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용의 100세 칼럼] 암 수술부터 척추·관절 수술까지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는 ‘조기 재활(ERAS)’, 침구 치료의 결합으로 완성하다
[교육연합신문=최윤용 기고]

1. 단순 침상 안정이 아닌 생리적 항상성의 재건, 수술 후 재활의 개념 - 많은 환자가 종양을 절제하거나 손상된 관절과 척추를 교정하는 수술이 무사히 끝나면 치료의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술의 종료는 또 다른 치열한 생리적 회복 과정인 ‘수술 후 재활(Postoperative rehabilitation)’의 출발점입니다. 과거의 전통적인 수술 후 요양 개념은 수술로 허약해진 신체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엄격한 장기 금식, 각종 배액관과 도뇨관의 장기간 유지, 과도한 수액 투여 및 절대적인 침상 안정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켈렛(Kehlet) 교수가 주창한 이래 현대 수술 후 관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수술 후 회복 촉진(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이하 ERAS)’ 패러다임은 수술이 인체에 가하는 복합적인 외상 스트레스 반응을 조기에 능동적으로 제어하여 수술 전의 신체 기능과 대사 항상성을 신속히 되찾는 통합 재활 과정으로 수술 후 재활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수술이라는 물리적 침습은 인체 내부에 결코 가볍지 않은 신경·내분비·면역학적 폭풍을 일으킵니다. 복부나 근골격계 수술이 시작되는 1단계(신경원성 단계)에서 피부와 조직 절개는 기계수용체와 통각수용체를 강하게 자극하여 척수 억제 반사와 교감신경계(아드레날린성 경로)를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뇌의 고립로핵과 시상하부 실방핵을 자극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분비인자를 방출시킴으로써 위장관 운동을 즉각 마비시킵니다. 이어지는 2단계(염증성 단계)에서는 외과적 조작으로 인해 조직 내 비만세포가 탈과립되고 근육층에 상주하는 M1 대식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종양괴사인자, 인터루킨-1베타, 인터루킨-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유도성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래 산화질소, 사이클로옥시게나제-2 유래 프로스타글란딘이 대량 방출되어 장관 평활근 수축력을 직접 떨어뜨리고 전신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근육 위축을 유발합니다.
2. 마약성 진통제와 장마비의 딜레마, 수술 후 재활의 필요성과 최신 논의 - 수술 기법이 개복술에서 복강경 및 로봇을 활용한 최소침습수술로 고도화되고 ERAS 프로토콜이 도입되면서 평균 재원 기간이 1.88일 단축되고 합병증 위험이 29% 감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으나,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재활의 난제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복부 수술 환자의 약 19%에서 발생하는 ‘수술 후 위장관 기능장애’와 대장직장 수술 환자의 10~30%가 겪는 ‘수술 후 장마비(postoperative ileus)’는 복부 팽만, 가스 및 대변 배출 지연, 경구 섭취 불내성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장 유래 감염과 패혈증, 다장기 부전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전신마취 수술 환자의 30%, 고위험군의 60~80%는 수술 후 구역 및 구토를 겪으며, 이는 복압 상승으로 인한 창상 열개, 출혈, 흡인성 폐렴 위험을 높입니다. 정형외과와 척추 수술 영역의 재활 문제도 심각하여, 슬관절 전치환술 환자는 수술 1개월 후 대퇴사두근 기능이 20~25% 감소하고 1년 후에도 보행 속도가 18%, 계단 오르기 속도가 51% 저하되어 약 15~20%가 재활 결과에 불만족을 호소하며, 퇴행성 요추 질환 수술 환자의 10~75%는 신경근 견인 손상에 따른 난치성 잔여 하지 저림과 근육 강직을 겪습니다.
가장 큰 임상적 딜레마는 수술 후 통증 조절을 위해 투여하는 약물 자체가 오히려 재활과 장기 기능 회복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체 수술의 36.5% 이상, 주요 암 수술의 95% 이상에서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opioids)는 장 신경계에 분포한 μ-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하여 비추진성 수축을 늘리고 수분·전해질 분비를 억제하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해 심각한 변비와 수술 후 장마비, 구역·구토를 촉발합니다. 더욱이 수술을 계기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 접한 환자의 약 6%가 수술 90일 이후에도 약물을 끊지 못하는 지속적 오피오이드 사용자로 전락하는 문제가 전 세계적 보건 위기로 대두되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는 위장관 출혈과 간·신장 독성 위험이 있고, 가바펜티노이드 계열 약물은 술후 호흡 억제 우려로 활용이 위축되고 있으며, 장 회복을 돕기 위해 시도되던 정맥 리도카인 주입술 역시 최근 영국 27개 병원 다기관 임상시험(ALLEGRO trial)에서 위장관 회복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항구토제 단독 투여만으로는 수술 후 오심과 구역 전체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 학계에서는 ERAS의 빈틈을 메우고 마약성 진통제 의존도를 낮추며 다장기 기능을 보호하는 비약물적 전략의 일환으로 ‘수술 전후 침구치료’의 결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
3. 신경·면역·근막을 조율하는 침구 재활의 현대 과학적 작용기전 - 신경생리학, 면역학 및 생체역학 성과를 반영한 각종 연구들이 침과 침전기자극술(electroacupuncture), 뜸 치료가 단순한 국소 자극을 넘어 말초·척수·중추신경계와 자율신경계, 근막 연결망을 입체적으로 조절하여 수술 후 재활을 촉진하는 정교한 기전을 규명해 내고 있습니다.
첫째, ‘미주신경-콜린성 항염증 경로(cholinergic anti-inflammatory pathway)’와 ‘뇌-장 축(brain-gut axis)’의 활성화입니다. 족삼리(ST36), 상거허(ST37), 내관(PC6) 등 주요 경혈에 침이나 침전기자극술 자극을 가하면 체성감각-자율신경 반사를 통해 과항진된 교감신경이 억제되고 미주신경 및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활성화된 미주신경 말단에서 분비된 아세틸콜린은 장 근육층 대식세포 표면의 알파7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결합하여 세포 내 JAK2/STAT3 신호전달 경로를 가동함으로써, TNF-α, IL-1β, IL-6, 골수형성페록시다제(MPO) 등 염증 매개체의 방출과 복강 내 조직 유착을 억제합니다. 동시에 침전기자극술 은 미주신경-부신 축을 자극해 카테콜아민 분비와 말초 도파민 D1 수용체 작용을 통해 전신 염증을 제어하고, 장 신경계의 카할 간질세포(ICC)와 콜린성 신경원을 복구하며 혈관활성장펩티드, 물질 P(Substance P), 가스트린, 모틸린 분비를 정상화하여 장관 연동운동을 회복시킵니다. 또한 내관혈 자극은 소뇌와 뇌섬엽(insula) 사이의 신경 연결망 및 시상하부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 방출을 조절하여 구토 중추를 안정시키고, 귀의 경혈 자극은 위장관을 지배하는 유일한 표재성 분지인 미주신경 이개분지를 직접 활성화합니다.
둘째, 말초·척수·중추를 아우르는 3단계 다중 진통 및 신경 재생 기전입니다. 말초 수준에서 침 자극은 Aδ 및 C 신경섬유를 활성화하고 국소 아데노신 방출을 유도해 A1 퓨린 수용체를 통한 통각 전달을 직접 차단하며, 면역세포를 조절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항염증성(IL-4, IL-10, TGF-β) 상태로 전환합니다. 척수 후각 수준에서는 엔케팔린 매개 분절성 진통을 유도하고, 케모카인 축(CCL2/CCR2 및 CCL3/CCR5)을 하향 조절하여 만성 통증을 고착화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성상교세포(astrocytes)의 과활성화를 차단합니다. 나아가 상위 뇌 수준에서는 중뇌 수도관주위회색질과 연수 복내측부의 칸나비노이드 CB1 수용체 매개 GABA성 신경 억제를 통해 하행성 통증 억제 경로(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가동하며, 침전기자극술 주파수에 따라 2 Hz에서는 엔케팔린과 베타-엔도르핀을, 100 Hz에서는 다이노르핀을 선택적으로 분비시켜 통증을 제어하고 신경줄기세포 증식 및 재수초화(remyelination)를 촉진합니다.
셋째, 생체의 구조적 안정 회복과 근막 이완 기전입니다. 수술 후 조직 손상과 염증은 근섬유아세포의 비정상적 수축과 세포외기질(ECM)의 병리적 재구성을 유발하여 마치 갑옷처럼 굳어지는 ‘근막 갑옷’ 상태를 형성함으로써 근육 강직과 신경 말단 압박 통증을 지속시킵니다. 침 치료의 물리적 자극은 경피적 미세 근막절개술처럼 작용하여 근막의 전단 탄성률과 미세 유착을 해소하고 생체역학적 장력 균형을 복원함으로써, 환자가 조기에 재활 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4. 소화기암부터 척추·관절 수술까지, 현대과학적 임상 연구로 입증된 침치료 활용 수술 후 재활의 근거 - 침구 치료의 수술 후 재활 효능은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저널에 게재된 대규모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과 네트워크 메타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근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첫째, 위장관암 및 복부 수술 후 장 기능 회복 효과입니다. 소화기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Gastroenterology』(2025)에 발표된 중국 7개 대학병원 585명 대상 다기관 3군 임상시험에 따르면, 복강경 위암 절제술 후 내관·족삼리·상거허에 총 4회 침전기자극술 치료를 시행한 군은 첫 가스 배출 시간이 평균 69.46시간으로, 가짜 침전기자극술 군(82.08시간)보다 12.96시간, 표준 치료 단독군(93.59시간)보다 무려 24.46시간 단축되어 장마비 기간을 만 하루 이상 앞당겼습니다. 또한 첫 배변 시간(-24.66시간), 고형식 섭취 내성 시간(-122.18시간), 독립 보행 시간(-17.93시간)을 모두 단축하고 지속성 장마비 발생률을 66.15%에서 39.69%로 낮추었으며, 수술 4주 후까지 피로·불면·통증·불안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의하게 높였습니다. 외과학 분야의 해외 저명 학술지 『JAMA Surgery』(2023)에 실린 대장암 복강경 수술 환자 248명 대상 다기관 임상시험 역시 엄격한 ERAS 프로토콜 하에서도 중완·천추·족삼리·상거허 침전기자극술 치료가 가짜 침치료 대비 첫 배변 시간(76.4시간 vs 90.0시간)과 첫 가스 배출 시간(44.3시간 vs 58.9시간)을 유의하게 앞당기고 지속성 장마비 발생 위험을 절반(10% vs 20%)으로 감소시킴을 입증했습니다. 아울러 대장직장 수술 환자 1,56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침전기자극술 이 장 기능 회복뿐 아니라 술후 2~3일째 통증과 전체 합병증 발생률을 29% 낮추고 입원 기간을 1.22일 단축시켰으며, 위장관암 수술 환자 4,019명(43개 연구) 대상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가스·배변 회복에는 침전기자극술 이, 장음 회복에는 평자법이, 복부 팽만·설사 완화에는 이혈 피내침이, 전반적 임상 유효율 향상에는 쑥의 정유·플라보노이드·다당체와 온열 자극이 결합된 뜸 치료가 각각 1위를 차지해 증상별 맞춤형 한의 치료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둘째, 전신마취 후 구역·구토 제어 및 주요 장기 보호 효과입니다. 전신마취 환자 7,372명(50개 연구)을 망라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 따르면, 경혈전기자극 치료와 항구토제 병용이 전체 구역·구토 예방 1위를 차지했고, 경혈 수기치료와 항구토제 병용이 오심 예방 1위, 침전기자극술 과 항구토제 병용이 구토 억제 및 항구토제 요구량 감소 1위로 확인되어 약물 단독 요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나아가 심장 수술 및 관상동맥 중재술 전후 내관(PC6)·극문(PC4) 침전기자극술 자극은 심근 손상 지표인 트로포닌과 CRP를 낮춰 중환자실 체류 기간을 줄이고 혈압을 안정시키며, 노인 척추 수술 시 백회(GV20)·족삼리(ST36) 침 치료는 뇌 손상 및 염증 지표인 S100β와 IL-6를 감소시켜 수술 후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하는 뇌 보호 효과를 발휘합니다.
셋째, 정형외과 관절 치환술 및 척추 수술 후 근골격·신경 재활 효과입니다. 슬관절 전치환술 환자 2,128명(28개 연구)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혈해(SP10)·양구(ST34)·독비(ST35)·양릉천(GB34)·족삼리(ST36) 등을 활용한 침전기자극술, 온침, 뜸 치료는 수술 후 극심한 통증을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신문·피질하·슬관절 이혈 지압은 무릎 관절 가동범위(ROM) 회복에 가장 탁월했고, 침전기자극술은 관절 강직(WOMAC stiffness)과 생화학적 염증 지표 개선에 가장 우수했습니다. 퇴행성 요추 수술 후 재활에서도 침 치료는 통증 점수와 기능장애 지수(ODI)를 유의하게 낮추었으며, 부침(FSN)은 시술 1시간 내 즉각적인 진통과 24~72시간 내 광배근·대둔근·요추 주위근 경직 완화를 이끌어냈고, 협침과 세레콕시브 병용은 술후 3일과 7일째 염증 수치(CRP, IL-6)를 약물 단독보다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배꼽침(제침)과 기해(CV6)·관원(CV4)·족삼리(ST36) 온침 병용은 수술 후 6개월 시점까지 난치성 잔여 하지 저림과 신경전도 속도를 우수하게 회복시켰습니다.
5. 성공적인 회복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재활 수칙 및 자가 관리 전략 -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하고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치료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 최신 지침에 근거한 자가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전 금식 최소화 및 탄수화물 보충: 과거처럼 자정부터 무조건 굶는 것은 오히려 인슐린 저항성과 근육 이화작용, 갈증 및 술후 구토를 악화시킵니다. 위 배출 지연 질환이 없다면 수술 6시간 전까지 가벼운 식사를, 수술 2시간 전까지는 맑은 물이나 복합 탄수화물 음료를 섭취하여 간의 글리코겐 저장량을 보존하고 정상 체액량과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회복에 유리합니다.
-조기 구강 식이와 껌 씹기 및 능동적 조기 보행: 수술 후 가스가 나올 때까지 굶기보다 의료진의 지도하에 수술 당일 또는 24시간 이내에 조기 경구 영양 섭취를 시작하고, 식후 하루 3회 껌을 씹어 미주신경 반사를 통한 장운동을 자극해야 합니다. 또한 정맥 수액관과 소변줄을 조기에 제거한 뒤 하루 8회 이상 병실을 걷고 식사 시 침대 대신 의자에 앉으며 하루 8시간 이상 침상 밖에서 생활하는 능동적 보행이 장마비와 근위축, 혈전증을 막는 핵심입니다.
-침 활용 “수술 후 재활치료’ 시 알아둘 점: 침 치료 시 느껴지는 뻐근함, 무거움, 저릿함이나 침전기자극술 후 시술 부위의 일시적인 팽만감은 신경섬유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득기(得氣)’ 반응이므로 과도하게 긴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규모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침구 치료 관련 부작용은 경미한 피하 혈종 등에 그치며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고,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서도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심장 박동기(Pacemaker) 등 체내 전기 자극 기기를 이식한 환자나 극심한 쇠약 상태의 고령 환자는 반드시 시술 전 한의 의료진에게 자신의 기저질환과 복용 약물을 상세히 알려야 합니다.
수술 후 재활은 손상된 조직을 아물게 하는 것을 넘어 흐트러진 자율신경과 면역, 근막의 질서를 바로잡아 삶의 활력을 되찾는 전인적 치유의 여정입니다. 통합적 관점의 수술 후 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써,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검증된 과학적 한의 침구 재활 치료의 조화를 통해, 수술 후 통증과 장마비의 두려움을 넘어 건강하고 온전한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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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용
◇ 큰나무한의원 대표원장
◇ (주)으뜸생약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