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편집국]

 

우리나라 법학 학술지 논문에 법적 판단을 하는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것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동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행정법 교수인 한승훈 교수는 지난해 10월 31일 사단법인 한국국가법학회의 학술지 '국가법연구'에 한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이 논문에서 손실보상 심의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 알고리즘은 경찰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피해를 보상해 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인데, 이러한 법적 판단 알고리즘은 아마 세계 최초의 것으로 보인다. 그 의미와 중요성이 획기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러한 알고리즘은 재판과 같은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내용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본지 단독으로 한승훈 교수를 만나보았다.

 

◈ 우선 화제의 논문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 이번에 발표하게 된 논문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손실보상심의절차의 알고리즘과 프로토콜 개발”이라는 논문입니다. 논문의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예컨대, 경찰이 구조 활동이나 범인 제압과 같은 경찰 활동 과정에서 이에 협력한 국민이 재산적 피해를 입게 된다면 피해를 입은 국민은 경찰관서에 손실을 보상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게 되고, 청구가 있게 되면 경찰관서는 손실을 보상해 줄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심의를 거쳐야 하겠지요, 바로 이 손실보상을 해 줄 것인지의 여부를 심의하는 프로토콜과 함께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 이런 알고리즘을 활용한다면 어떤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나요?

 - 재판을 비롯한 법적인 각종 심의는 다양한 사상을 지닌 인간이 판단하는 까닭에 다양한 판단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급제도를 두어 오류를 막으려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요. 그러나 지난 정부의 사법 농단 사태에서 보았듯이 권력자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게 되면 정의를 벗어난 권력자의 구미에 맞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현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막으려면 정형화된 판단 알고리즘이 필요하게 되죠. 즉, 알고리즘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권력자의 마음대로 판단하게 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죠. 법적 판단 알고리즘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효과는 바로 이 점입니다. 자의적인 법적 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밖에 신속하고 정확한 법적 판단, 사법 판단에 대한 불만 해소, 사법 쟁송의 남용 억제, 국민의 법적 판단 앞에 평등권 보장 등 너무나 많은 효과가 있습니다.

 

◈ 이러한 연구가 세계 최초라면서요?

 - 네,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습니다. 영문, 독일 문헌, 일본 문헌 등을 검색해 보았지만 선행 연구 문헌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은 컴퓨터 분야는 물론이고, 교육, 언론, 의학, 응급 구조, 경영 등 매우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만, 유독 법적 판단하는 알고리즘은 보이질 않더군요. 아마, 법학자들의 보수성에 그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법률가나 법학자들은 인공지능으로 재판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 말하자면 알고리즘을 기초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러한 알고리즘이 프로그래밍 되면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이 축적되어 인공지능으로 발전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알고리즘이 발전하게 되면 심판이나 판결과 같은 각종 법적인 판단을 AI(인공지능) 로봇으로 하자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유전 무죄, 무전 유죄와 같은 비난을 가져오는 각종 재판의 형량에 대한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겠고요?

 

 - 바로 그렇습니다. 종국적으로 재판도 알고리즘화 하여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요?

 

 - 우선 법률가나 법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죠. 물론 융복합적인 법학적 사고를 전제로 하는 법학자들의 노력 말입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므로 이를 활용하여 법학자들의 노력이 가미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재판 제도를 가질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이러한 법적 판단을 하는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전문가가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판단의 원리는 법학자들이 해야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로봇도 잘못 만들면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판단을 하는 로봇은 법학자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지극히 기초적인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교수님께서 만드신 알고리즘은 경찰 활동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 줄 것인지에 관한 심의 알고리즘이죠? 왜 그 분야를 먼저 만드신 거죠? 이유나 동기가 있었나요?

 

 - 제가 이 논문을 쓰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계기가 된 사실이 있습니다. 첫째는, 몇 년 전 현재 해양경찰청장을 맡고 있는 분(당시 박경민 치안감)이 당시 전남지방경찰청장을 맡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당시에 저를 손실보상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해 주시더군요. 그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손실보상 심의에 대하여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인연은 비슷한 시기에 우리 대학(동신대)에 포항공대에서 오랫동안 인문학을 연구하신 김춘식 교수님이 전임교수로 오시게 되었는데, 그분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견해가 깊어서 그에 관한 전국적인 강의를 하고 다니시는 분이셨어요. 그분과 많은 담론을 나누었고(때로는 밤새도록), 덕분에 저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지게 되었지요. 이러한 환경이 제가 이 논문을 쓰게 된 사적인 배경이 되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이런 논문이 탄생하게 된 좋은 계기였던 것이지요.

 

◈ 앞으로도 법적 판단을 하는 이런 알고리즘을 계속 연구하고 만들겠군요?

 

 - 네, 물론이죠. 그러나 연구 여건이 열악하여 혼자서 연구하기에는 무척 버겁더군요. 부끄럽게도 이 논문을 매조진 것도 거의 2년이나 걸렸습니다. 저의 게으른 탓도 있었지만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더 중요한 것은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연구 보조 인력입니다. 원활한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비용 확보와 뜻을 같이하는 연구자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차후에는 재판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해 볼 작정입니다. 구체적인 대상은 비밀(?)이고요.(웃음)

 

◈ 이런 연구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 아마 그렇겠지요. 이 논문의 게재 전에 이 논문을 심사하는 심사 위원 중에서도 게재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단계에서는 인간(심의 위원이나 재판관 등)의 판단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는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은데요. 그러나 사례가 축적이 되고 심의에 필요한 빅 데이터가 형성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요. 딥러닝 인공지능이 만들어질 수가 있으니까요. 그때가 된다면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생산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정도까지 발전한다면 국민의 권리는 획기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속의 권리 보장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지요.

 

◈ 잘 알겠습니다. 머지않아 교수님의 뜻대로 재판정에 로봇이 등장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봅니다. 한승훈 교수님의 앞으로의 연구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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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법적 판단하는 알고리즘 탄생" - 한승훈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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