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4(토)
 

 “환자의 마음까지 들여다 볼 줄 아는 평생 동반자로 남겠습니다”

 

두뇌신경질환 환자의 ‘치유’ 돕는 한방 ‘인의’를 만나다

 

손덕칭 지성한의원 원장 /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

 

‘의학은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인술’이라는 말이 상기 시켜주듯,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란 단순히 몸에 드러난 상처나 질병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아프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상태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좀처럼 낫기가 힘든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몸과 함께 마음도 병들기 쉬운 만큼 환자에게 이 말은 더욱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치료를 잘하는 이를 명의라고 한다면, 환자를 하나의 케이스로만 보지 않고, 동반자로 여겨 스스로 병을 이겨 내도록 치유를 돕는 의사는 ‘인의’라 부를 만하다. 오늘 <주간인물>은 학업과 업무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현대인들에게 갈수록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두뇌신경계 질환의 ‘치유’를 위해 묵묵히 한 길만을 걸어 온 인의, <지성한의원> 손덕칭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_ 취재 이선진, 오미경 기자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양천구에 위치해 있는 지성한의원을 찾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환자 진료가 끝나고 마주한 상황에서도 생기 넘치는 목소리와 얼굴로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하는 손덕칭 원장. 한의학을 이용한 난치성 두뇌신경 질환의 치료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하는 기자의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이 사람, 질문을 던지자마자 조목조목 쉴 틈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한방내과 전문의, 두뇌질환과 신경질환의 관계에 눈뜨다


한방내과 전문의인 손덕칭 원장은 한의원을 열기 전, 한방병원에 있으면서 한의학적 치료를 선호하는 질환인 중풍 환자들을 주로 많이 만나왔었다고 한다. 양방과의 협진이 토대로 된 곳이었기에 신경과 의사와 협진을 통해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손 원장은 당시의 그 과정이 지금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떠올렸다.
 

“그 때 중풍과 같은 뇌질환을 양방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치료해 나가는지 보면서 편두통(간질), 메니에르증후군, 모야모야병 등 기존 한의원들에게서 잘 다루지 않는 난치성 뇌질환들이 양방의 치료에서도 분명 한계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았어요. 오히려 한의학으로 좋아지는 경우를 계속 볼 수 있었죠. 그리고 수련의를 하면서 만난 중풍환자들을 보면 늘 ‘왜 중풍에 걸렸나?’를 물어보고, 고민했었는데 고혈압 등의 원인도 물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는 다들 발병 전 정신적인 데미지를 크게 입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양방에서는 흔히 정신적인 데미지를 스트레스라고 정의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것이 과연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했고, 저는 중풍환자들을 치료할 때 노래를 불러주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도록 장려하는 방법을 썼는데 환자의 급격한 상태 호전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두뇌질환은 분명 정신적인 것들이 관여되어 나타나고, 치료 또한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뇌질환과 신경질환을 함께 다루며 임상경험을 쌓아간 그는 2008년 <지성한의원>의 문을 열었고, 병원을 전전한 끝에 간절한 마음으로 한의학을 찾는 난치성 두뇌신경질환 환자들의 멘토로 활약해 오고 있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한의학적 치료로
두뇌신경질환의 해법 제시하는 <지성한의원>

손덕칭 원장은 “두뇌의 기혈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형태의 두뇌질환이 생긴다”고 말하며, 특히 무한경쟁 구조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이들이 정신적 압박과 노동 속에 살아가는 만큼 두뇌로의 기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두통, 어지럼증, 메니에르증후군, 이명, 간질, 집중장애와 같은 난치성 두뇌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성한의원>은 이러한 난치성 두뇌질환의 치료에 어떠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두뇌질환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은 상태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한의학은 두뇌질환의 치료 시 적절한 산소의 공급을 핵심이자 기본의 방법으로 두고 있지요.” 손덕칭 원장은 이를 위해 먼저 전정균형검사와 두뇌의 순환상태 진단에 필수인 비침습적 방법의 혈관노화도검사 등을 통해 철저한 두뇌 검사를 거치고 있다. 그리고 두침, 약침 등의 침 치료법과 환자들의 정확한 체질 분석에 따른 한약요법을 병행하여 탁월한 효과를 내오고 있다.
 

 

한편 손 원장은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강박장애 등 뿐 만 아니라 정신적인 놀람의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나타나는 경기나 교통사고 후유증도 신경질환의 하나로 포함시켜 스트레스클리닉을 통해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신경질환의 경우 “과도한 업무와 학업, 팍팍한 삶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지니는 불안함이 바탕이 된다”고 설명하며 무엇보다 예방 차원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집중력 장애 및 ADHD의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침과 한약(총명탕)치료를 통해 개선시키는 등 <지성한의원>은 국민적으로 번져가는 난치성 두뇌신경질환의 발병 양상에 맞서는 체계적인 치료로 환자들의 신뢰는 물론, 한의학에 등 돌렸던 사람들의 인식을 달리 얻는 일에도 기여하고 있었다. 손 원장은 한방 쪽에서는 학계에 보고된 바가 많지 않은 난치성 두뇌신경질환의 치료 사례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 이어나가 향후에는 학계에 증례 보고도 할 예정이다.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한·양방 바라보는 균형적인 시각 가져야


그러나 이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해 오는 동안에도 사실 안타까움은 늘 있었다. 치료시기를 놓쳐 뒤늦게야 한의원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환자들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다. 손덕칭 원장은 “두뇌를 많이 쓰고, 쌓여있는 과업으로 자기 몸은 챙기지 못하는 바쁜 현대인들은 머리가 무거워 지면서 두뇌질환이 생기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가볍게 여기거나 회피하거나, 대부분은 양방에서의 진단과 치료만을 1차적으로 떠올리고, 그것을 전부로 생각해 치료를 빨리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저는 급성기의 경우는 오히려 환자들에게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합니다. 실제로 급성기 치료에 있어서는 양방이 더 빠르고 좋은 치료 결과를 내는 방법이거든요. 반면, 만성기의 경우에 있는 환자는 근본적인 원인을 전인적으로 찾아 들어가 치유하는 한방의 방법이 더욱 효과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러니 초기에 치료의 중요성을 간과하여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한의학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만난 한 예로 메니에르증후군(돌발성난청)을 앓게 된지 6개월이 지난 환자는 양방 병원에서 4개월이 될 때까지 치료를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치료 가능 시기를 넘겨버리자 자포자기 하고 있던 차에 친척의 소개로 마지못해 이곳 지성한의원을 찾았다가 3개월 만에 병이 낫기도 했다. 이 외에도 어렵사리 한의원을 찾은 끝에 호전을 보인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들으며,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는 데 있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점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뇌신경 질환을 비롯한 많은 난치성 질환 치료에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손 원장은 “의학은 사실 어느 쪽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한·양방 모두 각자의 어려움이 있는 영역을 인정하고, 의학의 근본적인 목표인 ‘사람을 치유하는 것’에 초점을 합일시켜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뒷받침 되어 균형적인 시각에서 한·양방을 바라보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지금껏 한의학이 치료의 재연성이 적고 병의 기전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들어 비과학적인 의학으로 치부되어 온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한방을 ‘한의원+건강원+민간요법’의 범주에서 잘못 이해하는 데 그친 인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 민간의 방법이 통용되고, 전문의의 진단·처방 없이 약의 제조와 치료가 이뤄져 온 측면들이 있다는 것은 문제임이 자명하나, 민간요법은 한의학과 통속적으로 엄연히 다릅니다. ‘배 아플 때 매실 액기스가 좋다’와 같이 쓰이는 것이 민간요법이라면, 한의학은 똑같이 배가 아픈 증상이더라도 원인과 체질에 따라 먹는 약과 치료법이 모두 다른 변증치료를 바탕으로 하는 의학이기에 그 본질이 다른 것이죠.” 이는 단순히 한의학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것에 대한 지적을 넘어 불균형적인 인식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편견이 환자 스스로 본인의 치료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시키는, 즉 치료시기를 놓쳐버리는 현실로 이어지게 하는 만큼 분명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었다.
 
‘사람들을 선한 곳으로 이끌라’
손덕칭 원장의 삶이 향하는 곳 

장시간의 인터뷰가 후반부를 향해 가는 동안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환자와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더욱 행복한 미소가 묻어나는 손덕칭 원장을 보면서 한의사란 직업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린 시절 겪은 일화 하나를 풀어놓는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예요. 어떤 분이 길을 물어보셔서 알려드렸더니 매우 고마워하셨는데 그 모습이 어린 제게 감정적으로 굉장히 큰 느낌을 주었어요. 누군가에게 아주 사소하지만 무언가 도움을 주었을 때 느끼는 마음, 보람과 기쁨의 감정들이 아주 인상 깊었었죠.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만들어준 기억이고, 직업의 의미도 부여해준 일이었어요.” 그래서일까. 철학처럼 사람과 삶을 통찰하는 일에 관심이 컸던 그는  양방의 체계적인 의학도 좋지만 청소년 시절에 ‘동의보감’ 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한의학의 매력에 눈을 떴고, 아픈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의사의 길을 진로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스승으로부터 ‘사람을 선한 곳으로 이끌라’는 의미의 ‘도선(導善)’이라는 호를 선물 받은 손덕칭 원장은 그 뜻처럼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자 늘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진료활동 곳곳에도 스며들어 손덕칭 원장만의 남다른 한의원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한의원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항상 최선을 다해 부끄럼 없는 치료가 되도록 환자를 지극정성의 마음으로 돌본다는 소신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기본이 퇴색된 모습이 만연한 오늘 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자 그의 우직한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환자의 평생 동반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점이다. 손 원장은 환자의 몸에 난 상처 뿐 아니라 마음의 고민에도 귀 기울여 진정한 삶의 동반자가 되리란 생각으로 환자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가 한방병원에 있으면서 만난 공황장애를 앓던 한 여성 환자는 심신이 힘들 때마다 고비를 넘기도록 도와주고, 마음을 보듬어 준 그의 치료에 감명 받고 자신도 간호사의 길을 선택해 아픈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 정도다. 손 원장은 “난치성 질환을 지닌 환자들은 오랜 병 치료로 마음의 상처가 깊다”며 “단순히 질병을 낫게 해주기보다 그 사람의 삶에 내가 도움이 되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체질에 근거한 환자 맞춤식의 정확한 치료로 건강을 돌보며, 재발예방 및 식생활 관리에 주력하는 철저한 치료 역시 세심하게 배려하는 손 원장의 신념이 묻어난 <지성한의원>의 풍경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더욱 인상 깊었던 건 진료실 밖, 그의 일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도선(導善)’의 삶이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의료를 통한 도움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닿는 도움을 나누어 나가는 일이 그저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였다. 그래서 손 원장은 학회활동을 통해 학생 때부터 해 온 의료 봉사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해외의료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한의원이 위치한 지역 내 독거노인들을 위하여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자전거를 기증하기도 했던 그는 아들과 함께 하는 개인 후원 활동도 작지만 소소한 행복으로 지켜나가고 있었다.
 

천직으로 여기는 난치성 두뇌신경질환의 치료와 어딘가에 도움이 되는 삶을 위해 하루하루 성실히 걸어 온 손덕칭 원장. 그는 마지막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방과 양방의 협진을 토대로 한 두뇌신경질환 전문 한방병원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더 큰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은 의사들이 고민하는, 또 흔히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의사, 좋은 의사란 무엇일까. 병을 잘 고치고 환자가 많은 의사, 방송에 자주 비치는 의사, 소문이 난 의사 등등 물론 기준은 여러 가지 일 것이다. 필자 역시 여러 번 해본 생각이지만 그 답은 오늘로써 또 한 번 어느 정도 확실해진 것 같다. 진정한 좋은 의사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고칠 줄 아는 의사라는 것’. 제대로 된 치료는 마음을 들어주는 일, 소통에서부터 이뤄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질병은 싹이고, 마음이 뿌리라면 손덕칭 원장은 그래서 뿌리를 볼 수 있는 의사라 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의 진료실은 뿌리에 스며들어 시든 싹에 꽃을 피울 한 줄기 단비를 만들기 위해 밤늦도록 불이 꺼질 줄 모르고 있었다.

 

 

profile.
한의학박사
한방내과전문의
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
동수원한방병원 내과과장(역임)
사상체질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트레스학회 정회원
대한 약침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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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한의원 손덕칭 원장 특별인터뷰] 두뇌신경질환, 환자마음까지 돌보는 평생 동반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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