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박진우 칼럼]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론장은 깊은 대화의 갈증을 겪고 있다. 마치 적을 대하듯 막말이 오가기 일쑤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마주할 때 다름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배타적인 시선으로 선을 긋고,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안타까운 풍경이 적지 않다. 디지털 알고리즘이 엮어낸 익숙한 정보 속에서 나와 같은 목소리만을 편안히 소비하며,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유를 잃어가기도 한다. 더욱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갈등의 그늘이 아이들의 맑은 배움터인 교실 안으로도 조용히 번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최근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숏폼 및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90% 안팎에 이르며, 이는 자극적인 편향 정보와 거친 표현에 노출되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래 집단 사이의 대화에서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극적인 언어가 스스럼없이 오가고, 교실의 토론 수업마저 서로의 생각을 보태어 지혜를 모으기보다 상대를 말로써 이겨야 하는 경쟁의 자리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갈등을 조율하고 품어내는 민주적 감수성을 어디서부터 길어 올려야 할지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쌓거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기술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학교는 통계표 위의 숫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배움의 터전이자, 타인의 온기를 느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는 작은 사회다. 민주주의는 제도나 규범 이전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웃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마음을 맞추어 가는 성숙한 태도 위에 꽃을 피운다. 배움의 공간에서부터 '경청과 배려의 문법'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교실 안에서의 '숙의(熟議)형 대화 교육'은 매우 필요한 교육적 접근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토론 교육이 옳고 그름을 가르고 상대를 설득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는 상대의 생각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는 '마음 모음형 대화'로 나아가야 한다. 작은 학급 규칙을 정하거나 일상의 갈등을 마주할 때, 아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배려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따뜻한 경험을 쌓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 편향을 가려내는 '비판적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체계적으로 길러주어야 한다.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문구의 의도를 차분히 짚어보고, 나만의 닫힌 방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분별력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기능적 숙련을 넘어,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디지털 시민의 품격을 함께 다듬어가야 한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정신을 기리는 격언 중에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의견을 말할 권리는 존중한다"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이 머무는 자리를 온전히 지켜주는 포용에 있다. 우리 아이들이 머무는 교실이 승패의 장이 아닌 따뜻한 대화가 머물고 아름다운 공존이 자라나는 배움터가 되기를 소망한다.
▣ 박진우
◇ 교육학 박사
◇ 부산 칠암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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