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권고에 교육부·17개 시도교육청 일부 수용
교육부 16개 권고 중 8개 불수용… 인권교육 법제화·학교 갈등해결 제도 개선 과제
[교육연합신문=손영욱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가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을 위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제시한 정책 권고에 대해 교육부는 상당수 핵심 과제를 수용하지 않은 반면, 시·도교육청은 전부 또는 일부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지난 2월 12일 교육부장관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에게 학생과 교직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3개 분야 21개 정책 과제를 권고했다고 11월 2일 밝혔다.
이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4월부터 6월까지 권고 이행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인권위에 회신했다.인권위가 교육부의 회신을 분석한 결과, 교육부 소관 16개 권고 항목 가운데 2개는 수용, 6개는 일부 수용, 8개는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됐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경기·경남교육청 3곳은 권고사항을 모두 수용했으며, 부산교육청을 포함한 나머지 14개 교육청은 일부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된 주요 권고사항은 ▲인권교육의 법제화 ▲교육청 내 대안적 분쟁해결기구 설치 및 절차 마련 ▲학생생활교육 기준에 학생인권 보장 명시 ▲학생 권리 보장 내용과 구제절차의 법적 명문화 ▲교사 인권 실태조사 실시 ▲학교 내 직장 괴롭힘 대응체계 구축 등이다.
인권위는 이들 과제가 학생과 교직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임에도 교육부가 관련 법령 개정이나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교육 법제화 권고와 관련해 교육부는 인권교육의 개념과 범위가 법률에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아 교육 관계 법령에 이를 명문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분쟁해결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에 교육갈등위원회 설치·운영 절차를 제시했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인권침해 사안이 사법절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교육적 해결과 피해 회복, 관계 회복이 가능한 중재 중심의 분쟁해결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학교폭력 관련 분쟁조정 절차는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 조정 결과의 실질적인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이에 인권위는 시·도교육청 차원의 중재 기반 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하고, 갈등 당사자의 입장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생인권 보장과 권리구제 절차에 대해서도 교육부와 인권위의 입장이 엇갈렸다.
교육부는 현행 법률에 학생인권 보장 규정이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권위는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 보장의 기본 원칙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권리 내용과 구제절차, 인권교육에 관한 세부 기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학교 내 직장 괴롭힘 대응체계 구축 역시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교육부는 관련 내용을 「교원지위법」에 명시할 경우 기존 제도와 중복돼 구제 방법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인권위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국·공립학교 교원에게 사실상 적용되지 않고, 현행 「교원지위법」 역시 학생과 보호자 등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교직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문제에 대한 보호와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학생과 교직원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학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선언적인 정책을 넘어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교육부 등 관계기관의 권고사항 재검토를 촉구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6항에 따라 권고 이행 상황을 공표했다.
이번 권고 이행 결과는 학생인권 보장과 교원의 권리 보호를 함께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