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최소한의 교육환경 개선…학습능력 향상 위한 선결조건
학교 현장에 맞는 현실적인 교육정책 적용 위해 노력할 것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이 있다. 과연 사람들은 무엇에 더 관심을 가질까?


'○○학교가 50억원을 들여 최신식 강당을 신축했다.'


'○○학교의 화장실이 전부 교체됐다.'


관점의 차이는 있겠으나 많은 경우 앞의 강당 신축사실에 더 눈길을 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강당과 화장실의 차이…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생활 속 작은 변화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심지어 둔감하기조차 하다.


결국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과 '덩치 큰 이벤트'에 집착하게 된다. 그렇지만 실제 우리의 생활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덩치 큰 이벤트'가 아닌 '생활 속 작은 변화'에 있다.


변화를 이끄는 힘은 '규모'가 아닌 '내용'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공교육의 내실화를 역설한다.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대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


이 가운데 좀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이야기하는 이가 있다. 현실의 높고 큰 목소리에 가려 심지어 '하찮게' 여겨지는 것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작은' 변화를 위해 나아가는 그 사람에게 우리교육의 또 다른 길을 물어본다. 비록 작고, 눈에 띄지 않지만 '알찬 변화를 이끄는 힘'과 그 '필요성'에 대해…


류병태 인천광역시 교육위원은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와 교감, 교장, 인천북부교육청 학무국장, 인천서부교육청 초대교육장 등을 역임했다.

 

교육위원 선출 이후 학교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디딘 이래 줄곧 교직에만 있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교실의 냉난방기 설치나 흑칠판 교체 주장 등은 그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한 여름 땀 냄새 진동하는 교실에서, 분필가루 날리며, 턱없이 크거나 작은 책걸상에 앉아 하는 수업의 효율성이 좋을 리 없다.


교사의 전문성, 수준별 수업 다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교육환경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환경개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교육환경 개선은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선결조건 이다.

 

교육환경개선 사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까지 추진한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

 

→ 첫 번째로, 교실 냉난방시설 개선을 들 수 있다.

인천지역의 교실 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다.


그 이유는 인천의 경우 도서벽지가 많고 송도 개발 등으로 새로운 학교 신축이 많아 교실환경개선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인천의 교육환경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열악한 상황이다.


교사로 재직할 때도 그랬고 교육위원에 선츨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직에 있으면서 여름과 겨울에 교사와 학생들이 무더위와 추위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여건에서는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이 문제에 온 힘을 기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그 동안의 노력이 성과가 있어 작년 말까지 각급학교의 냉난방시설이 모두 개선됐다.


개인적으로도 보람되고 의미 있는 결과지만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게 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


두 번째는 학교 흑칠판 교체사업이다.


현재 인천지역의 교실 중 30% 이상이 10년 이상 된 노후 칠판을 사용하고 있다.
교사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이 바로 분필가루라는 점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심각성은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본적인 건강조차 지켜주지 못하면서 전문성과 능력을 기르라고 다그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교실 냉난방 시설 개선이 학생을 위한 최소한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흑칠판 교체는 교사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냉난방 시설 개선처럼 모든 학교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아쉽지만 현재까지 전체 교실 중 약 50%의 칠판이 교체됐다. 이 사업은 반드시 확대 추진되어 모든 교실의 칠판이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 화장실 환경 개선이나 책걸상 및 사물함 교체 등의 안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너무 지엽적인 사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교실 냉난방 시설 개선이나 흑칠판 교체 사안과 같은 맥락에서 이들 사업들은 우리 학생들을 위한 정말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아니 배려라고도 할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이 누려야할 지극히 당연한 최소한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 최소한의 복지가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해 여전히 10~20년 전 만들어져 체형에도 맞지 않는 책걸상에 몸을 끼워 맞추고, 전체의 90%는 고장이 나서 쓸 수 없는 사물함을 마치 운명처럼(?) 체념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울 따름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어린 학생들을 위해 우리 기성세대가 반드시 해 주어야 할 최소한의 복지이다.


화장실 개선 안건의 경우에는 시교육청으로부터 올해 말까지는 양변기로 전부 교체하는 등 화장실 환경개선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책걸상 및 사물함 교체 사업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것이다.


평교사와, 교감, 교장, 교육장 등을 거치면서 우리 교육현장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류 위원께서 보시기에 가장 바람직한 교육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학생과 교사의 피부에 와 닿는 교육정책이다. 교사나 학생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으로 그들의 눈높이에서 교육현장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그들과 같은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과 함께 온 몸으로 호흡하고 있는 평교사들의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으로,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마음으로 학교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좋은 말씀이다. 그렇다면 현장과 공감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 매일 아침이면 나는 각급 학교를 다니면서 교통지도를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시쳇말로 얼굴을 알리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마음이었다면 더 여러 사람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많다.

매일 학교를 찾아다니며 교통지도를 하는 이유는 각 학교 녹색어머니회와 함께 교통지도를 하면서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생생하게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또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무엇이 가장 부담스러운지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고 그 현장의 목소리는 언제나 내게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또 한 가지 좋은 것은 등교길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일선 교단을 떠났지만 등교길 학생들을 보면 평교사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과 설레임이 든다. 등교길에서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의 미소를 보는 것이 정말 좋다.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무엇인가?

 

→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아직도 공교육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씀과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로 인한 걱정의 말씀들이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일생을 교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공교육의 신뢰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위원의 신분으로서 학교 현장을 바라볼 때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제도적 측면에서 본다면 독립형 의결기구가 아니고, 시교육청 등에 지적을 해도 구속력이 없어 교육위원으로서의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교육위원으로서 교육현장을 볼 때 가장 아쉬운 점은 현재 교사들이 수업 준비 외에, 비본질적인 업무로 너무 시간 낭비가 많다는 점이다. 교사를 위한 사기진작방안도 미흡하다.

 

비본질적인 업무로 인한 시간낭비를 말씀하셨는데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현재 교사들이 처리해야 하는 잡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각종 행사도 정말 많다. 수업준비에 집중할 시간에 각종 행정업무와 공문서 처리 등의 잡무와 행사준비 등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라고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의 수업외 업무 부담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학교의 경우에는 교사 수가 적어 업무 부담이 더 크다.

 

교사의 수업외 업무부담을 해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행정시스템이나 전산망 등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보조교사나 인턴교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교직을 이수하고도 아직 정식 임용을 받지 않은 예비교사들을 적극 활용해 이들에게는 교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현직 교사들의 수업외 업무부담을 줄일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청년실업문제의 해소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교사의 사기진작 방안이 너무 미흡하다. 자기계발과 전문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배교사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교직은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교사 자격증으로 대변되는 형식적인 전문직이 아니라 뛰어난 수업능력과 담당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능력과 인격을 겸비한 전문직이 되기 위해 비록 열악한 대우조건과 근무환경이라 해도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에 끊임없이 매진하는 교사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점점 더 교사와 학생의 사이가 멀어지고 형식화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교사의 본분은 누가 뭐라 해도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 인성교육이 핵심이다.


힘들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교사는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는 고귀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부심과 긍지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키우는 감동의 교육이 아쉽다. 모든 학생들을 차별 없이 사랑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교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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