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시론]
학교 복도에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모습의 학생. 비행 청소년이 아니다. 모범생이다. 모범생이 마약에 중독되어 비틀거린 모습이다.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제 학교는 신성한 지식의 장이 아니라, 마약 중간상과 판매책이 판치는 마약 시장으로 변모했다. 마약 팬데믹 시대다.
마약을 하면 문해력이 떨어지고 독서 능력이 저하된다. 뇌가 녹아내려 지능이 80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피부가 괴사되고 혈관이 썩는다. 일단 한 번만 복용해도 중독되고, 중독되면 심각한 금단 증상에 때문에 끊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청소년의 미래를 빼앗아 간다. 이제 청소년 마약은 안전지대가 없다.
청소년 마약 사범은 48명에서 235명(389%)으로 전년(2023) 대비 3배 폭증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때에는 마약 범죄자가 전국 20명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5년에 마약 범죄는 1만 6000명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른들은 모른다. 마약은 어른에게서 대학생으로 이제는 중학생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로 전이되고 있다.
왜 이렇게 마약하는 청소년이 폭증했나? 원인은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외부적 요인은 구매가 쉽다는 점이다. 마약 접근성이 높아졌다. SNS를 통한 대리구매라든가, 텔레그램이나 해외직구로 마약 구매가 쉬워졌다. 거기다가 펜타닐 40알이 불과 몇 천원 정도라서 10대들이 싼 값으로 마약을 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마약 지옥은 ‘살빼는 약’으로부터 시작된다. 사과 맛, 풍선껌 맛이라는 광고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더해져, 마약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일단 중독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들에게 마약을 되파는 중간상, 판매책이 되어간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마약에 대한 호기심 증가, 학업성적 부진, 친구 관계, 장래 문제에 대한 불안감 해소 욕구 불만, 외로움 등의 영향으로, 텅 빈 골방에 홀로 앉아 상상, 공상, 망상으로 이어지는 생각 속에서, 이런 것들을 마약으로 풀어보려는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그래서 마약을 ‘나를 위한 선물’로 인식한다. 학력 경쟁에서 지친 나에게 주는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약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치료가 우선이다. 의지력만으로는 마약을 끊을 수 없다. 의지력만으로 마약을 뿌리칠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약을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현재 마약 전문치료기관이 전국에 2개 밖에 없다. 따라서 인력확충과 함께 마약 전문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 더불어 청소년 유해 약물에 대한 교육강화도 필요하다.
첫째, 개념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약은 나쁜 것이라는 개념이 없으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마약은 악마가 주는 선물’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강제적으로라도 정규 교육과정 속에 고전 문학 작품을 많이 읽도록 해야 한다. 고전 문학 작품을 읽으면 개념 정립이 확고하게 되고, 유혹에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을 다변화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생명 존중과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집중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넷째, 청소년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원인은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마당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이는 게임보다는 실제로 땀을 흘리는 운동을 통해 자아실현할 수 있는 체험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마약은 단순한 타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 속에 공감, 협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이 마약에 찌든 학교의 마약 시장화, 9살 난 아이가 교감 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욕을 해대고,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연애를 하고, 학교에서 버젓이 학생들이 불법 도박을 하는 등 현재 교육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청소년 마약 실태조사는 2025년에나 가능하다는 보도다. 그 이유가 부처 간의 협의 문제 때문이란다.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의 행정 능력이 개발도상국 수준이다. 지금이 바로, 한 번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와 징후들이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적용되는 시점에 와 있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마약 문제는 단순한 처벌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 치료, 사회적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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