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유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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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판문점 선언'은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 활동에 물꼬를 트게 되었고, 남북한 사이의 화합을 모색하는 이 같은 움직임이 교육계에도 조심스럽게 추진되었다. 교원단체와 각 시도교육청이 잇따라 남북 교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북한과의 접촉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교육부에서는 미래 통일 교육을 위한 밑그림으로 평화 통일 교육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통일 교육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경기, 강원, 서울 교육감들은 평화 통일 교육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평화 통일 교육 공동선언문을 작성하여 발표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육청은 부산과 닮은 점이 많은 북한의 항구 도시 원산 지역과 교사와 학생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부산에서 ‘다 같이 독서토론 한마당’을 열어 남북 고등학생들이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기회를 얻으며, 원산에 부산 고등학교 축구부가 방문해 친선 축구대회를 열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추진했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그보다 10여 년 전 2007년 11월 부산시교육청에서는 북한 학교 급식 기구 지원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그해 여름 북한은 최악의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보게 되어 북한 학교에 급식 기구 지원을 위해 부산시 전 교직원을 비롯하여 유·초·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모금한 2억 3,391만 원의 성금을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에 전달했고, 12월 초 교육청 방북단을 구성하여 평양 방문을 통해 전달한 구호 물품을 확인하며 상호 교류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북한과의 교류 활동 및 지속적인 관계 유지는 정치적, 제도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제약을 안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2007년 인권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이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었던 그 시점부터 사실, 우리는 미래 통일 교육의 초석을 다질 복안을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하고 장기적인 남북한 상호 교육 협력 방안에 대하여 심도 있게 논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윤미향 국회의원이 일본 조총련 행사를 방문한 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국민 사이에 찬반의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조총련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줄임말로, '조선총련' 또는 '총련'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총련'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조총련 단체는,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 즉 동포들 가운데 좌익 계열에 속하는 사람들이 설립한 단체로서, 조총련의 구성원들은 북한을 '공화국'으로 부르고 대한민국을 '남조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을 그들의 조국으로 여기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하여 긴밀한 관계에 있던 북한과 조총련이 다소 소강상태에 진입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는 있지만, 조총련의 뿌리는 북한 공산주의 체제와 밀접한 유대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고, 38선 이북의 북한 학교와 북한 밖의 북한, 즉 일본에 자리 잡고있는 조총련 학교는 그 뿌리가 같음을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8년 일본 시마네 국립대학에 유학하던 시절, 우연히 기차 안에서 흰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조총련 초등학교 학생과 마주 앉게 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독도와 영토 분쟁으로 유명한 시마네현 마츠에시는, 일본 신화의 탄생지로 유명하며, 바다를 끼고 철도가 놓여져 있어, 일본 국도 9호선을 타고 부근 지역을 가다 보면 빼어난 경치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차창 밖을 쳐다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어느 날 기차 안에서 맞은편 좌석에 앉은 조총련학교의 초등학생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편생활을 하던 중에 일본 문부성 초청 교원 연수생으로 선발돼 유학을 갔기에, 당연히 일본 현지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본인에게는 교육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조총련 초등학생과 마주 앉은 순간, 본능적으로 초등학교 교과서를 확인하고 싶어, 마주 앉은 여학생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서 몇 권을 보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칙 연산을 지도하는 수학 교과서에서 어린 학생들이 총을 들고 미군 병사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맞추는 그림을 제시하면서 쓰러진 미군 병사의 숫자와 아직도 총을 더 쏘아 죽여야 할 미군 병사의 숫자를 계산하는 내용과 사회 교과서에는 남한을 나타내는 지도에 불빛이 거의 없는 컴컴한 곳으로 표현한 것이며 교과서 곳곳에 김일성 사진과 전쟁에서 승리해 총칼을 앞으로 겨누며 깃발을 휘날리는 삽화 등은 실제로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로 대한민국 교과서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교할 수 없는, 교과서가 아닌 잔인한 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조총련 학생들에게 본인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 같으냐고 물어보았더니, 고급 일식당이나 옷 가게에서 일을 하는 사람 같다는, 너무나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되어 그 또한 놀라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조총련 학교에서는 모든 여선생님이 똑같은 옷을 입고 화장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신고 있는 핸드백과 구두를 쳐다보며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이 귓속말로 속닥거리며 뭐라고 말을 나누곤 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기차 안에서의 조총련 학생들과의 만남은 생전 처음 경험한 잊을 수 없는 북한 체제와의 교류였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오늘날 지금은 북한 역시 교육 과정도 개편하여 조총련 학교의 교과서도 새로운 단장을 하였으리라 짐작은 하나, 북한 체제에서 가르치는 공산당 교육의 근본이념은 바뀌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본에 자리 잡고 있는 조총련 학교 역시 38선 이북의 북한 학교와 그 뿌리가 다를 리 없으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활발하게 물꼬를 트고 있는 남북 교류 활동의 연장선상에도 조총련이 있음을 인식할 때, 현재 국내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여러 교육적 교류 프로그램을 굳이 38선 이북의 북한 학교에만 국한 시킬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일본 조총련은 일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국가와 그 속에 자리 잡고있는 북한 밖의 북한 체제라는 이원화로 접근할 수 있는 점에서 다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훨씬 효율적이고 다각적인 면으로 시각을 넓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미래 통일 교육을 대비하는 방법으로 북한 밖의 북한인, 일본 조총련 학교와도 그 맥락을 같이 이어가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25년 전 기차 안에서 마주 앉은 초등학생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들이 되어 나름대로 현실을 직시하며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으리라. 판문점 선언이 계기가 되었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38선 이북 평양이나 함흥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아니라 내일이라도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가서 그때 그 시절처럼 우연히 기차 안에서 조총련 학교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리하여 또 그렇게 25년이 지난 오늘날, 그들의 교과서를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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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애

◇ 한국다문화공동체 대표

 

◇ 前한국다문화국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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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특집] ② 북한 밖의 북한, 다문화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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