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1-03(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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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이 말의 배경처럼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 천 년을 내다본다면 나무를 심고, 백 년을 내다본다면 사람을 키우라는 옛말이 있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가장 위대한 투자이자 과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교육은 사람을 키우기보다 경쟁을 키우고, 꿈을 키우기보다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벽의 어둠을 뚫고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 밤늦게까지 문제집과 씨름하는 아이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미루는 부모들…. 이 모습은 이제 대한민국의 익숙하고 관례적인 풍경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은 아름답고 거룩하지만, 그 사랑이 사교육 시장의 땔감이 되는 현실은 결코 아름답거나 미덥지 않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해마다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이미 29조 2000억에 이르렀다. 그래서 부모의 ‘등골 브레이커’라 불리고 있다, 교육은 점점 더 가정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부모의 지갑 크기를 보여 주는 경쟁이 된다면, 그것은 교육의 위기이자 또한 국가 경제의 위기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길만을 ‘정답’이라고 믿어 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출세하고 성공한다는 믿음, 대학 졸업장이 인생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통념은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어느 대학을 나왔습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의 시대가 학벌보다 창의성, 암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 졸업장보다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먼저 보여 주고 있다. 30여 년 전 삼성은 고졸자에게 입사의 문을 열러 놓은 데 이어 최근 국민이 선호하는 대기업, SK그룹이 역량 중심의 채용을 확대하며 ‘4년제 대학 학사 학위’를 입사 조건에서 폐기함으로써 대학 졸업 여부보다 실제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채용 문화를 바꾸었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오래전부터 독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를 통해 기술자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키워 왔고, 세계 여러 기업들도 학위보다 기술과 경험을 인재 선발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어 왔다. 여기서의 교육은 시험 점수를 높이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깨우는 교육이다.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젊은 장인들이 있다. 특성화고 실습실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 용접 기술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자, 농업과 정보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청년,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세계를 무대로 창업하는 젊은이들… 

 

매년 고교 졸업자의 70% 정도가 일방통행로의 대학을 향한 병목현상을 심하게 겪고 있는 우리는 국가가 먼저 국민 의식을 바꾸는 ‘학벌문화 개선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능력 중심 채용을 더욱 확대하고, 고졸 기술인과 전문인력에게 실질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학벌보다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인사제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기업은 학력이 아니라 성과와 역량으로 승진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학교는 대학 진학률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얼마나 행복하게 찾아가는지를 교육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교육 선진국이 되는 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이 자신의 기술과 열정으로 당당하게 사회에 나서고, 그 땀과 실력을 존중받는 날이다. 그날에는 부모가 불안 때문에 학원을 찾지 않을 것이고, 학생은 점수가 아니라 꿈을 이야기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학벌이 아니라 능력을 경쟁력 삼고, 국가는 누구나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숭고한 유산은 화려한 대학 간판이 아니다.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에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너는 이미 존귀한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사회가 함께 품는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학벌 공화국’을 넘어 ‘꿈의 공화국’으로 나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를 ‘진짜 교육’이자, 교육개혁이라 부르는 국가의 대전환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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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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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대학 간판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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