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윤리와 저작권, 창작의 경계를 묻다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도, 우리는 ‘가르침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최일훈 기고]

AI는 교실에 놀라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단 몇 초 만에 이미지가 완성되고, 스토리가 이어지고, 음악이 생성된다. 학생들은 그 과정을 통해 몰입하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이 결과물은 누구의 것인가?” “창작의 주인은 누구인가?”
AI를 통한 창작이 활발해질수록, 윤리와 저작권의 문제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데이터가 AI 학습의 재료로 쓰이고 그 과정에서 원 저작자의 권리가 희미해진다. 학생들은 종종 “이건 AI가 만들었으니까 내 작품이에요.”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AI는 도구일 뿐, 진정한 창작의 주체는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생각을 담았느냐에 달려 있다.
윤리교육의 출발점은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인간의 사고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재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이디어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AI의 ‘사용자’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디지털 미래 영재학교 생성형 AI반』을 집필하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교육의 가능성을 넓히지만, 그만큼 책임의 영역도 넓힌다. 책 속에서는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거나 이미지를 구성할 때,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작의 맥락과 윤리적 사고를 병행하는 수업 구조를 제안했다.
“이 장면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썼다면 어떤 권리가 생길까?” 그런 대화 속에서 학생들은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사회적 책임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AI를 다루는 수업에서는 투명성과 정직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들이 AI로 만든 결과물을 제출할 때, 어떤 도구를 사용했고, 어떤 부분을 스스로 수정했는지 명확히 기록하게 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의 윤리적 자각을 훈련하는 교육적 장치다. AI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출처 표기’, ‘공동 창작 개념의 인식’, ‘저작권의 존중’은 이제 교과의 내용이 아니라, 모든 교실이 함께 다뤄야 할 기본 역량이 되었다.
AI 윤리는 단지 규제나 금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학생들에게 기술을 책임 있게 활용하는 자유의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윤리적 사고가 없는 기술은 위험하지만, 성찰이 있는 기술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AI는 너를 대신 생각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너의 생각을 더 멀리 퍼뜨리는 도구”임을 일깨워 준다면, 그 수업은 기술 중심을 넘어 사람 중심의 배움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앞으로의 교실에서 우리는 더 많은 AI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가’다. AI가 제시한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 교사는 그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이 열어 준 무한한 창작의 세계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의 윤리와 책임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교사의 진짜 사명이다.

▣ 최일훈
◇ 부산 명진초등학교 교사
◇ 2024~2025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주무교사
◇ 2024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교육부 장관 표창
◇ 2023 정보(SW·AI) 교육 발전 및 활성화 유공 교육부 장관표창
◇ 2022 개정교육과정 과학교과서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