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교육연합신문=문석주 기자]

 

39년의 역사를 가진 광성고등학교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손승대 교장은 정도(正道)를 걷는 교육자다.


교육자로서의 사명이란 어진 품성을 지닌 반듯한 학생,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태연히 말 하지만, 정작 불모지를 연상케 하는 구도심의 낙후된 교육환경에서도 사명이란 그런 것이라며 기필코 꽃을 피워내고야 마는 리더십을 갖췄다.


고리타분하다 싶을 정도로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강조하면서도 해마다 변하는 대입정보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입시 전문가이기도하다.


진보니 보수니, 손 교장의 교육철학에 그러한 잣대는 무의미 하다.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해 나갈 뿐.


고등학교 경영자이지만 학교를 이끌어가기 위해 그가 추진 중인 교육프로그램은 대학교가 무색할 만큼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다.


급변하는 교육정책 속에서도 광성인으로서의 전통을 지키며 꾸준한 성과를 올리는 것에 동문회는 물론 학부모들도 열렬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손 교장을 만나는 이들은 한결같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좋은 고등학교란 어떤 학교일까. 철저한 입시준비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고야 마는 학교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질풍노도의 끝자락에서 한 사람 몫의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인성을 키우는 학교. '성적'과 '인성'은 대한민국의 일선 학교들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대표적 요인이지만 이들에게 광성고의 존재는 존재 자체로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그게 최선입니까?'

 

광성고등학교는 소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학교로 불린다. 입학할 때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지역 내 86개 고등학교 중 78위였던 학생들이 졸업할 즈음에는 5위를 기록하는 대단한 학교다. 비결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 더욱 대단하다. 성적향상의 비결이 다름 아닌 '인성교육'이라니.

 

광성고는 요즘 추세와 달리 유독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관리에 집착하지만 정작 학교는 민원이 없는 학교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학생들이 올바른 몸가짐에서 올바른 마음가짐이 비롯된다는 교육이념을 납득하고 두 말없이 따르기 때문이다.

 

건학이념이 아름다운 학교

 

광성고의 높은 성적향상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건학이념에 토대를 둔 인성교육의 결실로써 오늘날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들은 광성고의 건학이념이 '뜻 깊고, 아름다운 학교'라고 입을 모은다.


학교를 세운 목적이 단순히 취학 청소년이 늘어나 세운 것이 아니라 '인간사랑'과 '나라사랑'구현의 실천이었다는 점에서 광성인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광성고의 올해 졸업 횟수는 제37회이나, 학교법인 충렬학원(설립자 류충렬 박사)의 교육 역사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 직후, 설립자 류 박사가 전쟁의 피해로 피폐해져 있던 인천 지역사회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불우청소년들을 보살피기 위해 설립한 인천소년수양원이 광성고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인천소년수양원은 그 후 경제개발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사회가 점차 안정되면서 그 기능을 사회교육 기관에서 인문계 고교로 전환했고 오랜 공립학교 지망선호의 풍토에서도 인천지역내 의료계에만 무려 56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한 해에 한 명 합격하기 어려운 사법시험에 졸업생 4명이 한꺼번에 합격하는 등 현직 법조계에도 16명의 졸업생이 진출한 소리 없는 사학계의 명문이다.

 

맞춤형 입시지도 '입시전략실'

 

광성고 학생들은 누구나 '진로와 직업'이라는 수업을 듣는다. 이 수업을 통해 적성과 소질에 따른 맞춤식 진로진학의 발판을 마련한다.


상경, 어문, 법, 물리, 화학 등 적성에 따라 맞춤식으로 반을 편성하고 학생들의 성적과 자료는 자체 프로그램에 의해 일괄적으로 3년 내내 관리된다.


입시전략실은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대학마다 상이한 입시요강을 연구하는 전문교사들을 배치해 학생들로 하여금 학년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상담을 받고 진로진학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의 기본이 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사진자료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점검하고 일일이 첨부해 어느 학교보다 알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기로 명성이 드높다.


이에 따라 작년 수시모집에서 100%에 가까운 합격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포스텍(구 포항공대)의 경우 일부 과학고보다도 더 많은 4명의 합격생을 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로써 포스텍 입시에 합격생을 배출한 전국의 일반계 고등학교 1천5백여개교 중 광성고가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것이다.     

  
진로진학상담부장을 맡고 있는 송선용 교사는 "포스텍은 성적이 우수해도 잠재력이 보이지 않으면 합격할 수 없다"며 "각 학교마다 요구하는 인재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라 맞춤식으로 운영한 본교의 입시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성공적인 입시결과의 비결을 밝혔다.


뿐만아니라 광성고는 지난 5년간 1백명 기준 서울대 진학률에서 인천 1위를 기록했으며 작년에는 전체 280명중 수시모집으로만 수도권 4년제 대학에 125명(전체46.5%)의 합격생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광성고가 주로 수시모집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학능력시험성적은 상대적으로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광성고는 철저한 학사관리로 그 흔한 사설 모의고사 한번 제대로 치르지 않고도 수능시험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집중 관리를 통해 수학·과학 경시대회를 비롯 매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성적이 뒤처진 학생들은 소규모 단위로 맞춤식 방과 후 학습을 통해 성적향상을 도모한다.


'맞춤식'이란 교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철저하게 '학원식'을 표방함으로써 교사가 먼저 강좌를 개설하면 학생들이 이를 선택해 수강하는 방식이다. 한 강좌 당 30시간을 기본 커리큘럼으로 운영하는데 3학년 강좌만 무려 70여개가 운영 중이다.


입시는 '교사의 자존심이자 부모와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라는 것이 광성고 입시전략실의 생각이다.

 

책을 많이 읽는 학교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던가. 광성고 교정 내에는 어디서나 쉽게 책을 읽고 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진풍경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일단 입학하면 독서를 하지 않고는 졸업이 불가능한 광성고만의 시스템 때문이다.


1,2학년 동안 독하게 4~5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거나 토론회를 여는 것은 물론 심지어 책 내용을 토대로 면접구술시험이나 별도의 필기시험까지 치르는 광성고의 독(毒)서시스템은 2002년부터 이미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들의 필독서로 선정된 책들을 보면 주제도 참 다양하다. 사회 과목의 경우 한비야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부터 수학 과목의 아미르 악셀이 저술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까지, 전 교과목에 걸쳐 다른 학교라면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라고 언질만 줬을 양서(良書)들이 빼곡하다.


학생들이 이러한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이나 기타 활동들이 생활기록부에 고스란히 반영됨은 물론이다. 더군다나 작성된 독후감들은 따로 개인책자로 만들어져 학생들에게 개인별로 제공된다고 하니 서로 더 책을 읽으려고 안달이다.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책 읽는 습관을 들인 자녀를 보며 학부모들의 마음까지 뿌듯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특별활동, 체험학습도 '인성교육'

광성고만의 성적향상 비결, 인성교육은 비단 정규교과과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체험학습으로 지역사회에 대해 봉사활동을 하도록 지정해 1학년 3반 화도진도서관, 2학년 10반 중구 장애인종합복지관과 같이 각 반별로 미리 정해놓은 장소에서 청소와 도우미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수행한다.


사랑의 연탄을 나르는 일이나 마을환경정화활동을 수행할 때도 지역주민들의 쏟아지는 칭찬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학생의 본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체험학습을 이렇게 봉사활동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드물뿐더러 학교에서 추진하는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결국 생활기록부에 빠짐없이 꼼꼼히 기록됨으로써 학생들이 별도의 입시를 위한 봉사활동 관리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광성고는 수영, 레슬링, 태권도 등의 고교 스포츠에도 큰 관심을 쏟으며 13회 졸업생 김병철(바르셀로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 18회 장재성(애틀랜타·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은·동메달)과 같은 수많은 올림픽 스타를 배출해냈는가 하면, 일반 학생들도 건전한 마음이 깃들 건강한 신체를 갖출 수 있도록 매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해마다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이순신 충무공 단축 마라톤 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이 행사는 비록 10km가 채 안되는 짧은 거리이지만 학생들이 잠시 무거운 학업의 짐을 내려놓고 마라톤 완주의 희열을 맛볼 수 있어 광성고의 '명물'로 유명하다.   

 

공부가 즐겁다…'잠재성장형학교' 선정

광성고는 1,2학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되는 만큼 3학년 교실건물을 따로 지어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최신식 자율학습실인 '자현재(自現齋)'는 사설 독서실보다 월등한 시스템을 갖춰 담당교사가 굳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누구하나 떠드는 사람 없이 학업에 열중한다.


광성고 학생이라면 자신이 왜 이 자리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현'이라는 이름대로 스스로 알아서 공부에 힘쓴다.


학교의 '면학분위기조성'이라는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광성고는 인하대와의 MOU체결을 시작으로 대학들과의 연계를 중시하며 대학이 기존처럼 일선 고교에 인재상을 요구하는데 그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재발굴에 힘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광성고는 매년 개최해온 대학입시설명회를 통해 대학이 먼저 적극성을 띄게 만들어 학생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오는 5월에도 광성고 내 강당에서 실시될 예정인 입시설명회는 매년 포스텍, UNIST(울산과기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등 유수의 명문 대학이 한 자리에 모여 부스를 개설하고 저 마다의 요구하는 인재상을 밝히며 다른 학교의 학부모들까지 찾아와 북새통을 이루는 큰 행사다.


광성고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월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잠재성장형 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잠재성장형 학교는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2014년까지 매년 5천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학부모들이 믿고 다시 자녀를 진학시키는 학교, 각 고교 진학지도교사들이 앞 다투어 자문을 구하러 오는 학교, 법조계와 의료계뿐 아니라 예체능계에서도 다양한 인재를 배출해 내는 광성고가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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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광성고등학교] 성적·인성…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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