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스스로 한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구하면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의 분야가 아닙니다. 어떤 환경을 제공하느냐 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지만 어려움운 반드시 겪어야 합니다. 그래야 위대해질 수 있는 거죠.’ AI가 생활 전반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고 전 세계의 근황을 시시각각 알 수 있는 오늘날을 살고 있는 사람이나, 이웃 나라가 전쟁이 났는지 어떤지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를 하늘에 맡기고 살던 옛날 사람이나 누구에게나 고달픈 시간은 반드시 있고, 찾아옵니다. 공자에게도 죽음 앞까지 갔던 고난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陳蔡之厄, 55세 경부터 시작한 주유천하, 그리고 이 시기가 공자 63세 때라고 전합니다. 당시 공자는 초(楚)나라 소왕의 초대를 받아 이동 중이었습니다. 주변의 작은 나라였던 진(陳)나라와 채(蔡)나라의 대부(고위 관리)들은 공자가 강대국인 초나라에 등용되어 자신들을 압박할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군사를 동원해서 공자 일행이 가는 길을 막고 야산에서 포위해 버렸습니다. 사마천 사기 공자세가의 기록에 따르면 7일 동안 불을 피워 밥을 짓지 못했다고 하니, 제자들은 굶주림에 지쳐 일어설 기운조차 없었고, 병이 들어 누워있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곧 굶어 죽기 직전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자는 이런 상황에서 혼자 거문고를 타고, 강의를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자로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묻습니다. “군자도 이처럼 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는 대답합니다. “그렇다. 군자도 진실로 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소인은 궁하면 무슨 짓이든 다한다.”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慍見曰 : 君子亦有窮乎 子曰 :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論語 위령공(衛靈公) 편) 비참한 이 상황을 이렇게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공자의 이 말씀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吾少也賤 故多能鄙事(오소야천 고다능비사). 그리고 널리 알려진 기록이지만 창고지기(委吏), 가축 돌보는 일(乘田) 과 같은 직업도 가졌는데 그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실패의 위기에 놓이고 어려운 상황이 될수록 동료들과 자신 안의 놀라운 힘이 발휘되는 경험을 한 젠슨 황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는 ‘큰 기회가 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숨겨진 능력을 꺼내주는 고난을 기다린다고도 말합니다. 진채지액의 역경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공자의 중심 가치 또한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진심을 다하고(忠), 타인에게는 사랑을 베푸는 것(恕), 즉, 이타적인 인(仁것)의 실천이었습니다. 누구도 실패하고 싶지 않지만 실패 없는 성공은 없습니다. 지식을 얻고 똑똑해지기는 쉬워도 인격을 기르는 것은 어렵습니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단련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에게 실패의 기회와 극복의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역경을 만났을 때 그 역경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과정입니다. 소인같이 무슨 짓이든 다 하면서(小人窮斯濫矣)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며 성공하는 사람은 만들 수 있지만 이타적 가치로 공동체를 살리는 위대한 사람은 만들 수 없습니다.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을 나타내는 한자가 ‘士‘입니다. 선비라는 말은 선생, 선배과 같은 말로 공동체를 어둠과 같은 땅속에서 밝은 세상으로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를 말합니다. 한 톨의 씨앗이 싹이 되어 나올 때 씨앗의 지녔던 꿈과 희망을 싹이 대신 가지고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새싹입니다. 아이들보다 인생을 먼저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아이들을 어려움 속에서도 무슨 짓이든지 다하는 소인이 아닌 홍익(弘益)의 가치관을 가진 위대한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는 진짜 선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자와 함께 묻습니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장자는 자쾌에 대해, “내 안에서 솟아나는 삶의 진동에 따라 나를 기꺼이 살겠다는 장자의 결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습니까?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당신 자신에게 설명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이 당신에게 설득될 때, 거기서부터 진짜 삶이 시작됩니다.”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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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삶’은 힘이 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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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기대 해안도로, 더 이상 질주 본능의 무대가 돼선 안 된다
- [교육연합신문=고선화 기고] 최근 부산 남구 이기대 해안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충돌 사고는 우리 지역사회에 큰 충격과 우려를 안겨주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차량 여러 대가 크게 파손됐고,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 ■ 과연 이기대 해안도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이기대는 부산 남구 용호동이 품고 있는 천혜의 자연유산이다. 푸른 바다와 기암절벽, 오륙도를 품은 수려한 해안 절경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자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 공간이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걸으며 부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지역 주민들은 일상 속에서 바다와 자연을 벗 삼아 삶의 여유를 누린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수평선과 광안대교의 야경, 오륙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부산을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이기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자연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진 부산의 소중한 자산이며 미래 세대에게도 물려주어야 할 도시의 자랑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 이기대 해안도로가 이른바 ‘와인딩’ 명소로 알려지면서 과속과 난폭운전, 심야 굉음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안전한 관광도로가 아닌 위험한 질주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 도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도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권리는 없다. 순간의 스릴과 과시욕을 위해 공공도로를 질주의 무대로 삼는 행위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특히, 이기대 해안도로 주변에는 산책객과 관광객,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야간 시간대 반복되는 차량 굉음과 과속 운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해 왔다. 이는 단순한 소음 문제가 아니다. 주민의 안전권과 생활권을 침해하는 문제이며, 나아가 지역 관광 이미지와 경쟁력까지 훼손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서 대표 관광명소가 위험한 운전 문화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경찰은 과속 및 난폭운전에 대한 집중 단속을 강화하고, 이동식 단속장비와 CCTV 확충, 순찰 강화 등을 통해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 부산시와 남구도 도로안전시설 개선과 과속방지 대책, 보행자 안전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안전운전에 동참해야 한다. ■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시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한 번의 사고는 우연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위험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남구의회는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보다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기대 해안도로가 위험한 질주의 상징이 아닌, 부산을 대표하는 안전한 명품 관광도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지원과 정책 마련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 이기대 해안도로는 누군가의 레이싱장이 아니다. 시민들이 걷고, 가족들이 추억을 만들고, 관광객들이 부산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길이다. 이제 이 길은 질주 본능의 무대가 아니라 안전과 품격, 그리고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부산의 대표 명품 해안도로로 지켜져야 한다. 천혜의 절경을 품은 이기대가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안전한 공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 고선화 ◇ 부경대학교 글로벌 정책대학원 정치언론학과 재학 ◇ 제10대 남구의회 전반기 의장 ◇ 용호3동 향토장학회 회장 ◇ 前제9대 남구의회 후반기 부의장 ◇ 前제9대 남구의회 의원 ◇ 前제8대 남구의회 의원 ◇ 前부산남구녹색어머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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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기대 해안도로, 더 이상 질주 본능의 무대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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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세계도시 부산의 새로운 도약
- [교육연합신문=백경원 기고] 오는 7월 13일부터 29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된다. 세계 196개국의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문화유산 분야 종사자 등 3,000여 명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는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 보호를 결정하는 최고 권위의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은 부산의 국제적 위상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해양수도이자 국제도시로 성장해 왔으며, 이번 회의를 통해 그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 분야의 국제협력을 통해 인류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국제기구이다. 문화유산 보호는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인류가 공유해야 할 소중한 자산을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전승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이다. 특히, 문화다양성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며,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은 지속 가능한 평화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가치가 바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은 이미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영화도시로 지정되어 국제 문화도시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왔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는 부산이 문화와 관광, 국제회의 산업이 융합된 글로벌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산이 추진하고 있는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임시수도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를 지켜낸 역사적 공간과 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며, 향후 등재가 성사된다면 대한민국 최초의 근·현대 세계유산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 이번 회의에는 세계유산 등재 심의위원과 국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부산 피란수도 유산의 가치와 역사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회의 기간 동안 열리는 각종 전시, 공연, 문화행사는 부산의 문화예술 역량을 세계에 소개하는 무대가 된다. 부산이 보유한 유형유산과 무형유산,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관광자원을 널리 알림으로써 국제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성공적인 행사 개최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세계유산 보호와 활용을 위한 정책 연구와 국제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부산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세계유산 정책과 연구를 선도하는 도시로 성장해야 하며,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교육·관광·콘텐츠 산업 발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 관계기관,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포럼과 학술대회를 지속적으로 유치하여 세계유산 보호와 활용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다. 이는 부산이 세계와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출발점이며, 대한민국이 세계 문화유산 보호와 국제협력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역할을 다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유산의 가치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를 밝히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가 세계 속의 부산, 문화로 성장하는 부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 백경원 ◇ 前한국교총 객원 연구원 ◇ 前동아대학교 조형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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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세계도시 부산의 새로운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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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생은 냉방병, 교실은 온도 불균형…"예산은 쓰고 효과는 없다"
- [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교실은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만큼 교실 환경은 학습권과 건강권을 좌우하는 중요한 교육 여건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을 둘러보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실 공기청정기다. 학생 건강을 위해 보급된 공기청정기지만, 정작 수업 시간에는 전원이 꺼져 있는 교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수업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공기청정기를 켜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대부분 수업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쓰지도 않는 장비의 렌탈비가 매년 집행되는 현실을 보면 교육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공기청정기가 사실상 '전시용 시설'로 남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고려하면 계속 가동하기 어렵고, 사용하지 않는 장비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름철이면 교실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반복된다. 천장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공기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교실 안에서도 자리마다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진다. 에어컨 아래에 앉은 학생들은 찬바람을 직접 맞아 냉방병을 호소한다. 반면 교실 뒤편이나 창가, 구석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냉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더위를 견뎌야 한다. 같은 교실 안에서 '춥다'와 '덥다'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냉방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는 학교도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회전 소음은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무선 마이크 사용 시에는 하울링까지 발생해 오히려 수업 환경을 저해한다. 최근에는 과도한 냉방을 둘러싼 학부모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일부 학교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최저온도로 가동해 학생들이 여름철에도 담요와 겉옷을 준비할 정도라며, 학생 건강을 고려한 권장 실내온도 기준 마련과 학교별 냉방 운영 개선을 교육청에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실내외 온도 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냉방병과 호흡기 질환, 두통,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냉기가 닿지 않는 공간에서는 온열질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결국 냉방은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학생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제 공기청정기 설치 여부를 넘어 교실 전체의 공기질과 냉방 환경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기정화와 공기순환, 냉난방 효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예산 역시 설치 실적보다 운영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활용도와 교육 효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시설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기후위기와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교실 환경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장비를 얼마나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학생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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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생은 냉방병, 교실은 온도 불균형…"예산은 쓰고 효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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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스로 사유할 줄 모르는 개인과 국가는 선동에 휘둘리는 노예가 됩니다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신의 빈곤을 겪는 거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결과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해 실행하던 ‘추격자(Fast Follower)’로서의 전술국가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스스로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판을 짜는 ‘개척자(First Mover)’이자 전략 국가로 도약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미래를 길러내야 할 우리 교육의 현실은 과거의 낡은 문법에 여전히 발이 묶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실에서 일방적으로 정답만 외우게 하는 암기식 교육의 현상입니다. 공자는 일찍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 불렀습니다. 현재의 서열화된 상대평가와 오지선다형 입시 체제 아래서 아이들은 지식을 내면화하여 삶을 바꾸는 공부가 아니라, 오직 평가를 위해 지식을 기계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自然)’과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문명(文明)’으로 나뉩니다. 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인간은 거대한 시스템과 기술의 노예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문명사회에서 인간의 대처 방안으로는 자율적 주체성의 확립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중심을 잡는 유일한 길은 ‘자율적 주체성’의 회복이라고 여겨집니다. 유교에서는 이를 ‘신독(愼獨)’과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 부릅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시스템의 부품)이 아니라, 내면의 주체적인 양심과 이성을 깨워 문명의 이기(利器)를 다스리는 ‘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나라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고, 또 어느 나라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지 못하고, 만들어진 물건들을 가져다 쓰는가? 또 어떤 사람들은 고유함과 자신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옆에 있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 하고 비교하는 삶을 사는가? 어떤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생각의 결과들을 가져다 쓰고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선진 국가들이 생각을 한다는데, 우리처럼 떠나간 첫사랑이 떠오르고, 어제 친구들과 다투었던 이야기들이 생각의 신호들로 떠오르는 것들은, 생각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잡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잡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인간이 만든 것에 관심이 있으면 문과를 가고, 인간이 안 만든 것에 관심이 있으면 이과를 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만든 교육 제도였습니다. 특별한 설명도 없이 나는 ‘문과’를 가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인간은 우리가 안 만든 자연 위에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존재로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 문화적 존재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의미입니다.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고, 누군가는 만들어진 변화를 수용합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문화적 존재인데, 즉,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인데, 이 정의가 내려지는 순간 인간은 두 격으로 나뉘어집니다.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인간이고, 누군가 하고 만들어서 야기해 놓은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수용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할 때, 인간은 자유롭고 주체적이 됩니다. 야기해 놓은 변화를 수용하는 단계를 우리는 종속적이다라고 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결과(지식)’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여 실행하는 ‘전술국가’로서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남의 지도를 보고 달리는 전술 국가는 결코 일등이 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전략 국가’가 되려면 ‘질문(Concept)을 디자인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남이 낸 문제의 답을 맞히는 훈련을 멈추고,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문제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아내어 판을 짜는 개념 설계자(Concept Creator)들이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정답 찾기에서 ‘문제 정의(Problem Framing)’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사가 알려주는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학습 방법에서 논리와 추론의 힘을 발휘하는 학습 방법으로 대전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생각을 하려면 반드시 ‘틈(여백)’과 ‘다양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빽빽한 시간표와 획일화된 평가 기준 속에서는 어떤 사유도 자라지 못합니다. AI 디지털 교과서(AIDT) 등 에듀 테크를 적극 도입하되, 이를 통해 확보된 여유 시간에는 학생들이 철학적 토론과 창의적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과정을 보장해야 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만물정관(萬物靜觀)’의 가치에 따라, 서열화된 상대평가와 일제고사를 과감히 탈피해야 합니다. 교사를 ‘지식 전달자’로 키우던 과거의 임용·연수 체계를 송두리째 바꿔야 합니다. 교사가 먼저 질문하는 자, 즉 ‘학문적 탐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연수 역시 정답이 정해진 직무 연수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동료들과 자유롭게 ‘교육 철학’을 논쟁하는 사유 중심의 연수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인간을 가장 눈멀게 하는 것은 ‘확신’입니다. 종교적 확신, 정치적 확신, 도덕적 확신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가치관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정치적·종교적·도덕적 도그마는 타인을 배척하고 사유를 멈추게 하는 가장 무서운 감옥입니다. 이 세 가지 확신(정치·종교·도덕)을 깨부수는 판단적 장치인 ‘의(疑, 회의)’와 ‘충서(忠恕)’의 정신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내가 가진 신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인지적 겸손’이 첫 번째 장치입니다. 두 번째는 내 마음을 미루어 타인을 대하는 ‘충서(忠恕)’의 정신입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그가 왜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역사와 맥락을 들여다보는 ‘역지사지’의 다원적 열린 마음만이 확신의 감옥을 부술 수 있습니다. 공자는 확실치 않은 것에 대해 의심을 품고 판단을 유보하는 다문궐의(多聞闕疑)의 ‘의(疑)’와 ‘충서(忠恕)’를 중시했습니다. 현재의 교실은 교사의 질문에 학생이 대답하는 ‘일방통행’ 식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교육의 문법 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학문’이란 글자 그대로 ‘배우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수업의 평가 기준을 “누가 좋은 대답을 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허를 찌르는 깊은 질문을 던졌는가”로 바꾸어야 합니다. 과거 조선의 서원이나 유학의 토론 전통처럼, 스승과 제자가 평등한 위치에서 도(道)를 묻고 답하는 주체적 토론(問답) 문화를 교실의 표준으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질문 중심의 서원(書院) 모델’ 복원이 절실합니다. 특히 고도의 인공지능(AI)이 지식의 결과물을 초 단위로 생산해 내는 새로운 시대에는 논리적 사고와 추론 능력이 개인과 국가의 생존을 결정합니다.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나만의 지식을 완성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훈련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AI의 답변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치 않은 것에 의심을 품고 판단을 유보하는 공정하고 비판적인 회의(多聞闕疑)의 과정을 수업에 제도화해야 합니다. 데이터의 전제와 숨겨진 오류를 논리적으로 검증하며 ‘질문(Concept)을 디자인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AI 시대의 구체적인 교육 지침입니다. 한편, 교육이 본질을 잃고 표류하는 배경에는 무너진 제도와 사회적 무질서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감 선거제입니다.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교육의 수장 자리가 직선제라는 틀 속에서 정치 선거판으로 변질되면서, 이합집산과 이익단체의 주장이 경쟁하듯 난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육 전문가 집단과 학부모가 후보의 전문성을 1차 검증하는 ‘제한적 주민직선제’나 시·도지사와의 정책 조율을 위한 ‘러닝메이트제’ 등 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합니다. 교육 공직 선거에서부터 명분과 언어적 책임을 엄격히 묻는 정명(正名) 정신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어른들의 진흙탕 같은 편 가르기와 언어 폭력을 그대로 습득한 아이들 사이에서 혐오와 시기, 증오 현상이 무서울 정도로 심해졌다는 점입니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정의(義)의 시작이라 했습니다. 남을 비방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동이 당당한 전략이 아니라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짓임을 깨닫게 하는 염치(廉恥)의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복원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서(恕)의 정신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대화법을 가르쳐 사회적 분열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스스로 사유할 줄 모르는 개인과 국가는 결국 타인의 생각과 선동에 휘둘리는 노예가 됩니다. 암기식 교육과 편 가르기 혐오를 치료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뿌리에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답만 외우게 하는 ‘노예의 교육’을 끝내고, 내면의 양심을 깨워 스스로 삶의 지도를 그리게 하는 ‘주인의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사유하는 개인,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를 만드는 정명(正名)의 길에 대한민국 전략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말의 질서, 논리와 추론 능력이 급합니다. “有眞人而後 有眞知”라는 말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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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스로 사유할 줄 모르는 개인과 국가는 선동에 휘둘리는 노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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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항로 선점, 해양수도 부산의 성공은 누가 만드는가?
- [교육연합신문=한효섭 기고] 길이 있는 곳에 문명이 꽃핀다. 실크로드를 시작으로 새로운 길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문명이 생기고 인류는 발전했다. AI 시대, 지구촌에 남은 마지막 블루오션이자 기회의 길은 바로 ‘북극항로’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오는 2030년이 되면 북극항로가 완전히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개항 150주년을 맞이하는 부산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 등 인프라와 항만 역량을 갖추고 있어 북극항로 선점할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된다. 이러한 시점에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고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전재수 장관이 부산광역시시장에 당선되어 북극항로 선점을 위해 해양수도 부산을 공약하고, 아울러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 당선인 역시 북항을 중심으로 한 해양수도 해양도시 발전을 주장하며 부산으로서는 북극항로와 함께 세계적인 해양수도 부산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6월 29일 오후 2시 부산일보 대강당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부산일보, 한국해양정책연합, 부산동구청이 공동 주최하고 북항미래포럼이 후원한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을 초청하여 '해양수도 부산이 가야 할 길'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국기에 대한 경례에 이어 20여 명의 내빈들을 소개하고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30분 정도 기조연설과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후 북항미래포럼 대표인 조한제 좌장의 진행으로 토론자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 회장, 송화철 해양대 교수, 이호진 부산일보 국장과 전문가의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씁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기조연설이 진행될 때만 해도 대강당이 가득 차 있었는데, 당선인이 자리를 뜨자마자 거짓말처럼 텅 비어버린 것이다. 남은 사람은 행사 집행부 몇 명과 극소수의 시민뿐이었다. 부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행사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준비한 관계자들과 정성을 다해 발표를 준비한 토론자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0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며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북극항로 시대, 해양수도 부산의 영광을 꿈꾸며 헌신하는 전재수 시장 당선인과 강철호 동구청장 당선인, 그리고 행사를 주최, 후원하는 단체와 토론자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산일보에서 오래전부터 5단 통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행사를 안내했기 때문에, 필자 역시 부산일보 광고를 보고 모든 일과를 제쳐두고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렇기에 텅 빈 대강당이 보여주는 부산 시민의 무관심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고, 가슴이 답답하고 부산 시민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했다. 물론 애국가 제창도 생략하고, 자료도 없고, 집행부의 준비가 부족했지만, 시장 당선인의 연설이 끝나자 악수 치고 사진 찍고 명함을 교환하며 눈도장 찍기에 바빴고, 시장 당선인이 나가자 전체 참석자의 95%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행태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참담했다. 남겨진 텅 빈 강당에서 토론자의 내용을 듣고 질의응답에 동참한 사람은 집행부를 제외하면 협성건업 정철원 회장과 극히 적은 소수의 시민이 전부였다. 이것이 과연 우리 부산의 기관장, 단체장, 그리고 참여 시민들과 부산사랑의 현주소란 말인가. 또한 북극항로 선점과 해양수도 부산을 향한 부산 시민의 관심과 시민정신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앞으로 어느 누가, 어떤 단체, 어느 학자들이 해양도시 부산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일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걱정이 태산이다. 북극항로의 선점과 해양수도 부산의 성공은 부산 시민의 몫이다. 그리고 부산 시민의 삶과 생존, 그리고 미래 세대의 운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북극항로는 부산이 맞이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이는 월드컵이나 BTS 공연보다 부산의 존립과 발전, 그리고 부산 시민의 삶과 행복을 위해 10배, 100배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하고 깊이 반성하며 성찰해야 한다. 북극항로 시대, 해양수도 부산의 성공은 오직 부산 시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단합된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해양수도 건설에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 속의 주인공이 되자. 그리하여 찬란한 새로운 부산의 문명과 북극항로를 선도하는 위대한 해양수도 부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자.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부산 시민의 책무이자 시대정신이다. 부산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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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이다
- [교육연합신문=최진석 기고] 정치의 본질은 무엇일까. 정치는 권력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의 책임이어야 한다. 주민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더 따뜻하게 만들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필자는 이러한 신념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 비록 주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주민들의 목소리는 정치가 왜 필요한지를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한숨, 일자리를 걱정하는 청년들의 고민, 치솟는 물가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현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의 간절함은 정치가 결코 주민들의 삶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선거 기간 내내 ‘젊은 진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화려한 구호나 보여주기식 약속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고, 어려운 이웃들의 어두운 길을 밝히는 가로등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치는 선거에서 이겼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며, 졌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정치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된다. 주민들의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미래세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청년의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필자 역시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부산진구의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주민 곁을 지키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다. 주민들의 기대와 격려를 소중히 간직하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과 시민을 위한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주민을 향한 진심과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주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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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화의전당에서 시작된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 [교육연합신문=편집국] 2026 코카카아트페스티벌 인 부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국 470여 개 예술단체와 기관, 3000여 명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부산 영화의전당에 모여 공연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고 교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공연예술 아트마켓을 넘어 대한민국 공연예술 생태계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 공연장과 전시부스, 쇼케이스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예술단체와 문예회관, 문화기관 간 협력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부산 개최를 통해 영화의전당이 공연예술 유통과 교류의 거점으로서 충분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 영화의전당은 야외극장과 하늘연극장, 중극장, 광장, 루프시어터 등 다양한 공간을 보유한 국내 최고의 복합문화예술시설 가운데 하나다. 또한 해운대와 센텀시티, 수영강을 연결하는 부산 문화관광의 중심축에 위치해 있어 공연예술과 관광, 시민 참여가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 사업과 광장 확장 사업이 완료되면 공간 활용의 가능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전당과 APEC나루공원, 수영강 휴먼브릿지 일대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축제 공간으로 연결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규모와 형태의 축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부울경 지역 예술단체들이 참여하는 프린지페스티벌이 수변 공간 곳곳에서 펼쳐지고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연을 따라 이동하며 도시 전체를 체험하는 축제 모델도 충분히 구상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거래 중심의 아트마켓을 넘어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문화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여기에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공연장, KNN 소극장, 부산디자인진흥원, 시청자미디어센터, 영상센터 이벤트홀 등 주변 문화시설과의 연계가 더해진다면 코카카아트페스티벌은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국제 공연예술축제로 성장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공연예술도시인 에든버러와 아비뇽 역시 공연장 하나가 아닌 도시 전체를 축제 공간으로 활용하며 성장해 왔다. 부산 또한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공연예술 유통과 창작, 교류와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2026 코카카아트페스티벌 인 부산은 그 가능성을 확인한 소중한 출발점이었다. 이 성과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공연예술 발전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이끄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부산을 찾아준 전국의 문화예술인과 문예회관 관계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영화의전당이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문화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 서승우 ◇ (재)영화의전당 공연본부장 ◇ 동천고등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 부산시 영화영상정책위원회 위원 ◇ 부산남구립예술단 운영위원 ◇ 부산연극연극상 선정위원 ◇ 부산창작오페라단 이사 ◇ 前부산문화재단 이사 ◇ 前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운영위원 ◇ 前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 부집행위원장 ◇ 前부산연극협회 부회장 ◇ 2025년 국무총리표창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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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화의전당에서 시작된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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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산남구청장 선거…1216표 차가 남긴 과제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산 남구청장 선거는 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초접전 승부였다. 최종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박재범 당선인의 승리였다. 승패를 가른 숫자는 불과 1216표. 득표율 차이로는 0.87%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선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한쪽의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었다. 남구 주민들은 각자의 생활권과 지역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했고, 그 다양한 민심이 모여 최종 결과를 만들어냈다. 권역별 표심을 살펴보면 남구의 민심은 분명하게 갈렸다. 대연권에서는 박재범 당선인이 우세를 보였고, 우암동과 감만1동 역시 박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반면 용호1동과 문현권에서는 김광명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용호1동에서 김광명 후보가 기록한 2619표 차의 우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비해 박재범 당선인은 용호2·3·4동과 대연권, 우암동 등에서 고른 우위를 확보하며 최종 승리를 이끌어냈다. 결국 이번 선거는 특정 지역의 몰표가 아닌 생활권별 민심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주민들의 메시지다. 박재범 당선인은 7만 186표를 얻어 승리했지만 김광명 후보 역시 6만 8970표를 획득했다. 이는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김 후보의 정책과 비전에 공감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단순히 승자와 패자의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남구 주민들이 행정 혁신과 지역 발전, 복지 확대, 도시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문을 정치권에 전달한 선거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선거는 끝났지만 남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륙도선 트램 사업, 재개발·재건축, 지역경제 활성화, 고령화 대응 복지정책, 청년 정주여건 개선, 문화관광도시 육성 등 어느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박재범 당선인에게는 남구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주민들의 목소리까지도 행정에 반영하는 포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과 정책 제안을 적극 수렴하는 것이야말로 민선 9기 성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광명 후보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까지 지역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남구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비록 선거에서는 아쉬운 결과를 맞았지만 지역 발전을 위한 진정성과 열정은 많은 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재범 당선인에게는 축하를, 김광명 후보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승패 그 자체보다 결과를 존중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선거 과정에서 경쟁했던 두 사람 역시 남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경쟁의 시간을 뒤로하고 화합의 시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승자는 주민의 선택에 더 큰 책임으로 답해야 하고, 패자는 주민의 뜻을 존중하며 지역 발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들 역시 선거 이후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 1,216표. 누군가에게는 기쁨의 숫자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의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남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 숫자는 갈등의 기준이 아니라 통합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남구 주민들은 이미 선택을 마쳤다. 이제 남은 과제는 선거 과정에서 갈라졌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더 큰 남구, 더 살기 좋은 남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번 선거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정치적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구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한 출발점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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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산남구청장 선거…1216표 차가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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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버드나무가 엮어낸 마을의 기억, 사람을 잇는 공동체 공간 ‘고분도리’
- [교육연합신문=구미화 기고] 부산광역시 서구 서대신동의 한 골목길. 화사한 꽃과 푸른 나무가 반갑게 맞이하는 공간이 있다.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공동체의 온기를 이어가는 마을공동체 공간 ‘고분도리’다. 고분도리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며 마을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공동체 플랫폼이다. 도심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이웃 간 정과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분도리라는 이름에는 마을의 역사와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예로부터 이 일대 냇가에는 버드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해 생활용품인 ‘고리짝’을 만들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리짝은 버드나무 가지나 대오리를 엮어 만든 상자 형태의 생활도구로, 옷이나 곡식, 생활용품 등을 보관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지역 향토사에 따르면 ‘고분도리’는 ‘고블(고리짝)’과 ‘도르(들 또는 마을)’가 합쳐진 말에서 유래했다. 즉 ‘고리짝을 만들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라는 뜻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고리짝을 만드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마을 이름 속에는 선조들의 삶과 노동의 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채 운영되고 있는 고분도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공간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꽃과 정성스럽게 가꾼 화단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야외 테라스는 주민들이 자연 속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 내부 역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주민 모임과 마을 프로그램, 문화 활동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어르신부터 청년, 아이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고분도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한 주민은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며,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정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은 “삭막해진 도시에서 마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이런 공동체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도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고분도리. 버드나무로 고리짝을 엮던 선조들의 손길처럼, 오늘날 고분도리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엮으며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꽃과 향기,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머무는 공간. 고분도리는 오늘도 마을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 구미화 ◇ 고분도리 이사장 ◇ 서구 서대신1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 前 서구 서대신1동 부녀회 회장 ◇ 前 서구 부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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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버드나무가 엮어낸 마을의 기억, 사람을 잇는 공동체 공간 ‘고분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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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익수 사고 골든타임, AI가 먼저 발견하는 시대
- [교육연합신문=김종학 기고]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동차는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공장은 AI가 사고를 예측하며, 병원은 인공지능으로 질병을 분석한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생활체육 안전 현장은 아직도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수영장이다. 수영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생활체육시설이자 건강과 여가를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단 몇 초의 사고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시설이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수영장은 안전요원의 육안 감시와 경험 중심 관리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현장의 안전요원들은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눈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수영장은 넓고, 이용객은 많으며, 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의 경우 물속에서 발생하는 위급상황은 외부에서 쉽게 인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혼잡 시간대나 사각지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익수 사고의 상당수는 “조금만 빨리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은 단순한 CCTV 감시가 아니다. 영상 분석과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고, 장시간 수면 아래 머무름이나 위험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관리자에게 즉시 경고를 전달한다. 즉,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 예방 중심의 안전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안전요원의 경험과 AI의 실시간 분석 능력이 결합될 때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체육시설에서는 AI 기반 수영장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전국적인 표준화와 제도적 지원은 부족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이다.그렇다면 이제는 기술 경쟁력을 국민 생명 안전 분야에도 적극 연결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와 생활체육 인구 증가로 수영장 이용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제 수영장의 안전은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공공 안전 인프라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따지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선진 안전문화는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AI 안전관리 기술은 거창한 미래 산업이 아니다.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필요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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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익수 사고 골든타임, AI가 먼저 발견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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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귀가 먼저 배우는 언어
- [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부산에서 외국 관광객들을 안내하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어는 대개 단순하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맛있어요.” 그 짧은 몇 마디를 배우는 과정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다. 그들은 한글 자음부터 공부하지 않는다. 받침 규칙을 외우지도 않는다. 문법책을 펼치지도 않는다. 그저 한국인의 말을 듣고 따라 한다. 발음이 조금 어색해도 문제는 없다. “감사합니다”를 “캄사함니다”처럼 말해도 사람들은 의미를 이해하고 웃으며 답한다. 언어는 완벽한 문법보다 ‘소통하려는 의지’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 영어교육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영어를 너무 빨리 ‘눈’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알파벳 암기, 철자 시험, 문법 용어, 독해 해석…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언어 습득의 자연스러운 순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문자 중심 교육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사실 인간은 원래 언어를 ‘귀’로 먼저 배운다. 아기는 “엄마”라는 글자를 보고 배우지 않는다. 수없이 소리를 듣고, 표정을 보고, 상황 속에서 의미를 연결하며 말을 익힌다. 외국어도 본질은 같다. 언어학자 Stephen Krashen 역시 ‘이해 가능한 입력(Input Hypothesis)’ 이론을 통해 언어는 문법 설명 이전에 충분한 듣기 경험과 반복 노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어권 아이들도 문법보다 소리를 먼저 익힌다. “You okay?”, “See you later.”, “No problem.” 아이들은 처음부터 문장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 표현을 하나의 ‘소리 덩어리’로 기억한다. 그리고 반복 속에서 의미와 상황이 연결된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종종 정반대의 과정을 경험한다. 읽기는 가능한데 들리지는 않는다. 문법 문제는 잘 푸는데 말은 어렵다. 이는 영어를 ‘언어’보다 ‘시험 과목’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실제 회화의 영어는 교과서처럼 또박또박 흘러가지 않는다. “What are you doing?”은 실제 회화에서는 “Whaddaya doing?”처럼 들리기도 한다. 영어를 문자로만 배운 학생들에게는 분명 아는 단어인데도 실제 소리는 전혀 다른 언어처럼 느껴진다. 결국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고, 영어는 ‘두려운 과목’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외국어의 핵심은 완벽한 문법보다 ‘익숙함’에 있다. 많이 듣고, 자주 따라 하고,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 경험. 그 과정 속에서 언어의 리듬과 억양, 감정까지 몸으로 기억하게 된다. 필자는 외국어 입문 단계에서는 반드시 ‘귀와 입’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표현을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며 영어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문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먼저 영어 소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일이다.그리고 일정 수준 이후에는 읽기와 문법이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소리만으로는 사고의 깊이를 넓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듣기와 말하기 위에 읽기와 문법이 쌓일 때 비로소 언어는 단순 회화를 넘어 ‘생각하는 도구’가 된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소리 ▶의미 ▶구조 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문법은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진 표현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배운 문법은 훨씬 오래 기억된다. 필자가 구상 중인 ‘레고 영어’ 역시 이런 철학에서 출발한다. 레고 블록이 작은 조각들을 연결해 큰 구조를 만들 듯, 영어 역시 짧은 소리 표현과 상황 중심 반복을 통해 먼저 ‘영어 블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I’m fine.”, “How much is it?”, “Can I help you?” 이런 표현들이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으면, 이후 문법과 독해는 훨씬 쉽게 연결된다. 결국 언어는 살아 있는 소리다. 관광객이 “감사합니다”를 배우는 모습 속에는 외국어 교육의 중요한 원리가 숨어 있다. 인간은 원래 듣고, 따라 하고, 익숙해진 뒤에 분석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귀가 먼저 영어를 받아들이고, 입이 먼저 리듬을 기억할 때 영어는 더 이상 시험 문제가 아니다. 그 순간 영어는 비로소 ‘사용하는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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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귀가 먼저 배우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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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 [교육연합신문=오승한 기고] 최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재선 이후 일각에서는 “3선은 어렵다”는 정치적 관점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일반 행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정치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미래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다. 교육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학생 한 명의 성장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학교 현장의 변화 또한 꾸준한 축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습 환경 개선, 교사 역량 강화, AI·디지털 교육 혁신, 맞춤형 교육 확대, 학교 시설 및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은 모두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들이다. 특히 미래교육의 핵심으로 떠오른 AI 기반 교육정책은 더욱 그렇다. ‘학생성공시대 AI교육’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AI 교육 생태계 조성, 디지털 격차 해소, 교사 전문성 강화, 맞춤형 학습 시스템 구축은 몇 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책 방향이 중간에 흔들리거나 단절된다면 이미 축적된 노력과 성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과 학교 현장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도성훈 인천교육감이 강조해 온 ‘읽걷쓰(읽고·걷고·쓰기)’ 정책 역시 중요한 교육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읽걷쓰는 단순한 독서 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며, 삶 속에서 경험을 확장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사고력과 인문학적 감수성,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읽걷쓰 교육은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창의성, 정서적 성장까지 함께 키우는 미래형 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또한 단기간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과 축적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 교육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매번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비전 아래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재선 교육감의 지속적 리더십은 단순한 임기 연장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교육 혁신을 완성 단계로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정책의 안정성이 확보될 때 학생들은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육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교사들 역시 중장기 목표 아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학교는 지속 가능한 혁신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다. 결국 도성훈 인천교육감의 3선 논쟁은 단순한 정치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교육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교육의 중심에는 정치가 아니라 학생이 있어야 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인천의 미래는 결국 교육에 달려 있다. 그리고 교육의 힘은 단절이 아니라 지속성에서 나온다. ▣ 오승한 ◇ 비영리민간단체 인천주니어클럽 회장 ◇ (사)한중문화협회 인천광역시지회장 ◇ 인천광역시교육청 국제교류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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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육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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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보다 먼저 죽이는 것, 연기다
- [교육연합신문=안오룡 기고]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이 아니라 연기다. 그리고 그 속에 섞인 유독가스다. 우리는 여전히 화재를 ‘불과의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와 같은 유독가스는 단 몇 분 만에 사람의 의식을 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순식간에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불길을 피했더라도 숨을 쉴 수 없다면 탈출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불보다 먼저 ‘연기’에 갇힌다는 사실이다. 현대 건축물은 플라스틱과 합성소재, 각종 내장재로 채워져 있다. 이들이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독성가스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치명적이다. 불길이 번지기 전에 이미 공간은 보이지 않는 독으로 채워지고, 사람들은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쓰러진다. 문제는 명확하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건물마다 소화기는 있다. 경보기는 울린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순간, 개인이 숨을 지킬 수 있는 장비는 없다. 불을 끄기 위한 준비는 되어 있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한 준비는 빠져 있는 것이다. 소화기와 감지기로는 불을 알릴 수는 있어도,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는 없다. ■ “5분이면 끝난다”…그리고 15분 화재에서 생존을 좌우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유독가스에 노출된 후 약 5분, 이미 치명적인 상황이 시작된다. 그리고 남은 시간, 15분이 ‘골든타임’을 버틸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15분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대피 경로를 찾기까지 필요한 그 시간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 왜 우리는 ‘살아남을 준비’를 하지 않는가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기술은 존재한다. 문제는 정책과 인식이다. 화재 대응은 여전히 ‘진압’ 중심에 머물러 있고, ‘생존’은 개인의 선택으로 방치돼 있다. 현대의 화재는 과거와 다르다. 건물은 높아졌고, 구조는 복잡해졌으며, 내부는 더 많은 유독물질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안전 기준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소화기와 감지기로는 불을 알릴 수는 있어도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는 없다. ■ 현장의 조언 “연기를 피하려 하지 말고, 버틸 준비를 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기를 피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연기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이다.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단 10분에서 15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은 크게 달라진다. 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개인 보호장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고 싶다. ■ 생명구조 마스크, 패러다임을 바꾸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불을 끄는 것에서,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생명구조 마스크는 그 전환의 출발점이다. 산소를 공급하고 유독가스를 차단해 최소한의 생존 시간을 확보하는 장비. 핵심은 단순하다.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 그 15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고, 한 가족의 미래다. ■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화재 대응을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 이는 분명히 공공의 영역이며, 국가의 책무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다중이용시설에 개인 생존 보호장비 비치 기준 의무화, 기존 소방 기준을 넘어선 호흡 보호 중심 안전 체계 전환, 어린이·노약자 등 취약계층 대상 공공 지원 확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시범 도입 및 단계적 보급 정책 추진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 “15분을 준비하는 사회”가 생명을 지킨다 재난은 막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바꿀 수 있다. 그 차이는 단 15분이다. 그 15분을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놓칠 것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이 아니다. 숨을 쉴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해답도 분명하다. 사람이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준비, 단 15분을 버틸 수 있는 사회다. ▣ 안오룡 ◇ (주)세이빙스토리 회장 ◇ (주)유월무역 회장 ◇ (주)지앤지 대표이사 ◇ (주)콜 사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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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보다 먼저 죽이는 것,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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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言)의 질서와 신뢰의 회복, 정명(正名)에서!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선거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 사회는 거대한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선거는 본래 국민의 신뢰를 확인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신성스러운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선거의 풍경은 어떠한가요? 퇴직한 교육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말의 질서’는 처참히 무너져 내렸고, 그 자리는 혐오와 선동, 무책임한 공약들이 채우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것은 너무 나간 걱정인가요? 공자는 일찍이 정치를 묻는 제자인 자로에게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는 것’을 정치의 첫걸음으로 꼽았습니다. 군자는 군자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가 무너질 때 사회는 붕괴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분명하지 않으면, 개념이나 명칭이 공유되고, 소통되는 데 논리적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이치에 맞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질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공자는 논리적 연쇄를 통해 이를 경고했습니다.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名不正 則言不順),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국가의 대사가 성취되지 않으며(言不順 則事不成), 결국 예악과 법치라는 사회적 신뢰 시스템이 통째로 흔들려 백성들이 손발 둘 곳조차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악이 바로 서지 않으면, 사회 질서, 그다음에 이데올로기, 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질서, 사회 규칙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말의 타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 정도는 그냥 우습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말이라는 우리말은 ‘크다.’는 뜻과 함께 ‘끝’이라는 뜻으로 한 사람을 크게 성장시킬 수도 있고, 한 사람을 ‘끝낼 수도 있다.’을 정도로 타인을 해칠 수도, 혹은 스스로를 경계해야 함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선거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언어들은 ‘설득’이 아닌 ‘선동’으로 전락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공자는 확실치 않은 지식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것을 경계하며 “모르면 입을 다물라(多聞闕疑).”고 가르쳤습니다. 이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지식인과 공직자가 가져야 할 무거운 언어적 책임감을 뜻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말의 무질서’가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선거판을 보며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말과 비방도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학습할 수도 있습니다. 공자는 이를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국가 경영 전략으로까지 언급했습니다. 군대(兵)와 식량(食)이 풍족해도 국민의 신뢰(信)가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는 말로, 신뢰 시스템의 붕괴는 곧 공동체의 종말까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신뢰를 복원할 것인가? 그 해답은 ‘수치심(羞恥心)’의 회복에 있습니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정의(義)의 시작이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명분에 어긋났을 때, 뜨거운 부끄러움을 느끼는 ‘염치’가 살아날 때, 비로소 말의 질서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자가 말한 “행기유치(行己有恥)”, 즉 자기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선비 정신이 정치인과 시민 모두에게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본래 ‘말’로 이루어지는 제도라고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하기 전에 ‘진실한가? 선한가? 유용한가?’라는 세 가지 체에 걸러야 한다고 했고, 부처는 바른말(正語)을 수행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시 신뢰받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레의 연결고리(輗, 軏)와 같은 신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연결고리가 없는 수레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듯, 신의 없는 사회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選擧라는 시스템을 넘어, 우리 삶의 근간인 언어의 품격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내뱉은 말이 행실이 되고, 그 행실이 다시 신뢰라는 이름의 열매를 맺을 때, 우리는 비로소 ‘백성이 손발을 편안히 둘 수 있는’ 도(道)가 있는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선거가 교육에 미치는 선한 영향과 악한 영향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입니다. 학생들이 정책 토론과 투표 과정을 보며 주권자로서의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배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선거 과정에서의 흑색선전, 편 가르기, 언어 폭력은 교육적으로 치명적입니다. “아이들이 목적을 위해 수단(거짓말, 비방)을 정당화해도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학습하게 됩니다. 선거의 교육적 선한 영향력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공자가 강조한 위기지학(爲己之學, 나를 닦는 공부)의 태도가 선거 문화에 도입되어야 합니다.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이 교육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성찰해야 하며, 유권자는 ‘누가 더 도덕적 모델이 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선거는 신뢰 시스템과 민의의 반영입니다. 국민들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을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하여 정치의 근본을 ‘신뢰’라고 했습니다. 국민의 생각이 반영되려면 ‘정명(正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자체장은 지자체 장답게, 시민은 시민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통할 때 신뢰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공자가 말한 ‘다문궐의(多聞闕疑)’를 의미합니다.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부분은 빼놓고 말하라.”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침묵하라는 것이 아니라, ‘확실치 않은 지식으로 남을 현혹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 말라.’는 지식인의 엄격한 책임감을 강조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말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의미는, 즉, 말은 칼처럼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말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은 단어가 가진 본래의 정의가 왜곡되고(명칭의 타락), 말에 책임(행동)이 따르지 않는 언행 불일치의 상태가 고착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선거가 말의 질서에 미치는 영향의 언어는 ‘설득’이 아닌 ‘선동’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표를 얻기 위한 자극적인 언어는 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상대에 대한 혐오를 생산하여 사회적 담론의 질을 저하시킵니다. 信이라는 글자는 ‘사람(人)’과 ‘말(言)’이 합쳐진 것입니다. 사람의 말이 곧 그 사람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정치권부터 공약을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일상에서 정직함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적 보상 체계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말의 중요성을 언급한 성인인 소크라테스는 “말하기 전에 세 가지 체(진실, 선함, 유용함)에 걸러라.”고 했습니다. 부처는 정어(正語)를 강조하며, 거짓말, 이간질하는 말, 험한 말,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수행의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논리에 맞지 않고, 말이 논리에 맞지 않으면 사회적 과업(事)이 실패합니다. 예악불흥(禮樂不興), 일이 안 풀리면 문화적 질서(예악)가 무너지고, 결국 공정한 법 집행(형벌)이 불가능해져 백성들이 불안에 떨게 됩니다. 공자는 군대(兵)나 먹을 것(食)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信)라고 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신의’가 없으면 사회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래서 선비(士)란 자기 행동에 부끄러움을 알고, 사명을 완수하는 사람입니다. 국가가 도가 없을 때 녹봉(穀)만 탐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마음이 정치의 시작이라고도 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성현들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가?’를 성찰하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당당하게 시인하는 것을 ‘용기’로 대접해 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양심이라는 거울 앞에 서는 신독(愼獨)의 자세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앞선 나라는 신뢰로부터 나옵니다. 진(秦)나라 효공 때 재상 상앙은 약 9m 높이의 나무를 남문 시장 거리에 세우고 누가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면 그 사람에게 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 백성이 속는 셈치고 나무를 옮기자, 약속대로 거금을 주었습니다. 이는 국민과 맺은 신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진나라 백성들은 믿음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했습니다. 개인은 물론 사회나 국가도 신용을 잃어버리면 설 땅이 없습니다. 신용은 인간관계의 기본 질서요 사회 존립의 근본 원리입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과 친해질 수도, 동업할 수도 없으며, 우정도 협동도 사랑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용은 인간의 으뜸가는 도덕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 모두 ‘민생’은 뒷전이고 싸움질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생을 반드시 살리겠다.”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겠다.” 등 그 숱한 약속들은 말 잔치로 끝난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도 정치도 가장 큰 자산은 신뢰입니다. 정치인들은 ‘무신불립’을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도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데 무엇이 먼저일까를 사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서양의 격언에도 돈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적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또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금년 한여름에도 신뢰라는 명제를 한번 깊게 되새겨 보면서 지내봄이 어떨까 하는 화두를 던져봅니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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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말(言)의 질서와 신뢰의 회복, 정명(正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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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독한 열정이 빚어낸, 두 번째 인생의 선율
- [교육연합신문=정현도 기고] “인생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믿습니다. 음악은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가장 따뜻한 동반자입니다. 때로는 삶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다음 길을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색소폰의 한 음 한 음은 그 흐름을 다시 이어주는 작은 숨결이 되고, 잊고 있던 설렘과 용기를 다시 깨워줍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우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 믿습니다.” 지난 2012년, 우리는 조용히 모였다. 교단을 떠난 뒤 찾아온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낯설었다. 수십 년을 아이들과 함께 숨 쉬며 살아온 날들이었기에, 그 공백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마음 한 켠의 빈자리처럼 느껴졌다. 그때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색소폰이었다. 오래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는 일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소리는 흔들렸고, 호흡은 짧았으며,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순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색소폰은 거짓이 없다. 숨결이 닿는 만큼만 소리가 나고, 삶을 살아온 깊이만큼만 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연주를 배우며, 어쩌면 다시 ‘나 자신’을 배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모임은 조금씩 달라졌다. 교육계 퇴직자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반인들도 함께하고 있다. 직업도, 나이도, 살아온 길도 다르지만 색소폰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선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우리는 어느새 하나의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윤기호 선배 교장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교단을 떠났지만 배움을 멈춘 적은 없습니다. 지금의 도전은 늦은 시작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색소폰의 한 음 한 음이 우리의 지난 시간을 품고, 또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길 바랍니다. 함께하는 이 시간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 말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머물렀다. 인생의 후반기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음이 제대로 울려 퍼지는 순간, 그 작은 성취는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힌다. 함께 연주하며 서로의 숨결을 맞추는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작은 공연이 끝난 뒤였다. 한 관객이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저도…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우리는 미소로 답했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인생에는 늦은 시작이 없다. 다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을 뿐이다. 고독 속에서 시작된 우리의 열정은 이제 서로를 지지하는 힘이 되었고,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길을 여는 작은 불빛이 되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색소폰을 든다. 남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연주하기’ 위해서다. ▣ 정현도 ◇ 고독과 열정 동호회 원장 ◇ 前부산대연고등학교 교장 ◇ 前용호1동 주민자치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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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독한 열정이 빚어낸, 두 번째 인생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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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일하는 사회, 인간 역할의 재정의
- [교육연합신문=오양환 기고] “그분이 아주 뛰어난 인재라고 들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IT 혁신을 맡겨도 될까요?” “아닙니다. 그분은… 너무 우수해서 오히려 ‘위험’합니다.” 귀를 의심케 하는 이 기묘한 대화는 어느 기업의 채용 자문 현장에서 실제로 오간 것이다. 최고의 찬사가 되어야 할 ‘우수함’이 어째서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일까. 이 역설적인 경고는 AI가 일의 심장부로 침투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주한 서늘한 미래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재 한 명이 조직을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단 한 명의 초우수 인재와 AI의 결합이 기존의 조직 체계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도 있는 시대다. 어느 한 중견기업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증명한다. 소위 ‘천재’라 불리는 한 명의 인재가 투입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그 기업은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정립해온 ‘고용’과 ‘협업’이라는 근간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10명의 업무를 대체한 단 하나의 지능 그 인재는 부임 직후 회사의 모든 사무 공정을 현미경처럼 분석했다. 그리고 AI 기반의 가상 직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10명이 넘던 관리·사무직 부서는 순식간에 해체되었고, 사무실에는 단 한 명의 임원만 남게 되었다. 전화 응대는 남녀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상황에 맞게 톤을 조절하는 AI가 맡았고, 복잡한 문서 작성과 보고, 고객 소통은 실시간으로 처리되었다. 심지어 정기 세무조사를 위해 방문한 세무 공무원들조차 AI의 완벽한 응대에 압도당했다. 수만 페이지의 회계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해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AI 앞에서 인간의 추궁은 무력했다.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기업은 효율화를 선택할 자유가 있고, AI 활용을 규제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은 사무직에 그치지 않았다. AI가 공정 설계와 로봇 제어를 직접 결합하면서 블루칼라 업무까지 빠르게 자동화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과 6개월 만에 ‘사장 혼자만 남은 회사’가 등장했다. 인간 직원이 사라진 자리를 무한한 지능과 지치지 않는 기계가 채운 것이다. ‘AI 자기 복제’가 가져올 인재의 대홍수 이 이야기의 결말은 더욱 큰 충격을 안긴다. 그 초우수 인재는 결국 자신의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방식을 학습한 이른바 ‘AI 자기 복제본’을 만들어냈다. 이제 기업은 사람을 새로 채용하고 교육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검증된 인재의 사고 능력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인재’를 도입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빠르며, 확장성 면에서도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한 명의 천재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그 천재를 본뜬 수십, 수백 개의 가상 지능이 동시에 일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가져왔던 ‘희소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다. 기술의 속도가 아닌, ‘사회적 준비’의 속도를 고민할 때 이 사례는 단순히 어느 효율적인 기업의 성공담이 아니다. AI가 가져올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 뒤에 숨겨진 ‘일자리 실종’과 ‘구조적 소외’를 예고하는 경고등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기업 이익이 늘어 세수가 확보될지 모르나, 그 안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노동자들의 존재는 거대한 사회적 숙제로 남게된다. 이제 우리는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로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AI를 도구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인간을 재정립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AI 시대에 인간이 준비해야 할 핵심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그리고 ‘현장과의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로 거듭나는 것이다. AI 사회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알고리즘이 아니라, 기술의 속도에 발맞춰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재설계하는 사회적 합의의 속도다. 미래의 공장은 AI와 인간이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그 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기성세대와 리더들의 마지막 책무일 것이다. ▣ 오양환 ◇ (유)코아시스템 CEO ◇ 경남대학교 AI·SW융합전문대학원 원우회장 ◇ (사)한국인공지능기술산업협회 부산경남 지회장 ◇ 前인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 前창신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 일본 동경 Coredump SW사 근무 ◇ 창녕군 남지초·중학교·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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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가 일하는 사회, 인간 역할의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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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셀프 심사’가 만든 국가대표…공정성은 어디에 있었나
- [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정성과 투명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되어야 하는 공적 절차다. 특히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지도자를 선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수중핀수영협회의 이번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과정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 심사를 맡은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각각 감독과 코치에 지원했고, 심사 과정에도 참여한 뒤 최종 선임됐다.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셀프 심사’ 구조다. 이해관계자는 심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공공 영역의 최소 기준이다. 이는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공정성을 지탱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그 선이 무너진 순간,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란이 커지자 협회는 선발을 무효화하고 재공모에 나섰다. 그러나 그 사이 발생한 행정 혼선과 시간 손실은 오롯이 선수단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대회를 앞둔 국가대표에게 지도자 공백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경기력에 직결되는 심각한 변수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해충돌 관리 실패, 독립성 없는 심사 구조, 불투명한 기준, 그리고 사전 검증 부재까지.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더욱이 여성 선수 비중이 상당한 대표팀에서 여성 지도자가 단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시대 흐름과도 어긋난다. 적합 판정을 받은 후보가 있음에도 관례를 이유로 배제됐다면, 이는 공정성 이전에 구조적 문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선발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도 존중받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제도 개선이다. 이해충돌 방지 장치의 실질적 작동,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 심사 구조,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대표는 특정인의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자리다. 그 자리가 ‘누가 뽑았는지’가 아니라 ‘왜 뽑혔는지’로 설명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된다. 이번 논란이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체육계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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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셀프 심사’가 만든 국가대표…공정성은 어디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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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의 미래!’ 스스로의 허물을 찾는 엄격함에서
- [교육연합신문=김성희 기고]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의 이면에는 과거의 경험이 남긴 '기억'이라는 강력한 데이터베이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공의 기억과 실패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우리 뇌의 회로에 관여하여 개인의 미래의 행동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성공을 경험할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Dopamine)을 분출합니다. 이는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여 "이 행동은 유익하니 다시 반복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자기효능감'을 만들어 냅니다. "위대한 일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자기효능감은 타고나는 기질이라기보다 훈련을 통해 근육처럼 키울 수 있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반면, 실패의 기억은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실패의 기억은 생존에 위협적인 신호로 인식되어 성공보다 훨씬 선명하게 저장되는데, 이를 잘못 관리하면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기 쉽습니다. 아이들의 편도체를 잠재우고 전두엽을 깨우는 것은 교육자의 따뜻한 시선과 일관된 지지입니다. 교육자의 태도는 아이가 실패의 기억에 함몰될지, 아니면 그 실패를 딛고 성장의 디딤돌로 삼을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선물하는 것은 거창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어른들의 단단한 지지와 믿음입니다. 실패의 기억을 '나의 무능력'이 아닌 '수정해야 하는, 충분히 변화가 가능한 경험적 데이터'로 해석할 때, 뇌는 비로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마인드셋'의 단계로 들어갑니다. 실패의 기억을 가장 적극적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의지'로 연결한 인물은 《논어(論語)》와 《회남자(淮南子)》 등에 등장하는 위나라의 현자 거백옥입니다. 그의 삶은 기억을 대하는 태도가 한 인간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거백옥은 쉰 살이 되었을 때,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충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五十而知四十九年之非" (오십이지사십구년지비) "쉰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지난 49년 동안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그는 이 불편한 기억들을 회피하는 대신, 매일 아침 "어제의 나의 실패를 직시하는 것"에서 변화의 의지를 끌어냈습니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논어》 〈헌문(憲問)〉편에서 공자와 거백옥의 사자가 나누는 대화로 더욱 구체화됩니다. 蘧伯玉 使人於孔子 (거백옥 사인어공자) 거백옥이 공자에게 사자를 보내니, 孔子 與之坐而問焉 曰 (공자 여지좌이문언 왈) 공자가 그와 더불어 앉아 묻기를, "夫子 何爲?" (부자 하위?) "선생(거백옥)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對曰 "夫子 欲寡其過而未能也" (대왈 부자 욕과기과이미능야) 사자가 대답하기를,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허물을 줄이고자 하시나, 아직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고 계십니다.“ 거백옥은 남들이 우러러보는 현자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자신의 뇌 속에 저장된 '실패'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기억들을 현재의 자신을 담금질하는 정(釘)으로 삼아, 매일같이 스스로를 새롭게 빚어냈습니다. 거백옥의 ‘직시’가 주는 메시지는 메타인지의 용기입니다. 공자와 거백옥의 대화는 ‘완성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 첫째는 불편함의 수용입니다. 자신의 49년 치 실패를 낱낱이 꺼내 놓는 것은 뇌의 방어기제를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불편한 직시’만이 고도의 메타인지를 활성화합니다. 둘째로, 겸손한 혁신입니다. “허물을 줄이고자 하나 능히 하지 못한다.”는 고백은, 변화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정질(담금질)하는 태도가 진정한 현자의 조건임을 말해줍니다. 현대의 스티브 잡스 역시 거백옥과 닮은 꼴의 궤적을 보입니다. 1985년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해고당한 일은 그에게 치욕적인 실패의 기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기억에 매몰되어 세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의 독단적이었던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잡스는 훗날 이 시기를 통해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가벼움'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잡스의 사례는 ‘실패를 통한 유연성의 획득’을 시사합니다. 그 첫째는 중압감에서 가벼움으로입니다. 성공의 신화에 갇혀 있던 자아를 버리고, 실패라는 치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유’로 치환입니다. 둘째는 경직된 회로의 파괴입니다. 과거의 독단적 성공 기억이 만든 경직된 사고 회로를 실패라는 충격요법으로 끊어내고, 더 창의적이고 수용적인 리더로 거듭나는 ‘자기 혁신’의 모델을 보여줍니다. 이는 거백옥이 쉰 살에 과거의 허물을 씻어내고자 했던 노력과 궤를 같이합니다. 실패의 기억을 통해 기존의 경직된 사고 회로를 끊어내고,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리더로 거듭난 것입니다. 거백옥과 공자가 지향한 삶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입니다. 남들의 칭송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허물을 찾는 엄격함입니다. “지나온 세월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역설적으로 “앞으로의 시간은 다를 수 있다.”는 강력한 낙관론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미래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토대로 오늘 우리가 내리는 해석과 실천의 총합입니다. 거백옥이 매일 자신의 허물을 줄여가며 스스로를 혁신했듯이, 우리 역시 실패의 기억을 '나를 무너뜨리는 상처'가 아닌 '나를 완성하는 동력'으로 삼을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교육자와 부모는 아이의 편도체를 안정시키는 ‘따뜻한 지지대’가 되어야 하며, 아이의 실패를 ‘수정 가능한 데이터’로 인식하게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주시는 선생님들의 그 ‘따뜻한 시선’이 아이들의 편도체를 잠재우고 위대한 전두엽을 깨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잊지 마시길 응원합니다. ▣ 김성희 ◇ SLA 어학원 원장 ◇ 무등 환경단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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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의 미래!’ 스스로의 허물을 찾는 엄격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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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부경(天符經) 철학으로 본 삶과 배움의 가도(街道)
- [교육연합신문=문덕근 기고] 태양과 만물 공생의 기저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빛(태양)이라고 합니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태양 에너지를 근간으로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살이(삶) 근거의 99.86%가 태양에 의지한다고 합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 광선을 유기 화합물로 전환하며, 동물과 인간은 그 에너지를 섭취함으로써 삶을 영위합니다. 해(태양)는 차별 없이 모든 만물을 비추며, 자신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내어줌으로써 생태계의 거대한 순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 ‘조건 없는 사랑’과 ‘생명의 연속성’이라는 우주적 질서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천부경에는 ‘본심본태양(本心本太陽)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의 본래 마음은 본래 밝은 태양과 같다.”는 뜻으로 광명성과 보편성, 자각의 철학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어둠을 밝히는 태양과 같은 순수한 지혜와 밝음이 이미 존재한다는 선언이며, 이는 광명성(光明性)을 말하는 것입니다. 보편성은 태양이 하늘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비추듯, 우리 마음의 본질 또한 사사로운 욕심에 가려지지 않는다면 만물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각의 철학은 외부에 있는 태양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태양(본성)을 깨우고 회복하는 것이 인간 완성의 길임을 가르칩니다. 또한 천부경은 운명공동체의 가치관을 말합니다. 천부경은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로 시작해서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로 끝납니다. 이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와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운명공동체임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그 첫째로 가치관을 이야기합니다. ‘나'와 ‘남’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하나라는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고 외칩니다. 또한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공감의 자세, 그리고 조화와 상생을 중시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독점보다는 공유를 실천하는 삶이 천부경적 공동체 삶의 핵심입니다. 본심본태양(本心本太陽)이 주는 현대적 교훈은 현대인들에게 ‘자존감의 회복’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가지 교훈을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안의 밝은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열정(빛)을 나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자아실현과 사회 공헌의 일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처럼 하는 배움의 자세와 태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배움은 해처럼 하는 것’이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학습의 자세를 시사합니다. 해가 매일 어김없이 뜨듯, 배움 또한 쉼 없이 정진해야 합니다. 이것을 지속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가리지 않고 섭취하되,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무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운 것을 가슴 속에만 가두지 않고, 행동과 실천을 통해 세상에 이로운 영향력을 발휘(방사)해야 합니다. 즉 발산해야 합니다. 저 하늘에 해를 봤더니, 해는 말이야, 우리를 위해서 일하지 않아. 그냥 해는 자기 일을 할 뿐이야. 그런데 그의 영향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거야. 그러니 ‘너도 해처럼 살아야 돼’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면서, 교훈이면서, 명령이면서, 인류에게 주는 천명(天命)입니다. 모든 경전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를 알아야 우리 홍익인간,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 나무 막연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게 관념적으로만 이해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교육법 1조에 ‘홍익인간’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관념적으로만 이해하니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 ‘홍익인간’, 좋은 말이지. 그런데 홍익인간이라는 말이 한자를 우리처럼 하면, ‘홍익’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냐면? ‘해처럼 하나 됨’, 이런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홍익’이라고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그 가르침, 으뜸가는 가르침이 천부경에 담겨 있고, 천부경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그 삶의 방식,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때로 우리가 그것 때문에 방황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에 대한 결정적 해답이 ‘해처럼’입니다. 이처럼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들은 내일부터 해가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나도 해처럼 살아야지’, ‘해는 어떻게 하고 있지?’ 해를 보는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면, 망치로 한 방 맞은 것 같은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누구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고, 매번 반복해서 듣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들이 자기 내면에서 각성이 일어나야 합니다. 천부경의 결정적 명령!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 그것이 ‘해와 같이’, ‘해처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인문학을 하는 사람치고, 천부경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81자의 한자를 자기 마음대로 풉니다. 수백 명이 천부경을 썼는데, 책마다 내용이 다릅니다. 천부경은 한국 철학의 핵심이며, 세계인의 양식입니다. 양식은 일상입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가치관과 인생관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우리말(한국어)과 우리글(한글)은 ‘천지인(天地人) 삼재’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인생관입니다. 하늘(·), 땅(ㅡ), 사람(ㅣ)이 어우러진 글자 구조처럼,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순응하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가치관을 심어줍니다. 둘째, 수평적 소통입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만든 한글은 ‘지식의 민주화’와 ‘모두가 존엄한 세상’을 꿈꾸는 인본주의적 인생관을 반영합니다. 弘益人間(홍익인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홍익인간은 단순히 ‘남을 돕는다.’는 수준을 넘어, ‘인간 세상을 널리 유익하게 한다.’는 통치 철학이자 삶의 목적입니다. 이는 나의 존재 가치를 타인의 행복 속에서 찾는 고차원적인 이타주의입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ility)과 지구촌 공생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합니다. 설마 한국인으로서 ‘살림’, ‘살림살이’라는 말 모르는 이가 있을까요? 홍익을 어렵게(?) 느낄만한 많은 장삼이사들을 배려해서 만든 용어가 ‘살림’이고 ‘살림살이’입니다. 우리는 자기의 삶, 살아감을 ‘살림’ 또는 ‘살림살이’라고 말합니다. ‘살림’, ‘살림살이’가 무슨 말인가? 누군가를, 무언가를 ‘살리는 것을 자기 삶의 목표로 하겠다.’는 다짐이 바로 ‘살림’이고 ‘살림살이’입니다. 전쟁과 폭력, 이해타산이 난무하는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권력이나 명예나 각종의 이익 추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겠다는 각오가 훨씬 현실적으로 보이는데, 한국인은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이어서 평생 수신제가도 힘겨울 듯한 사람들조차도 자기 삶의 목표를 ‘살림’이라는 거창한 말로 부르는 것일까요? 더구나 누구도 회피할 수조차 없도록 아예 생활 용어로 못 박아, 노상 고백하면서 살 수밖에 없도록 장치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한국인의 공동체적 철학, 사고의 경향을 알지 못하고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홍익’의 개념을 정립한 이들이 누구인가? ‘홍익’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면 ‘홍익’ 본연의 근본 이념에 반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근기가 조금 부족한 사람들일지라도 ‘홍익’에 동참할 수 있는 방편으로 배려한 장치가 바로 ‘살림’이라는 말이다. 살면서 노상 ‘살림’을 생각하라는 의미다. ‘살림살이’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리말 ‘살림’은 ‘살리다.’라는 동사에서 왔습니다. 진정한 경제 활동이나 일상생활(살림살이)의 목적은 나를 포함한 주변의 생명을 ‘살려내는 것’에 있어야 합니다. 죽이는 경쟁이 아니라 살리는 상생의 미학이 진정한 살림살이의 지혜입니다. 천부경의 핵심 명령은 ‘해처럼 살아라.’입니다. 해처럼 산다는 것은 ‘자각(自覺)과 방사(放射)’의 삶입니다. ‘자각’은 ‘자발적 삶’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처럼 주도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둘째는 ‘따뜻한 포용’입니다. 차가운 이성이 아닌 따뜻한 감성으로 만물을 품어주는 삶입니다. 셋째는 ‘어둠의 소멸’입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갈등과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과 희망이 샘솟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천부경이 제시하는 최종적인 천명은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입니다.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있다.는 말입니다.” 결국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며, 하늘의 뜻을 지상에 구현하는 대행자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천명은 내 안의 태양을 찾아(本心本太陽), 홍익인간의 마음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며(弘益人間), 모든 생명을 살리는(살림살이) 것입니다. 우리는 한 점의 빛으로 시작해 온 우주를 밝히고, 다시 그 거대한 하나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영광스러운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천부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준엄하고도 따뜻한 명령입니다. 天符經을 찾아, 天符經의 부름을 따라 힘찬 발걸음을 옮겨봅시다. ▣ 문덕근 ◇ 한자한글연구원장 ◇ 고전연구가 ◇ 한자실력급수 사범급(공인)·한자한문지도사 특급(공인) ◇ 교육학박사 ◇ 前전남강진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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