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자기고백적 활동'…미술, 심리치료에 큰 효과

 

입시위주 교육, 학생 '정신건강' 악영향 미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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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사건, 유명 연예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소식 등 심리적으로 벌어진 사회문제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우울'과 '외로움' 같은 내면의 괴로움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이면 누구나 겪는 감정의 유형들입니다.

 

그러한 내면의 괴로움으로 정신적인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그 아픈 마음을 함께 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는 '미술심리치료사'입니다.

 

제가 만나는 분들 중에는 만성정신질환으로 병원치료를 마치고,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평소보다 더 쫑긋 귀를 세우고 대답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더디고,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이분들은 대부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으며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려도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하루는 '아팠던 순간 표현하기'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20명 정도 되는 분들이 함께 하다 보니, 어떤 분들은 경계하는 마음으로 긴장을 풀지 못해서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진실되게 표현합니다.

 

30대 초반의 A씨는 학교 앞에 온 몸을 감싸고 웅크린 채 앉아있는 한 소녀를 그렸고, 학교 주변을 가시돋친 울타리로 둘러싸 학교와 소녀를 분리하듯 표현했습니다.

 

A씨는 과거 학교에서 친구들과 쉽게 어울릴 수 없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상처를 입었다고 했습니다.

 

A씨에게는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고 때문에 정신분열 증세가 선천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변의 냉담한 태도와 무관심으로 인해 병세가 악화됐다는 것입니다.

 

A씨는 현재 저와 함께 하는 치료를 하는 동시에 컴퓨터를 배우며 사회로 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예로 30대 중반의 B씨는 밝게 웃고 있는 한 여자와 병원을 켄트지 앞, 뒤로 그렸습니다.

 

병원을 그리면서는 잠시 그리는 것을 멈추기도 했지만, 자신이 입원했던 병실을 그릴 때에는 몇 층이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B씨는 그 때를 생각하는 것이 힘에 겨운지 장문의 글을 써 내려가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듯 보였으며, 그림을 그리면서는 그림 속 여자로 인해, 병원에 있을 때 가장 심신이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자를 원망하지 않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다른 분들이 무엇이 미안하냐고 묻는 말에 모든 것이 다 미안하고 자신을 '괴물'이라 말했습니다.

 

B씨는 모든 미술활동에는 '그녀'를 등장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선물한 '스카프', 전해주고 싶었던 '장미', 사랑 때문에 난폭해지는 '자신', 사랑을 가로막는 뱀과 같은 '사람들'. 그 외 표현한 많은 것들이 모두 그녀와 관련된 기억의 조각들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내적 모습'과 거칠고 난폭한 자신의 '외적 모습'을 스스로 알고 있으며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사랑에 대해 아쉬움과 후회를 쏟아내던 그가 최근에는 그녀에게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꼴라쥬시간에 멋진 양복을 입은 남자를 오려 붙이며 다짐하듯 한 말이 있습니다. "아직은 초라해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지만, 40세가 되면 멋진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고 싶다. 변하고 싶다."

 

40대 중반의 C씨는 아버지가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있고, 그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과거 그러한 가정환경이 자신의 병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사랑의 매였을 것이라고 위로해주었지만,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직도 원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신의 고통과 어려웠던 상황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갈등을 해소할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보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아버지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세요."라고 말한 후 짧게 시간을 드렸습니다.

 

그는 "아버지! 왜 그렇게 저를 혼내셨어요? 왜 그러셨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더니 활짝 웃으며 "이제 속이 좀 후련 하네요."라고 했습니다.

 

위의 분들처럼 대화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지체를 동반한 분열증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40대 중반의 D씨가 이런 경우인데, 그는 책상 위에 빨간 손을 그리고 밴드를 붙여 놓았습니다.

 

대화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을 표현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마음이 아프고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그분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전에는 학교를 다녔으며, 직장이 있었고,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아버지며, 어머니이기도 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분은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회활동을 하던 분들이 왜 이곳에 모이게 된 걸까요?

 

몇 분은 선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대부분 후천적인 이유로 '학교에서의 따돌림', '사랑의 아픔', '게임중독', '부모님의 잘못된 양육태도' 등 우리도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들로 마음을 다쳤거나 병이 깊어진 경우입니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는 결코 '특별한 사례'들이 아닙니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게 됩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우리의 이웃일 수도, 동료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있으며, 바로 '내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정신적 장애환자와 일반인의 경계선에 서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 밖 세상'에서 바라 본 요즘의 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심리적인 면에서 커다란 안정을 줄 수 있는 '미술, 음악, 체육' 등의 수업일수가 줄어들어 혹여,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아닐까 심히 우려가 됩니다.

 

저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고 해소해 나가는 시간을 제공하며 또 그로써 미래에 대한 의지를 그려보는 시간을 제시합니다.

 

변화는 짧은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그 분들은 미술치료만으로 재활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라 꾸준한 병원 치료와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상담과 음악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는 미술을 통해 객관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감정을 반영하여 이분들의 정신세계를 담아내는 '자기 고백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의 역할은 그들을 괴롭히는 '무엇'을 찾아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그 괴로움을 함께 이겨내는 것입니다.

 

그러한 치료 과정에서 저도 제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건강한 자아를 찾아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그 분들 앞에 섭니다.

 

저는 이분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해소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초기에는 '이 분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드리고 도와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 자신에게 초조하게 되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게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진심으로 나누는 일이 그분들을 변화시키고 또한, 저를 변화시키는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 지금 제가 해야 할 최선의,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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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화

 

부천정신건강증진센터

주간재활프로그램 미술치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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