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과학고, 두 팀이 함께 쓴 수상 스토리…"데이터로 교실의 다음 수를 읽다"
'AI 활용 아이디어 기획' 부문 석권
[교육연합신문=고기정 기자]

전남과학고등학교(교장 김종삼) 학생들이 공공데이터와 AI를 결합해 교실 속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 두 편의 기획으로, 전국 단위 대회에서 나란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주최하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관한 '제8회 교육 공공데이터 AI 활용대회' 'AI 활용 아이디어 기획' 부문에서 전남과학고 팀 'HOMO LUDENS'(김지안·정여진·정선아)가 최우수상을, 팀 '행복한 하은이네'(이하은·이인호·조성원)가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한 학교에서 같은 부문 상위 입상자를 동시에 배출한 것으로, 두 팀 모두 통계와 문서로만 존재하던 공공데이터를 '살아있는 진단 도구'로 바꿔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최우수상을 받은 HOMO LUDENS 팀의 출발점은 청소년건강행태조사(질병관리청·교육부)와 초중고사교육비조사(KOSIS) 등 교육 공공데이터였다. 학생들은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구조적 패턴과, 성적이 낮아질수록 평균 수면시간도 함께 줄어드는 상관관계를 데이터에서 확인했다. 실제로 중·고교생의 42.3%가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끼고 27.7%는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으며,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남학생 6.5시간, 여학생 5.9시간에 그쳐 전년보다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기존 학습관리 서비스는 단순한 일정 기록에 머물러, 학생 개개인의 피로도와 학습 상태를 데이터로 짚어주는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학생들의 문제의식이었다.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EEG(뇌파) 센서와 AI를 결합한 개인 맞춤형 학습 루틴 추천 서비스 'Balance AI'다. 두뇌의 미세 전류를 포착해 심신이 안정된 이완 상태(Alpha파)와 논리적 사고에 집중하는 상태(Beta파)를 구분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과제 난이도를 조절한다는 아이디어를 웹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했다. 학교명을 검색하면 NEIS 교육정보 개방 포털의 학교기본정보·시간표·학사일정 API로 시간표를 자동으로 불러오고, 여기에 수면·건강 데이터를 더해 학습부담지수와 건강위험지수를 산출, 최종 '과부하 위험도'를 계산한다. "이 시간 비워줘"와 같은 자연어 명령으로 시간표를 즉석에서 조정하는 챗봇 기능까지 갖춰 단순한 통계 시각화를 넘어선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은 향후 EEG 센서와 파이썬을 연동해 학생의 피로도에 따라 과제량을 자동 조절하는 고도화를 계획하며 "감시가 아닌 지원 도구로 설계해야 한다"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
같은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은 '행복한 하은이네' 팀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교육 현장을 들여다봤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이 반은 정답률이 낮은데, 다음 단원에 그대로 들어가도 될까?" 같은 교사의 일상적 고민이었다. 현재 교사가 채점 직후 마주하는 정보는 '단원별 정답률'이라는 평면적인 숫자뿐, 한 개념의 결손이 다음 단원의 어느 개념까지 번지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는 사실상 없다는 데서 기획을 시작했다.
팀이 제시한 도구 '학습 결손 연쇄 지도'는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NCIC)가 제공하는 성취기준 데이터를 '노드'로, 개념 간 의존 관계를 '엣지'로 삼아 하나의 '개념 의존성 그래프'를 구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도시 네트워크 위에서 전염병이 이웃 지역으로 번지는 원리에 착안해, 한 개념의 결손이 의존 관계로 연결된 다른 개념으로 전파되는 과정을 그래프 신경망(GNN)으로 학습시킨 것이 핵심이다. 학교 교사가 시험 정답률을 입력하면 결손률로 환산돼 해당 노드에 매핑되고, GCN·GAT 등 그래프 신경망이 이 신호를 바탕으로 각 개념의 '위험 점수'를 산출한다. 이어 위험도가 높은 개념들의 공통 선행 개념을 역방향으로 탐색해 '먼저 보충해야 할 순서'를 제시하고, 생성형 AI가 도입 멘트·학생 활동·교사 점검 포인트로 구성된 5분 분량의 보충 활동 카드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팀은 초·중·고 수학 '수와 연산' 영역, 그중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 단원을 실제 NCIC 데이터로 시범 구축해 시연했다. 분수의 나눗셈에서 결손이 발생하면 비례식·일차함수로 위험이 전파된다는 것을 실제 그래프로 보여주는 등,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작동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팀은 향후 국어·영어·과학 등 다른 교과로 확장하고, 실제 학교 현장의 시험 결과를 입력받아 검증하는 단계로 나아간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두 팀의 기획은 서로 다른 문제를 겨눴지만 뿌리는 같다. 공공데이터를 '읽고 참고하는 문서'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교실과 학생의 삶에 실제로 작동하는 도구로 바꿔냈다는 점이다. HOMO LUDENS가 학생 개개인의 몸과 마음의 신호를 데이터로 읽어냈다면, 행복한 하은이네는 학급 단위의 학습 구조를 데이터로 풀어냈다. 두 방향 모두 전남과학고가 강조해 온 데이터 기반 AI 융합 교육의 결실로 평가된다.
진정숙 교사는 "한 팀은 학생의 몸과 마음을, 다른 팀은 학급의 학습 구조를 공공데이터로 읽어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결이지만, 두 팀 모두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보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넘어 그 데이터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까지 담아낸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학생들이 공공데이터와 AI를 두려움 없이 다루며 세상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풀어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계속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삼 교장은 "한 학교에서 같은 부문의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함께 배출했다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데이터와 AI를 다루는 역량이 어느 한두 명의 재능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저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방대한 공공데이터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교육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 노력한 과정 자체가 이미 훌륭한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상이 학생들에게 데이터와 AI로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인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아낌없이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숫자 속에 숨어 있던 문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그 답을 코드로 옮겨낸 두 팀의 도전은 전남과학고 학생들이 데이터와 AI를 다루는 실력을 넘어 그것을 사람을 향해 쓸 줄 아는 태도까지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